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각번호 1번, 덜 해로운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2021. 7. 22. 00:13데일리로그

요즘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구매가 망설여질 정도다. 한창 오이 계란 김밥을 해 먹다가 계란값 폭등 이후부터 못 먹고 있었다. 계란 안 먹지 뭐, 하고 살다가 유튜브 영상에 나온 반숙란을 보고 결국 쿠팡을 켰다. '계란'을 검색하니 다양한 가격대의 계란이 목록에 나타났다. 저렴한 건 개당 550원 안팎, 비싼 것은 800원까지도 했다.

독일 마트에서 계란을 사던 때가 떠올랐다. 네 가지 종류의 계란. 다른 식료품과 마찬가지로 계란에도 'bio'가 붙은 것은 가장 비쌌다. 난 무엇이든 초록색 'bio' 마크가 보이면 가격표는 보지도 않고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틀림없이 내겐 부담스러운 가격일 테니까. 하지만 어떤 사람은 가장 비싼 'bio'를 산다. bio'만'을 사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bio 제품의 품질이 더 낫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그 제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bio 계란을 사는 사람은 산란계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과 그들이 먹을 질 좋은 사료에 돈을 지불한다. 동물의 권리가 보다 잘 지켜지는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을 선택함으로써 그 방식을 지지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행동에 자신의 신념을 녹여내고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이었다.

학생일 때의 나는 지갑이 얇았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위가격이었다. 100g당 혹은 개당 가격이 제일 저렴한 것은 무엇인가. 웬만하면 10원이라도 더 저렴한 것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와중에도 우유만큼은 절대 '맛있는 우유'를 고르지 않았다. '맛있는 우유'의 고소함을 좋아했지만, 제조사인 남양이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변경하고, 임신하면 퇴사를 종용하는 기업임을 알게 된 이상 이 기업의 이윤 추구에 조금의 기여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남양 불매는 나의 첫 번째 소신 소비였다.

그런 일련의 생각을 하며 쿠팡 검색창을 다시 눌렀다. '계란' 앞에 '자연방사'를 입력했다. 개당 800원, 목록에 있었던 계란 중 가장 비싼 바로 그 제품이 목록 가장 상단에 올라와있었다. 나는 이제 돈을 번다. 계란 하나를 꺼내 삶으면서, 계란을 낳는 닭들이 부디 A4보다 좁은 케이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희망에 드는 250원을 나는 추가로 지불할 용의가 있다. 충분히. 계란을 소비하지만, 닭과 공존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