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주 4·3 평화기념관, 교래자연휴양림, 비체올린(카약)

2016. 9. 16. 09:13국내여행/2016 제주

제주 4·3 평화기념관


 전날은 그렇게 신이 나서 팔팔 날아다녔던 반면, 이날은 하루 내내 풀이 죽어있었다. 저기압인 상태로 혼자 터덜터덜 돌아다녀서 사진 찍읆 맛도, 가족들과 수다를 떨 맛도 나지 않았다.


 아침에 모두 다 같이 나와 처음 들어간 곳은 '제주 4·3 평화기념관'이었다. 4·3사건은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 뿐더러 고등학교 때 여순사건에 대해 조사하면서 같이 공부했던 사건이었다. 간혹 4·3사건의 제주도민 학살에 대한 영상이 페이스북에 뜨기도 했어서 4·3사건 자체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었다.


 전시관은 해방 직후 좌우 대립이 분분했던 국내 상황부터 상세하게 설명을 시작하고 있다. 제주가 'Red Island'로 낙인찍히게 된 과정과 무자비한 학살의 증언까지... 4·3사건의 전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조각이나 영상, 설치 미술 등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4·3사건을 재현하고 있다.


 전시 말미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가 벽에 걸려 있었다. 몇 개를 살펴보다 복장 터지는 글 하나를 읽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인 일본이 정말 나쁘다'"는 글이었다. 휴; 이 긴긴 전시를 돌면서 대체 뭘 본 걸까... 그랬는데 아이고... 차를 타고 나오는 길에 채환이가 똑같은 소릴 하고 있었다. 물론 초등학생 눈높이의 전시가 아니긴 하지만, 글을 꼼꼼히 읽지 않고 휙 지나치다보니 처음에 나온 '일제'때문에 학살까지도 일제의 짓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교래자연휴양림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던 곳. 사람이 많이 없어 조용하고 한적했다. 나무가 울창한 길이라 볕이 잘 들지 않아 시원하여 걷기에 무척 좋았다. 입구로 내려왔더니 외할머니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셨다.





힐링카약파크



 가족들과 카약을 타려고 '비체올린'이라는 곳에 갔다. 그런데 주차장에 딱 내리자마자 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게다가 매표하러 걸어가는 그 몇 초만에 모기들에게 엄청난 헌혈을 했다. 냄새의 진원은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선 그다지 보이지 않던 모기가 이곳에 들끓는 이유는 카약을 탔더니 알게 되었다. 1Km 남짓 수로를 만들어 물을 가두어 두었는데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물이다보니 물이 탁하고 굉장히 더러웠다. 장구벌레가 가득했다. 물에 손 닿는 게 꺼림칙할 정도였다. 물만 좀 깨끗했으면 빠져도 기분 좋았을 것 같은데.


 카약은 엄마와 둘이서 탔다.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방향을 잡는 게 어려웠다. 코너를 돌 때마다 여기 박고 저기 박아서 노를 저어 나간 것 보다 벽을 밀어내고 나간 시간이 더 길었을 것 같다. 한 바퀴 돌고 두 바퀴째 돌면서 엄마가 확신하며 말했다. 분명히 오늘 밤에 가족들이 아이고 아이고 하겠다고. 잘 안 쓰는 어깨와 팔 근육이 갑자기 열일해서... ㅋㅋㅋㅋ


 비체올린의 다른 공간은 공원처럼 구성되어 있었는데 정돈된 느낌은 아니었다. 일단 만들긴 했는데 여름을 지나며 풀이 자라는 속도가 관리의 능력을 훨씬 앞질러버린 것 같았다. 마지막엔 미로공원이 있었다. 전날 미로공원을 가지 못했던 채환이가 무척이나 기대했던 곳이었다. 어제부터 '오른손의 법칙'을 노래노래했는데, 막상 미로에 들어가니 그게 잘 안 먹혔나보다. 채환이가 당황하며 민망해하는 소리와 숙모, 삼촌이 뒤에서 채환이를 따라가며 놀리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첨언하자면 미로는 어제 간 김녕의 것이 훨씬 퀄리티가 좋았다.


 서쪽 해안에서 해지는 걸 꼭 봐야한다던 오빠의 말마따나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해와 붉게 물든 하늘이 정말 장관이었다. 계속 해안가로 달린 덕분에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노을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