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가 찾아오면 반라로 막춤을 춰

2021. 7. 25. 16:14데일리로그

두둠칫 믹스를 튼다. 헤드폰을 낀다. 평소에 듣던 음량에서 2 정도를 더 키운다. 킥 드럼 소리가 쿵쿵 울린다. 에어컨을 켠다. 바람 세기는 강. 선풍기도 틀어 놓는다. 실내화를 아무렇게나 툭툭 벗어던진다. 까딱까딱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네 박자 리듬에 맞춰서 어깨를 흔든다. 팔꿈치로 8자를 그리며 팔을 들어 흔들다가 하이햇 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튕기며 천장을 향해 찌른다. 흐느적대다가 풍차 돌리기를 하며 팔을 뱅뱅 돌렸다가 마치 아무 뼈도 없는 듯이 울렁거려도 본다. 원을 그리며 돌다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뒷걸음질로 걸어도 본다. 발을 디디고 제자리에서 엉덩이를 신나게 흔든다.

그러다 흥이 올라 더워지면 티셔츠를 벗어던진다. 반라의 몸으로 팔을 벌리고 바람의 여신에 빙의한다. 눈을 감고 머리도 마구 흔들어 재낀다. 폴짝폴짝 뛰고도 싶지만, 층간소음의 주범이 될 순 없으니 도시에 생활하는 현대인답게 참기로 한다. 뒤꿈치는 들고 발끝 걸음으로 막춤을 춘다. 울음이랑 웃음이 뒤섞인 채로 터져 나온다.

노래가 열 곡쯤 지나니 발바닥이 화끈거린다. 에어컨 바람이 닿는 곳에 대자로 드러눕는다. 헤드폰을 벗는다. 귀 주변으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힌다. 찬 공기 속에 놓인 뜨거운 몸에서 열기가 방출되며 꼭 아우라처럼 몸 위로 온도가 다른 공기층을 하나 만든다. 달아올랐던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가만히 잠들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