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 타고 여수에서 제주까지

2016. 8. 24. 23:31국내여행/2016 제주

2016. 08. 17 ~ 20.

제주도 가족 여행


저번 주에는 친가 식구들과 대마도를 다녀왔는데, 이번 주에는 외가 식구들과 제주도에 다녀오게 되었다. 저번 제주도 여행도 외가 식구들과 다녀오긴 했지만 이번엔 큰외삼촌과 큰이모도 함께 하셔서 더 시끌벅적 왁자지껄했다. 게다가 이번엔 3박 4일이나 되는 긴 여행이었다. 후덥지근하고 쪄 죽을 것 같은 집 대신 시원하고 에어컨 빵빵한 펜션! 게다가 이모가 줄 옷이 잔뜩 있으니 옷은 한 벌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우리 가족 네 명 짐을 작은 캐리어 하나에 싸갔다. 대신 배에서 먹을 주전부리와 과일을 한 박스 담아 갔다. 아빠는 가족들이 밤에 뭐 하고 놀겠냐(는 핑계로)며 낚시 가방까지 챙기셨다.


여수에서 제주도에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배다.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데 여수에서 제주도 가는 배는 오전 8시 30분에, 돌아오는 배는 4시 50분에 있다. 배 타는 시간이 길다 보니 실질적으로 제주도에서 놀 수 있는 건 3박 3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배가 굉장히 커서 멀미가 별로 안 나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한 재미일 것 같다.


세월호 사건 이후부터 어떤 배든 승선하는 모든 사람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탄 배는 '한일 골드 스텔라'! 1220명이나 탈 수 있는 엄청 큰 배이고 사람은 물론 차량도 실어 나른다. 엄청 큰 화물차량도 실려 있었다. 이 정도 배가 만 오천톤이 넘는다고 한다. 부력을 이용한 거라는 설명은 익히 들었지만, 그래도 만 오천톤이나 되는 철덩이를 바다에 띄운다는 건 여전히 신기하다.


우리 가족은 3등 객실 티켓을 끊었다. 2등 객실 쪽을 가봤더니 3등 객실과 별 다른 점이 없어서 왜 가격이 다른지 궁금했는데, 수용 인원에 차이가 있었다. 가격은 만 원 남짓 차이가 나는데, 지금은 휴가 끝물이라서 3등 객실도 굉장히 널널했다. 제주도에 갈 때는 카페트가 깔린 객실에, 돌아올 때는 더 안쪽에 있는 트인 객실에 머물렀는데 잠을 자기엔 카페트가 깔린 이곳이 더 나았다. 후자는 등이 많이 배기고 엄청 추웠다.


배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1등 침실과 특등실도 발견했는데 안을 둘러보진 못했다. 궁금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 방해 안 받고 쉬려고 비싼 돈 준 곳일테니까. 1등실은 인당 거진 7~8만원, 특등실은 2명이서 쓰는데 33만원에서 36만원 정도였다. 와.... 특등실 어마어마하네! 나 같으면 특등실 대신 1등실을 쓰고 숙소에 돈을 더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특등실을 예약할 사람이면 이미 숙소는 돈을 더 쓸 것도 없이 좋은 곳에 머물겠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럼 왜 비행기를 안 타고 배를 타나 하고 괜히 역정이 났는데, 아빠가 그런 사람들은 그냥 배 타는 것 자체가 휴양일 거라 하셨다. 돈이 나가는 건 싫고 쓰는 건 재밌는 건데, 똑같이 배를 타도 나는 돈이 나가고 그런 사람들은 돈을 쓰는 거다 싶으니 심통이 났다.


여수 반대편 바다엔 해무가 짙게 깔려 있었다.


배를 타고 나가면서야 여수 오동도 안쪽에 방파제가 더 있는 걸 발견했다. 여수에 20년이 넘게 살면서도 몰랐는데...... 이곳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몰랐던 것 같다. 여기까지 걸어 나오면 경치가 죽일텐데!


바다 경치 슬 구경하다가 다시 객실로 돌아와서 미동도 않고 도착할 때까지 꿀잠을 잤다.




한일 골드스텔라 요금 안내 ▶ http://www.hanilexpress.co.kr/carferry/priceguide

선박 시설 미리보기 ▶ http://www.hanilexpress.co.kr/carferry/ship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