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팔할 아니 삼할은 샤머니즘

2021. 10. 22. 23:53데일리로그/일하는 사람의 자아

시간 비중으로는 팔할이 맞는데,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으니 과업 달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에서의 비중으로 치자.

수요일 오후에 PM분께 직통으로 이슈를 제보받았다. 최소한 10명 정도는 있어야 문제가 재현되는 상황이었다. 그말은, 문제를 재현하고, 원인을 찾아 디버깅을 하고, 추측한 대로 코드를 수정한 다음 다시 테스트를 해보고, 예상이 어긋났을 경우 다시 디버깅 단계로 돌아가 이를 반복하는 전체 과정을 10명 이상의 선배와 동료 개발자를 모아 놓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데모요정*이 찾아오거나, 무대에서 라이브 코딩을 하는데 몇 시간 동안 끙끙대고 있는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그래, 대형 스크린에 에디터를 띄워놓고 무대 위 유리박스 안에서 코딩을 하고 있는 느낌.

*데모를 시연할 때면 반드시 나타나 뭐 하나는 안되게 만드는 정체 불명의 존재

 


 

오후 2:55

"안녕하세요,
까만 화면 이슈 디버깅을 위해
샘플 앱에서 비교 테스트를 해보려고 하는데
많은 참가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잠깐 여기에 들어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테스트)

 

"샘플앱 테스트 충분한 것 같습니다.
테스트 종료하겠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수정)

 

"안녕하세요!!
까만 화면 나오는 이슈 수정되었는지 확인하려고 하는데
테스트 가능하신 분들께 도움을 청합니다!!"

 

(테스트)

 

"아직 이슈는 재현되네요. 흠.."

 

(디버깅)

 

"코드를 수정하면서 조금씩 테스트를 해보려고
개발망에 방을 새로 팠습니다.
저쪽 방에 계시는 분들
이쪽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정)

 

"왼쪽이 dev, 오른쪽이 코드 수정중인 local인데요
한 세 번 정도 번갈아 들어가면서 비교 중인데
해결이 된 것 같은 예감이..!!!
dev 배포해보겠습니다"

"개발망 배포 완료 되었습니다.
까만 화면 재현되셨던 분들
회의 퇴장하셨다가 리프레시하고
다시 들어와주시겠어요~?"

 

(또 재현)

 

 

(원인 파악됨)

 

"까만화면 이슈 해결되었습니다!!!
회의 폭파하고 다시 방 파보겠습니다.
혹시 아직 자리에 계신 분들이라면
브라우저 종료했다가 다시 들어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시를 날리고 들어오셔야 해요!!"

 

(검증)

 

"지금까지는 검은 화면 없었을까요?"

"없습니다."
"다 잘 나옵니다"

"엄... 저는 블랙이 보여요."
"엇"

"캐시 안 날리신 것은 아니신가요?
아까의 영록님께서 마지막 수정한 버전이
적용되게 하려면
캐시를 날려야 적용이 되는 것이어서..."

 

(캐시 삭제)

 

"축하합니다. 올던~"
"다행이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여!"
"👍 "
"👏"
"👍 "
"👍 "
"ㅎㅎ 고생많으셨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모두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PR 작성)

오후 10:55

 

최첨단을 달리는 직업이지만 동시에 샤머니즘이 가장 깊게 박혀있는 직업... (개발자)

십분 공감해버렸던 멘트였다. 빌드할 때마다 두 손 모아 얼마나 간절한 기도를 드렸던가...

 

Github Pull Request Reactions

팀원들은 안다. 나의 고군분투. 리액션이 말해주는 동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