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웜톤 염색 연대기 -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지

2021. 8. 7. 01:25데일리로그

 

미성년자일 때는 꾸미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다. 학교 규정도 있었지만, 부모님부터 '그런 건 성인 되면 해, 그땐 터치 안 해. 지금은 안 돼'라고 하시며 귀 뚫기나 염색, 파마 같은 걸 허락하지 않았다. 나도 딱히 강력하게 원하거나 요청하거나 항변하지도 않았다. 염색/파마는 고사하고 일단 그 짧던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부터가 소원이었다. 귀걸이는 어릴 때부터 꽤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수능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시내에 놀러 나가서 귓불을 뚫었다. 머리를 지지고 볶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 화장도 익숙해졌고 옷엔 큰 관심이 없으니 꾸밈의 대상이 머리가 됐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았고 시간도 열정도 의지도 넘쳤던 그 시절 나는 셀프 탈색에 셀프 염색에 셀프 컷까지 귀찮다는 생각 없이 참 열심히 했다. 2016 ~ 2018년은 머리가 정말 변화무쌍하던 전후무후한 시기.

 

시작은 무난하게 브라운 염색

 

똥머리를 하면 정말 머리에 똥색 덩어리가 얹힐 때쯤

 

(와중에 경이로운 머리숱)

 

뿌염 대신 쓰리톤을 도전해본다. 블랙 - 브라운 - 올리브 그린

 

(번외/ 앞머리 내림)

 

초록색도 다 빠져서 또 뭐 해볼까 하다가

 

그 숱많고 긴 머리를 탈색함

 

탈색한 건 좋았는데 검은 뚜껑 영토 확장 속도가 어마무시 

 

머리를 기르고 길러서

 

거의 반 년 고민했나 단발할지 말지!!
흐흐 싹뚝 잘랐다

 

도전해 본 색깔 중 어울리기로는 최악이었던 핫핑크 ㅋㅋㅋㅋㅋㅋ
염색약은 에뛰드 투톤 트리트먼트 스파이시 레드였음.
이때부터 셀프 염색에 눈을 떴고...
가을웜톤(아마 딥?)에게 명도 채도 다 높은 핫핑크는 정말 상극이었다.
피부톤에 대한 생각을 이때 처음 해본 듯.
피부가 누렇고 칙칙해보였다.

 

다행히 색이 금방 빠지는 염색제라서

 

독일에 갈 땐 뿌리 빼고는 거의 색 다 빠졌다

 

유럽 여행할 땐 다시 블론드 + 선물 받은 분홍립

 

금발이 얼굴 환해보이게 해서 좋았지만 또 하게 될 진 미지수다.
그렇게 자주 뿌리 탈색할 엄두가 안 남

 

뿌리 탈색 안 하고 보라색(어두운 버찌색)으로 덮었다!
예전부터 너무 너무 해보고 싶었던 퍼플 염색!! 물론 셀프로다가

 

하지만 색 잘 빠지기로 유명한만큼 보라색은 빠르게 사라져갔고

 

한 달쯤 지나자 애쉬 퍼플이 되었다

 

애초에 파란끼보단 빨간끼가 더 많은 보라였어서 그런지 색 빠진 것도 괜찮았음

 

두 달 지나니 애쉬 브라운 + 뚜껑은 색이 완전히 빠져서 본 머리색이 나왔다.
뿌리 탈색이 필요했다.

 

다음 픽은 마르살라 레드.
그니까 적포도주 색이란 건데

 

첨엔 약간 보라색도 섞였는데 역시나 먼저 빠지고 빨간색만 남았다

 

야외에서 햇빛 받으면 회끼? 애쉬빛이 좀 섞여서 보였다
빨간 머리 좋아했지만 가장 잘 받는 색은 아니었던 거 같음

 

단발도 셀프컷인데 헤헤 참 잘 잘랐단 말이지

 

밖에서 눈 맞을 때면 빨간물 떨어져서 옷이랑 목도리 물들일까봐 조마조마했다

 

크리스마스 유럽 여행 즈음엔 애쉬 레드

 

귀국할 날이 다가올 때쯤엔 색이 거의 다 빠져서 애쉬 핑크 정도가 됐다.

 

이제 교환학생 아니고 걍 본교생~~ 머리는 쓰..쓰리톤...

 

이제 붉은끼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고

 

앞머리 길이만큼 뿌리가 자랐을 땐 언니랑 미국 서부 여행.
앞머리는 까맣고 옆머리는 노랬다. 

 

'저 머리는 투톤 염색한 거다, 아니다 뿌리가 긴 거다' 논쟁을 일으켰던 인턴 시절

 

뚜껑 기르다 지쳤고 반반 머리가 꼴보기 싫어서 검은색으로 덮었다.
하지만 찐검은 아니고 약간 갈색이 섞인

 

깔끔해 보여서 좋았는데!!

 

걍 찐흑으로 덮을 걸 변심할까봐 사렸다가, 결국 물이 빠지고 말았다

 

일단 어깨에 닿은 머리부터 싹뚝 자르고

 

사망년을 마치며 염색도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본연의 흑발이 100%가 될 때까지 기르고 자르고를 반복할 예정.
근데 나 본래 머리 정말 찐찐찐 흑발임

 

기르고

 

기르다보니 시간이 만들어준 옴브레 ? 브릿지 ?

 

어깨 닿으면 모다? 까뜨

 

ㅋㅋㅋㅋ 모자 끈이 무슨 경계선마냥..
앞은 흑발이고 뒤는 갈발이고

 

그래도 탈색한 부분이 많이 내려가서

 

死학년 3월 개강

 

얼마 안 남았다 탈색모

 

벚꽃 핀 거면 중간고사...

 

또 어깨에 닿았기 때문에 뭔갈 해야 하는데,
이제 탈색모 거의 다 잘라냈기 때문에 파마가 가능해졌다!

 

볶아볶아

 

이것저것 해보니까 금발 + 파마 조합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지만..불가능한 조합이니까 🥲

 

여튼 이제 쭉 흑발이다 그리고 직장인

 

파마한 머리도 기르다가

 

(앞머리 자름) 컬이 다 풀릴 때 쯤

 

히피펌

 

일 년 지나니 튜닝 끗, 순정으로 돌아왔다.
코시국이 도래하며 화장도 파마도 👋
코로나 끝나면 파마해야지 했는데 코로나가 안 끝난다

 

단발만 오래 하다보니까 또 머리 길러볼까 싶어서 안 자르고 버티는 중이다~~~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고민이 된다. 앞머리 내릴지 말지, 장발할지 단발할지, 흑발 그대로 둘 건지 아님 머리에 또 무슨 색 끼얹어볼지... 🤔

 

나중에 희원이가 나보고 가을 딥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염색을 내 피부톤 알고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다 실험적이었다. ㅎㅎㅎ 피부 밝을 땐 코랄, 여름 지나고는 브릭 계열 립을 자주 쓰고, 흰끼 도는 섀도우 안 어울리고, 핑크 계열 립 잘 안 받는 걸 보면 대충 맞는 것 같기도? 여튼 MBTI도 그렇고 그냥 진단 받는 게 재미있어서 그렇구나 하는 거지, 하고 싶은 색이 있으면 그냥 한 다음 화장이랑 스타일링을 거기다 맞추면 될 일이다. (핫핑크 빼고....ㅎ)

 

셀프 염색/탈색/커트 방법은 아래 글에 열심히 적어둔 게 있으니 참고하십셔

 

독일에서 셀프염색, 셀프탈색, 혼자 단발 머리 자르기

독일에 오기 전 탈색한 상태에서 턱선에 맞춰 단발로 자른 상태였다. 한국에서도 늘 혼자 셀프 뿌리 탈색을 해와서, 독일에서도 당연히 혼자 할 생각으로 붓과 장갑 등의 도구를 챙겨왔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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