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김녕미로공원

2016. 8. 29. 01:23국내여행/2016 제주

김녕미로공원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노타우르스를 보면서도 그랬고, 해리포터를 보면서도, 메이즈 러너를 보면서도 그랬지만 어려서부터 늘 꿈꿨던 것 중 하나가 미로에 한 번 들어가 보는 거였다. 그래서 제주도에 미로 공원이 있다고 하길래 은근 기대를 했다. 사진으로 본 미로는 그럴싸한데 혹시 실제로는 엄청 허접하게 꾸며놓은 건 아닐까, 재미 없게 금방 출구를 찾게 되진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실망이 클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했다. 사실 채환이가 너무 가고 싶어 했던 미로 공원인데 정작 당일에 채환이는 숙소에 남아 해수욕을 하겠다며 같이 가지 않았다. 웃기는 놈이야! 나중에 채환이가 사진을 보고 엄청 아쉬워했다.


5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이 5% 밖에 되지 않는단다. 그럴 거 같다. 게다가 5분 안에 종을 울리려면 진짜 냅다 뛰어야 될 거다. 나는 9시 25분에 출발했다가 40분에 종을 울렸다. 조금만 덜 헤맸으면 10% 안에 드는 건데.... ㅋㅋㅋ 한 시간이 넘도록 헤맬 확률이 5%라는데 진짜 자기가 갔던 길 잘 기억 못하는 길치라면 여기서 나오기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길엔 가지각색의 간판이나 건물이라도 있지 여기는 어딜 가도 다 똑같은 나무들 뿐인데!


나무를 잘 모르니 처음엔 측백나무 같은 건가 했다. 아니면 비슷한 과겠거니 했는데 '랠란디'라는 나무라고 한다. 심리적 압박감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 미로에다가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거겠지! 약간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인데?


외할머니, 큰이모, 엄마는 5분 남짓 돌아다니시다가 너무 어지럽다며 들어왔던 입구로 다시 나가셨다. 그래서 아빠랑 나 중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대결이 됐다!


돌아다니다보니 이렇게 스탬프가 준비된 스탬프존이 있었다. 뱀, 고인돌, 제주도, 배, 말은 찾았는데 음양만 찾지 못했다. 아빠는 마지막 도착지에 있던 제주도 스탬프를 미처 못 보셨는지 그것만 빼고 나머지를 다 찾아오셨다.

10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햇빛이 진짜! 엄청! 쨍- 했다. 덥긴 무진장 더웠다.


입구에는 failure, 실패자라는 푯말이 세워져있는데 (그러고 보니 왜 한국어로는 안 써놓은 거지) 출구가 아닌 입구로 나오는 것은 실패라서 저렇게 박아놓았단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는지 입구가 나오길래 실망 ㅠ


가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짜 도착지 전망대


나무는 당연히 키보다 훠얼씬 높다. 돌아다니다보면 마치 도착지인 척 하는 가짜 전망대가 있는데, 도착했나 하고 기대하며 올라갔다가 전혀 아니어서 엄청 김이 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가짜 전망대를 지나야만 종이 있는 도착지로 갈 수 있었다.


한 바퀴~


퍼렁 퍼렁 잘 가꿔놓은 나무들!


이게 나무가 빽빽하고 굉장히 높다보니 여기저기 숨어서 뽀뽀하는 커플이 많나보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금지 표시를 해놓는다는 건 이곳이 키스하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라는 걸 반증하는 거 같아서 ㅋㅋㅋㅋㅋ 또 하지 말라하면 되려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지 않나! 여기서 커플들 키스 많이 하겠다 ~


도착했다 전망대!!! 땅!!! 땅!!!! 땅!!!!!!!!!


입구 매점에서 망고 주스를 팔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망고 주스가 유명해졌다더니 정말 어딜 가든 다 팔고 있었는데, 여긴 별로 맛있진 않았다. 망고 갈아서 시판 망고 주스 섞은 느낌.


아 김녕미로공원 만족 완전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