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고래 때문에

2021. 9. 29. 23:57데일리로그/일하는 사람의 자아

2021. 09. 29.

 

1.

Docker Desktop이 유료화된다고, 내 업무 기기 중에 앱이 설치된 게 있으니 오늘 오전까지 삭제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사실 꽤 전부터 관련 고지를 받아오긴 했는데, 삭제하는 걸 미루다가 기한이 다가온 것이다. 재택용 장비엔 Docker가 없으니, 앱이 설치된 장비는 회사에 있는 iMac인 것 같았다. 앱 하나 삭제하자고 출근하는 건 너무 번거로운 일이니까, 출근할 일 있을 때 겸사겸사 해치우려 했는데. 이 일이 '출근할 일'이 되어 버렸다.

 

오랫동안 꺼져있었던 장비를 깨워 Applications 목록을 살펴봤다. 뭐야! Docker 없잖아!

 

이 우중에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헛수고였다니, 그럼 나한테 메일은 왜 온 건가 씅이 씅이 나려는데...! Docker를 삭제해도 찌꺼기가 남아 검출되기도 한다고 했다. Ah... 다행히 그 말대로 캐시며 로그며 남아 있는 것들이 몇몇 있었다. 없었으면 진짜 씅날 뻔.

 

요걸 참고해서 지우면 된다.

 

 

How to easily install and uninstall docker on MacOs

My question is How to easily install docker to have it available in terminal and how to uninstall docker on osx?

stackoverflow.com

 

How to Uninstall Docker on Mac - Removal Guide | Nektony

Some users face a problem when trying to uninstall Docker. Here is a step-by-step guide explaining two ways on how to fully emove Docker from Mac.

nektony.com

 

 

2.

아침에 서버팀 개발자 한 분이 우리팀 동료를 멘션하며 "살아계신가요?" 하고 물었다. 무슨 맥락이지 했는데, 어제, 아니 오늘 새벽 3시가 넘도록 두 분이 사무실에서 버그를 고쳤다고 한다. 내일 배포인데 오늘 오후에 QA 시작이고, 그마저도 일부 기능은 아직 개발 중이라 완성된 것만 먼저 QA 진행한다고.

 

다들 안타까워하며 한 마디씩 말을 보태긴 했지만, 놀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올해 초 설 연휴를 반납하던 즈음부터 이미 우리 조직의 일하는 문화가 무너지기 시작했으니까. '연휴에도 일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조직의 미래가 달려있으니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모아 성공적으로 런칭하자'는 이 상황이 '특수'하고 '일시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중차대한 프로젝트를 시장에 내놓은 이상, 계속해서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붙이고 버그를 고쳐 업데이트해야 하니, 성공적인 배포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상황은 매달 반복됐다. 주말에도 Github 알림이 울리는 건 예삿일이 되었고, 아무 시간에나 서로를 멘션해 업무에 관해 물었으며, 새벽에 개발망 배포 이력이 쌓여있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밤 10시에 PR을 올렸는데 새벽 2시에 'LGTM' 하고 Approve 리뷰가 달렸다. 올리는 사람도 리뷰하는 사람도 '이 늦은 시간에 어쩌다...' 하는 말을 붙이지 않는, 그런 말을 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

 

"안 바쁘시면 잠깐 나가서 티타임 할까요?"

 

오후 4시쯤, 동료가 급한 불은 껐는지 나를 불러냈다. 입사한 시기는 달랐지만 각자의 인턴 경력을 합치면 경력도 엇비슷한 동료였다. 신입 타이틀 뗀 지 얼마나 됐다고 각자 프로젝트를 몇 개씩 단독으로 책임지다니, 우리가 다니는데가 대기업인지 스타트업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Sentry 붙여두면 뭐하냐고, 알림이 울려도 지금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매여서 보고된 에러도 제대로 확인 못하는데. 동료는 사실 주말에 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근무 내역 상신하기 뭣해서 로컬에 쌓아두었다가 업무일 아침에 모아서 PR을 올리곤 한댔다. 신규 입사자 분이 업무에 투입되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겠냐고 팀원들이 기대하고 있지만, 사람이 늘어나면 일도 늘어날 거라는 회의감이 기대감보다 컸다.  동료는 조만간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할 거라고 했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서 조직 단위는 안 되더라도 최소한 팀 단위에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퇴사하면 행복할까요?"
"소속이 없으면 좀 불안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직 어린데 어디든 다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기회 많을 것 같은데."
"퇴사하고 학교 입학한 다음 휴학하고 싶다. 최고일텐데, 그쵸?"

 

아직 퇴사 계획은 없는 두 사람이 링크드인 일촌을 맺는 것으로 티타임을 마쳤다.

 

 

3.

그래, 야근 많아도 돈은 잘 주니까 일단 참아본다. 우린 내일도 최대한 미적대다 결국 모니터 앞에 앉겠지.

 

 

덧붙이는 이야기

밥 먹으러 가면서 기획팀 분들과 마주쳤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누는데...

"안녕하세요~! 새로 오신 그 신입 사원 분이시구나?"

아닠ㅋㅋㅋ 저희 같이 일한 지 꽤 됐는데요... 머리 자르고 처음으로 다른 팀 분들 얼굴 본 거라 처음엔 다들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