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화상을 입고도 남을 날씨와 그래도 아름다운 우도

2016. 9. 7. 01:26국내여행/2016 제주

우도


꼭 가고 싶어서 일정에 넣었던 우도!

우도에 가려면 성산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야했다.


주말이라서인지 터미널에 사람이 우글부글했다.


성산과 우도를 오가는 배는 정말 자주 있었다.
어른은 인당 2000원!
배 삯도 무척 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를 타보니 10분 밖에 안 걸려서
아 이 정도 밖에 안 타는 거면 그리 싼 것도 아니네 싶었다.

빨간 등대, 하얀 등대, 노란 등대......

색색의 등대가 다 보였다.


무슨 차 팔러 가는 배인 줄

죄 하얀 배만 가득해서 ㅋㅋㅋㅋㅋ


우도항 도착!

구름이 좀 꼈지만 굉장히 무더운 날씨였다. ㅠㅠ


안에 셔틀버스가 있다는 말에 차를 성산항에 두고 들어갔다.

인당 5000원이면 탈 수 있는데 우도를 한 바퀴 돌면서 정류장에 지나는 해당 회사의 버스면 언제든 잡아타도 된다.

우도가 땅콩이 유명하다 하더니, 이렇게 큼지막한 볼링핀 광고도 있었다.


한창 오빠랑 이야기하며 웃었던 우뭇가사리!

우뭇가사리는 먹으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는데

옛날에 지방에서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가난한 선비가 돈이 없어

먹고 배출되어 나온 우뭇가사리를 씻어 다시 먹고 먹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양 가는 길 쌀 한 바가지 가지곤 못 가는데 우뭇가사리 한 바가지론 충분히 간다는 말이 와전된건가 했는데

인터넷에 검색하니 저 썰이 그대로 떴다.

의외로 유명한 이야기인가.... 진실은 저 너머에


암튼 이거 한 봉지가 적어보여도 막상 삶으면 한 솥 가득히 불어나고도 남는단다.

예전에 아빠가 시장에서 이 우뭇가사리를 얻어왔는데, 인심을 써도 겨우 한 주먹이 뭐냐고 속으로 툴툴대셨단다.

엄마도 뭣모르고 솥에 넣고 끓이는데 무지막지하게 불어나는 바람에 온 집을 나눠주고도 남았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우도봉에 오르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외할머니, 큰이모, 엄마, 아빠, 나 다섯이서 먹었는데

우도봉정식(1인 10000원) 2인분에 해물칼국수(1인 8000원) 2인분, 벵에돔 회덮밥(12000원)을 먹었다.


우도봉 정식에 포함된 제육은... 음 별로!

고기가 잘 안 넘어갔다.


벵에돔 회덮밥


해물칼국수가 제일 맛있었음!

그리고 힘들어 안 가신다는 할머니와 이모를 두고

엄마, 아빠와 우도봉에 올랐다.

죽이는 날씨!

사람도 죽이는 날씨!


앞에 보이는 가장 진한 산이 사실 뭔진 모르는데

배타고 막 나오면서 저 산밖에 안 보이고 가장 높아서

저 산이 한라산인줄 아셨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한라산이 워낙 높아서 제주 어디서든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이지 않아서 흠... 하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어쨌든 내 눈앞에 있으면

한라산을 가릴만큼 크게 보인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주 아주 잘 보이는 성산일출봉. 그만큼 정말 성산이 가깝다. 양쪽에서 반대쪽이 보인다.


엄마 아빠 뒤로 쭉 올라가는 길이 바로 우도봉에 오르는 길이다.


정말 코에 난 땀만 봐도 얼마나 더운지 실감이 난다. 절절하게 난다.

편하게 올라가라고 깔아진 고무 바닥일텐데

햇볕이 얼마나 뜨겁던지

바닥에서 열기가 막 올라왔다.

신발 바닥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정말 걱정)

그 열기가 신발을 타고 올라와 발바닥도 뜨겁게 만들고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발등에 바로 꽂혀서 발등도 익는 것 같았다.


그래도 풍경만큼은 진짜 탁 트이고 평화롭고...

아빠가 꿈 꿨던 목장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고 하셨다.


정말 정말 땀을 비오듯 흘리며 올랐던 우도봉인데

뭐라도 있을 것 같았고, 저 뒤쪽으로 내려오는 길 또한 있을 거라 당연히 생각했다.

근데 정말 그냥 오르니 끝!

다 오르니 탁 트인 광경만 있고 끝!

ㅋㅋㅋㅋㅋㅋ


내려오다보니 정낭이 보였다. 그럼 이 길을 따라가면 뭔가 나온다는 걸테지만 호기심보다 날씨가 더 강력해서 포기했다.


저 위에 우도등대공원이 보였는데, 가보곤 싶었지만 햇볕에 구워질 것 같아 그만 내려가기로 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지 했지만,

전직 아마추어 사진작가셨던 우리 아빠는 눈부신 햇빛에 초첨을 잃으셨고...


말이 풀려있었다! 줄을 달고 다니긴 했지만 넓은 들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어린 말이었다.


아빠가 만져보셨던 말이 밑으로 뛰어내려왔다.


땀으로 샤워한 것 같은 얼굴에....

햇빛이 얼마나 더웠는지

아침에 왼쪽 정도였던 발이 우도봉 갔다 오자 이렇게 새까매져버렸다.

심지어 올라가기 직전에 햇빛에 드러나는 부분에만 선크림을 치덕치덕 발랐는데도...!


우도봉에서 셔틀을 타고 동안경굴로 갔다!

미끄러져 내리는 듯한 절벽!


응회암 지층이라고....


이렇게 지층이 옆으로 휘어있다. 압력을 받아 기울어진 습곡이라고 한다.

만성리 검은 모래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이곳의 모래도 검은색이었다.

그래서 이곳이 검멀래 해변이란다.


검멀래 해변을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동안경굴

물이 빠져야 이곳을 구경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마침 어떻게 딱 물때가 맞아서 운좋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다 소원이라도 비는지 바위마다 작은 돌탑이 쌓여있었다.


이쯤되니 금세 오후 2시가 다 되었고, 뜨거운 햇빛을 견디기엔 이미 너무 지쳐버렸다.

물에 들어갈 것도 아니라서 해수욕장은 건너 뛰었고,

보아하니 서빈백사에서도 딱히 햇빛을 피할 곳은 없을 것 같아 이만 우도에선 나가기로 했다.

그 아름답다는 서빈백사를 못 본 것이 아쉽긴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배를 탔다.


배 타기 직전에야 '아 오늘 이러고 다닐걸.......'


성산 가까이 와서도 우도봉이 이렇게 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