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최익현선생순국비가 있는 슈젠지(수선사)

2016. 8. 23. 15:39해외여행/2016 대마도 가족여행

찜질방에서 그나마 시원한 곳 찾아다니느라 잠을 푹 자질 못 했다.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챙겨 나온 터라 피곤한 상태여서, 배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방을 베개 삼아 엎드려 잠들었다. 어차피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라 낮잠 자기엔 딱이었는데, 하필 내리기 삼십 분 전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통에 잠에서 깨버렸다. 그 뒤론 어설프게 눈만 감고 있다가 내렸다. 가족들도 출발하고 시간이 좀 지나서야 잠에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안내방송 때문에 잠에서 깨버렸다며 툴툴댔다.

얼핏 옆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가 촌인지라 입국 심사 카운터가 몇 개 없어서 입국 수속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했다. 눈치껏 빨리 줄을 섰다. 어차피 패키지여행이라 다른 팀 만나려면 나가서도 기다려야 했지만, 그래도 입국 수속장에서 줄 서있는 것보다는 안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씩 뽑아 먹자는 작은 아빠 말씀에 다들 대동단결했다.

자판기 천국 일본답게 아이스크림도 자판기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맛도 정말 다양했다. 내가 이름을 못 읽어서 정확한 맛은 잘 모르겠지만 눈치껏 보니 초코맛, 쿠앤크, 딸기(맛에 뭔가가 박힌 것), 민트초코, 말차 맛도 있었다. 총 13개! 처음엔 녹차 맛인 줄 알았는데 말차라기에 뭐가 다른가 하며 먹어봤다. 나중에 보니 말차도 녹차인데 잎맥 등을 제거하고 갈아서 채친 것이 말차라고 한다. 가루녹차보다 더 입자가 곱단다.

나름 편하게 다니자고 짧은 청바지에서 몸빼 바지로 갈아입었는데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통이 넉넉하고 다리에 붙지 않아야 시원할 텐데, 땀이 나니까 걸을 때마다 옷자락이 몸에 들러붙었다. 오히려 통풍도 안 되고 긴 바지라 덥기만 더 더웠다. 어쨌든 짐은 미리 숙소로 실어 보내고 시골 농사꾼 포스로 누비고 다녔다.

 

 

 

 

슈젠지(수선사 / Shuzenji Temple)

 

 

 

 

이즈하라 항에서 걸어서 금방이었다. 날이 더워서 지치는 게 문제지 8분 내지 10분이면 금방 도착하는 곳이었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도로가 다 1차선이었다. 차 한 대가 지나가다 수선사 아래 골목 코너에서 벽에 박았다. 그렇게 좁다.

 

중국어 표기에 익숙해서 슈쩐지라고 읽힌다. ㅋㅋㅋ 일본어로는 슈!젠↗지. 라고 읽는 거 같다. '젠'에 힘을 빼라는데 자꾸 '쩬'을 약하게 발음하려는 느낌이라 어떻게 읽어도 중국어 같다. 또 Shu는 '슈'로 읽지 말고 '시유'라고 읽으란다.

 

왜 이 상들은 이렇게 자그마하며 천을 둘러 놓았을까 했는데 아기가 죽은 경우에 이렇게 어린아이의 형상으로 상을 만들어 죽은 넋을 기린다고 한다. 천은 턱받이. 이렇게 많은 석상이 모여 있는 거라면 근처 마을에서 이 한 곳으로 석상을 다 모아두는 게 아닐까 싶다.

사진이고 자시고 더워서 가이드 설명 듣기도 힘들어서 쭉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면암 최익현이야 수능 국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라 익히 알고 있다. 위정척사 운동에 앞장섰던 사람이고 일제 침략에 맞서 의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때문에 대마도로 유배되었고, 일본의 음식은 먹지 않겠다고 하며 생을 마감했다. 슈젠지 안에 면암의 순국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작은 아빠 설명에 의하면 비석이 세워진 1평 남짓의 땅만 한국인이 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