데일리로그/일하는 사람의 자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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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사이 고독한 주니어
일당백을 해내고 있는 것 같은 옆 팀 막내 분께 물었다. 연차 차이가 한참 나는 시니어들 사이에서 유일한 주니어로 일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없냐고.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는 말했다.어떤 문제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서 공부한 걸 정리해 발표하더라도, 거기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일에 팀원들이 심드렁한 편이라, 본인의 의지만으로 뭔가를 바꿔보기가 쉽지 않았다고. 요즘 일이 재미 없다고 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스펙이 "요구 사항"으로 자꾸 추가되어 있단다. 자기가 만드는 서비스가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에선 완전히 배제된 셈. 성취감을 박탈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반년 전 나도 거기에 있었다. 팀장님이 자주 물어다주시는 외부 발표의..
2024.08.08 -
2022 Self-Review :: 4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업무 회고
[협업/태도] ○○○과 ▲▲▲ 등을 담당하면서 개발 가이드와 프로젝트 입문에 필요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서로 남겼습니다. 한 곳에 정리된 문서는 프로젝트에 새로 합류한 사람이 있거나 프로젝트 담당자가 변경될 때, 기존 담당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담당자가 빠르게 프로젝트를 파악하고 개발에 착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인수인계가 필요한 시점에 별도로 문서 작성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모든 팀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대면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 자리에서 화면을 같이 보며 구두로 빠르게 내용을 공유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이제 메신저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서로 오해 없이 의사소통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
2022.11.20 -
하버드 졸업 30주년 동문회에 다녀와서
하버드 84학번 동문이 가장 채우고 싶은 욕구는 수면욕이었습니다. 잘 자는 일은 섹스나 돈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어느덧 쉰을 넘은 우리는 “사랑해”라는 말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자주, 많이 썼습니다. 동창회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가깝고 친한 이에게만 아껴서 쓸 수 있게 쟁여놓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아낌없이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며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84학번 동문 가운데는 하원의원(Jim Himes)도 있고, 토니어워드를 받은 뮤지컬 감독이자 연출가(Diane Paulus)도 있으며, 우주에 다녀온 동문(Stephanie Wilson)도 있습니다. 그..
2021.12.05 -
서울숲에서 커리어 고민하는 젊은 날의 초상
디사커 친구들을 만난다 = 높은 확률로 서울에서 본다 =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 팟캐스트를 듣는다. 이번에 고른 건 '빅 리틀 라이프 | EP09 꼬리에 꼬리를 무는 커리어 고민'이었다. "커리어 고민은 없어?" 장도수 PD가 말하길, 이게 거의 마법의 질문이라고. 대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에게 커리어 고민을 묻고, 그가 말하는 '커리어 고민이 없을 것 같은 직업/직장/직군'에 있는 사람에게 다음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건네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화 인터뷰가 이어진다. 대기업 개미1 / 스타트업 개미2 / 컨설턴트 개미3 / 공무원 개미4 / 변호사 개미5 / 초등교사 개미6 / 공대나온 개미7 / 개발자 개미8 / 개발자 개미9 / 개발자 개미10 / 정년보장 개미11 / 프리랜..
2021.12.02 -
개발의 팔할 아니 삼할은 샤머니즘
시간 비중으로는 팔할이 맞는데,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으니 과업 달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에서의 비중으로 치자. 수요일 오후에 PM분께 직통으로 이슈를 제보받았다. 최소한 10명 정도는 있어야 문제가 재현되는 상황이었다. 그말은, 문제를 재현하고, 원인을 찾아 디버깅을 하고, 추측한 대로 코드를 수정한 다음 다시 테스트를 해보고, 예상이 어긋났을 경우 다시 디버깅 단계로 돌아가 이를 반복하는 전체 과정을 10명 이상의 선배와 동료 개발자를 모아 놓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데모요정*이 찾아오거나, 무대에서 라이브 코딩을 하는데 몇 시간 동안 끙끙대고 있는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그래, 대형 스크린에 에디터를 띄워놓고 무대 위 유리박스 안에서 코딩을 하고 ..
2021.10.22 -
그놈의 고래 때문에
2021. 09. 29. 1. Docker Desktop이 유료화된다고, 내 업무 기기 중에 앱이 설치된 게 있으니 오늘 오전까지 삭제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사실 꽤 전부터 관련 고지를 받아오긴 했는데, 삭제하는 걸 미루다가 기한이 다가온 것이다. 재택용 장비엔 Docker가 없으니, 앱이 설치된 장비는 회사에 있는 iMac인 것 같았다. 앱 하나 삭제하자고 출근하는 건 너무 번거로운 일이니까, 출근할 일 있을 때 겸사겸사 해치우려 했는데. 이 일이 '출근할 일'이 되어 버렸다. 오랫동안 꺼져있었던 장비를 깨워 Applications 목록을 살펴봤다. 뭐야! Docker 없잖아! 이 우중에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헛수고였다니, 그럼 나한테 메일은 왜 온 건가 씅이 씅이 나려는데...! Docker..
2021.09.29 -
마감일기
'작업 일정 8/10 ~ 13일 예정 17~20일' 지난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예정해둔 작업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긴 긴급 이슈에 대응하느라 그 일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20일까지 마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금요일 퇴근 전 주간보고를 작성하면서 기존 일정에 취소선을 긋고 돌아오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날짜를 옆에 다시 적었다. 하지만 17일, 출근과 동시에 터진 문제에 대응하느라 일을 또 하루 미루게 되었다. 수요일 아침 회의에서 팀장님이 작업 현황을 물었다. "스토어 어떻게 되어가요?" "이제 시작하려고요. 금요일까지 작업 마무리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데 금요일에 끝낼 수 있어요?" "네. 가능해요." 하지만 "X일까지 가능합니다!"라고 호언장담을 했다가 마감이 다가오..
2021.08.21 -
work and null
2020. 06. 01. 청량하고 선선한 5월이 끝났다. 벌써 6월이다. 회사 다니면서 프로젝트 하나 붙잡고 해왔는데 2021년의 절반이 가고 있다. 약속도 없었고 일기도 안 써서 더더욱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것만 같다. 빨리 배포해놓고 책 읽고 싶다. 내일은 회사로 출근한다! 2020. 06. 02. 아침부터 아주 정신이 없었다. XXX-2 버스가 잠시 후 도착한대서 일어나 있다가 버스를 탔는데, 차가 사거리에서 직진을 하지 않고 좌회전을 하는 게 아니야! 알고 보니 XXX-1을 탄 거였다. 하필 와도 1과 2가 연달아 오냐... 다른 버스로 갈아타서 역에서 마을 버스로 또 갈아탄 다음 도착. 출근하는데 20분이 더 걸렸다. 사옥에 들어가려는데, 아 사원증 집에 놓고 왔다. ㅎㅎㅎㅎㅎ 잘 자라고 ..
2021.06.14 -
직장인은 어미를 고민한다
테스트 도중 메모리 부족으로 확장앱 프로세스가 강제 종료되는 경우가 드물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 원인을 파악 중이오니... ㅠ 빠르게 조치를 취해서 업데이트하고 공유하겠습니다! (혹시 수정된 버전을 간단히 테스트해보시고 추가적으로 주실 의견이 있다면 같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이오니'라니... 입사 5개월차가 회사 깃헙 이슈에 코멘트를 남기는데 이런 말투로 글을 썼다. 한참을 고민하며 고쳐 쓴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누가? 내가. 안녕하십니까? 아래에 보인 대로, '-오-'는 공손함을 더하여 주는 어미인데, 상대방에게 '-오-'로써 공손함을 표할 것인가는 표현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명하신 "공손의 의미로"와 같이, 내가 상대방에게 예스러운 느낌으로 공손함을 표하고자 한..
2021.05.15 -
코로나 시대의 줌터디 : 개발자 친구들과의 온라인 독서 모임
당신의 개발 안녕하신가요? 혹시 생각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코딩만을 반복하는, Code Monkey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나요. 저 역시 스스로 코드 몽키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요새 잠을 도통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을 타파하고 더 나은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등이 되기 위하여, 개발 관련 독서 소모임, 가칭 'OO아, 책읽자'를 소소하게 시작하려 합니다. 소소함을 강조한 만큼, 생업에 절대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강제성 전혀 없이 가볍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 언제든지 참여하고 탈주할 수 있으며, 일에 치이는 달, 혹은 이미 읽었던 책이 선정된 달은 잠시 쉬어가셔도 좋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대화방에만 들어와 계셔도 좋습니다. 유쾌한 친구가 독서 소모임을 만..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