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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4. 02:56데일리로그/일하는 사람의 자아

2020. 06. 01.

  • 청량하고 선선한 5월이 끝났다. 벌써 6월이다. 회사 다니면서 프로젝트 하나 붙잡고 해왔는데 2021년의 절반이 가고 있다. 약속도 없었고 일기도 안 써서 더더욱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것만 같다.
  • 빨리 배포해놓고 책 읽고 싶다.
  • 내일은 회사로 출근한다!

 

2020. 06. 02.

  • 아침부터 아주 정신이 없었다. XXX-2 버스가 잠시 후 도착한대서 일어나 있다가 버스를 탔는데, 차가 사거리에서 직진을 하지 않고 좌회전을 하는 게 아니야! 알고 보니 XXX-1을 탄 거였다. 하필 와도 1과 2가 연달아 오냐... 다른 버스로 갈아타서 역에서 마을 버스로 또 갈아탄 다음 도착. 출근하는데 20분이 더 걸렸다. 사옥에 들어가려는데, 아 사원증 집에 놓고 왔다. ㅎㅎㅎㅎㅎ
  • 잘 자라고 있는 문샤인.
  • iOS 디버깅 때문에 출근했는데 결국 웹뷰 인스펙터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개발하기도 디버깅하기도 번거롭고 어렵다.
  • 내일은 얼추 배포 스펙이 정리가 되어야 해서 오늘 무리를 했다. 새벽 5시까지 작업했다.
  • 이제 야근수당 신청해도 된대서 리포트 상신했다.

 

2020. 06. 03.

  • 오늘도 야근. 종료 시간은 4시 반. 최종 근무 시간이 16시간 반.

 

2020. 06. 04.

  • 오늘 배포일인데 최근의 모든 배포가 그래 왔듯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녁이 되어서야 빌드를 시작했다.
  • 오늘마저도 새벽 3시까지 야근.
  • 근 며칠간 청소도 제대로 못했다. 회사 일이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워라밸이 이렇게 무너질 정도로?

 

2020. 06. 05.

  • 좋지만 어려웠던 상사가 더 이상 나의 윗사람이 아니게 되니 이제야 솔직해진다.
  • 모든 패를 다 까놓지는 말아야겠다.
  • 정치 없는 곳이 없다니.

 

2020. 06 .06.

  • 돌보지 못했던 집을 정리하는 시간. 어젯밤 외면했던 설거지도 싹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창틀도 닦고, 빨래도 개고, 새로운 빨래도 해서 널었다. 분갈이한 화분도 싹 작업실로 옮겼다. 집을 돌볼 때 나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11시부터 너-무 졸렸다. 살짝 잠이 드는 듯했다가 깨버리고 그 뒤로 쭉 다시 잠들지 못했다. 요 며칠 계속 새벽 다섯 시에 자는 바람에 잠드는 시간이 당겨지지가 않는 듯.
  • 태건 오빠한테도, 희원이한테도, 태훈이한테도, 진선이한테도 연락을 해서 밥약을 잡았다.

 

2020. 06. 07.

  • 밥 먹는 게 귀찮다.
  • 잠을 충분히 못 자서 피곤하다.
  • 쉬고 싶은데 바로 다음 프로젝트 착수하라고 해서 좀 짜증 난다.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치보다 더 무리해서 겨우 골인 지점에 들어온 건데, 회사에선 그것까지 가용 리소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쉬어야 재충전을 해서 다시 걷든 달리든 하지. 연차가 아직도 16일 남았다. 한 달에 이틀씩 써도 남는다고 지금.

 

2020. 06. 08.

  • 색이 나와 별로 안 어울렸던 첫 번째 네일을 제거하고 두 번째 디자인을 붙였다. 발랄해서 여름 맞이하는 기분.
  • 일하기 싫다.

  • 저녁에 윤주랑 만났다. 윤주의 꿈 그래프를 놓고 한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일'은 남의 의지가 개입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뉴욕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는 것보다 뉴욕에서 밥 벌어먹고 살기가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나도 꿈 그래프 그려서 윤주한테 피드백 받아야지.

  • 링크드인 폭풍 업데이트. 프로필에 쓸 정면 사진을 찾는데 마땅한 게 없었다. 찾다가 찾다가 고른 게 2017년에 찍은 것 ㅎㅎㅎ 언제적이람... 배경 지우고 어깨 높이 맞췄더니 프로필 사진으로 쓸만한 것 같았다.
  • 하지만 나름 온라인 이력서 같은 건데 좀 더 '직장인 프로필 사진'같은 걸로 바꾸고 싶었다. 졸업 사진도 찍은 게 없어서 뭘로 하지 했는데, 회사에서 찍어준 프로필 사진이 있었다! 이것도 2년 전이긴 하지만...!
  • 어쩌면 이직용이 될지도 모르는 사진을 현 회사에서 찍어준 걸로 쓴다고 진선이가 웃었다. 전남친이 찍어준 잘 나온 사진을 소개팅에 쓰는 상황 같은 걸까
  • For the record, 당장 이직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는 점

 

2020. 06. 09.

  • 오디오북을 즐겨 듣는 엄마한테, 배우들이 낭독한 한국문학 100선 세트를 선물해드렸다.

 

2020. 06. 10.

  • 오랜만에 운동 다녀왔다.
  • 『여자들의 등산일기』 얼마 안 남아서 밤에 다 읽었다.
  • 자기 전에 배도 안 고픈데 보상심리 때문인지 양파전 부쳐먹었다.

 

2020. 06. 11.

  • 기존에 빌렸던 장비 반납하고 다른 장비 대여하려고 본사 다녀왔다. 오가느라 너무 지쳐서 진이 쭉 빠졌다. 집에 올 땐 택시를 탔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좀 막혔지만 쿠폰이 있어서 쿨하게 탔다. UT 가입하면 신규 가입 쿠폰을 5장이나 등록할 수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기획에서 놓친 실수 같더라니, 뒤늦게 회수했다고 한다.

  • 진선이가 선물 인증샷을 보내줬다! 색 조합 생각 못 한 것 같아서 아쉽지만 😭 바나나 우유랑 타로 밀크티가 생각나는 색깔이다. 역시 탐나는 걸 보면 잘 저장해둬야 해...

 

2020. 06. 12.

  • 설입에서 진선이를 만났다. 1・2번 출구와 3・4번 출구는 0.1초 만에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제 관악구민 아니라고 그 능력을 잃었다. 브런치를 먹으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아모르미오에 가서 또 한 잔을 더 마셨다. 둘 다 사람이 많고 시끌시끌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목이 아파왔다. 설입은 익숙한 곳도 새로운 곳도 많아서 좋아했는데, 이젠 사람에 치이고 소음 때문에 피로해지는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게 무척 아쉽다. 고향 같은 곳인데.
  • 사이드 뱅 볼륨을 빵빵하게 넣고 갔는데 날이 덥고 습해서 홍합 머리가 되어 버렸다. 이 머리  ↓

  • 요즘 음식 사진은 또 근접샷 대세라고 하길래, 이미 찍은 사진 굳이 확대해 봄... ㅎㅎㅎ
  • 주문한 게 다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른 테이블과 메뉴가 꼬인 것 같았다. 직원들이 넋이 반쯤은 나간 것처럼 보였다. 조금 안쓰러웠다.
  • 네 시가 다 된 시간에 잤더니 수면 시간은 충분했어도 수면의 질이 별로였나 보다. 금방 체력이 바닥나는 게 느껴졌다. 진선이가 수면 트래킹 앱을 잠깐 켜서 보여줬는데 8시간 이상 잔 날에 표시되는 초록색이 화면에 가득해서 놀랐다. 아 저렇게 살아야 되는데 내가 너무 잠을 덜 자는 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었네. 경각심이 확 들었다. 항상 피곤해서 스스로가 피곤한 줄 모르는 상태인 걸까 나는.

  • 부엌과 작업실을 정리했다. 침실에 있던 모니터를 작업실로 옮겼다. 이래야 다시 조금이라도 자기 전의 콘텐츠 소비를 줄이지 싶어.
  • 이불솜을 뺐다. 여름 이불로 변신!

 

2020. 06. 13.

  • 아끼는 룸메 희원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작년에 만났을 땐 많이 지쳐 보였는데,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아서일까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 오래간만에 한껏 꾸미고 화장도 하고 귀걸이도 했다. 이렇게 입어본 게 천년만년 전이라 어색하기까지 했다.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고민을 했다. 오늘 스타일이 괜찮은 건가 하고. 둘 중 한 명만 꾸미고 한 명은 편하게 입었으면 둘 다 멋쩍었을 텐데 희원이도 예쁘게 꾸미고 나와서 합이 맞았다. 예약한 식당에 희원이가 먼저 도착했는데, 식당 분위기 보고선 오늘 차려입고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 라인프렌즈 쇼핑백은 훼이크 😆 선물은 카카오프렌즈 죠르디! 귀여운 걸로 죠르디는 못 이기지. 희원이에게 제2의 제갈마치가 되길 바라며 💚💚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화들짝 놀라며 깼다가 심장이 쿵쾅대서 다시 제대로 못 잤다던 날, 사실 내가 쿵 소리 낸 거였다고 이제야 이실직고했다.
  • 친구이면서 선배인 은비 언니가 한 걸음 앞서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닮고 싶어 하기도, 자극을 받기도 했다. 언니가 밟았던 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가 했던 말과 그가 했을 고민, 그가 느꼈을 감정을 시간차를 두고 이해했다. 희원이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 '요즘 것들'이 찍어준 사진  ↓

  • 윤주, 진선, 희원이까지 세 사람을 연달아 만나면서 반복해서 회사 이야기를 했다. 사내 정치, 불합리한 조직 문화, 노동 강도와 번아웃에 대해서. 사람을 만나면 즐거운 이야기를 듣고 싶을텐데, 계속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온 것 같아 뒤늦게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근황이 이러해서 동아줄 붙잡듯이 친구들에게 만나자고 연락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해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말하지 않는 편인데, 혼자 감내한다고 버텨지는 게 아닌 걸 이젠 알아서 나도 모르게 쏟아내는 것인지.
  • 밤마다 편두통이 찾아온다. 사놓은 진통제가 다 떨어졌다. 해가 갈수록 진통제 구매 빈도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