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즈하라 마루야 호텔(丸屋ホテル)

2016. 8. 23. 16:18해외여행/2016 대마도 가족여행

마루야 호텔(丸屋ホテル)

 

 

세 시 쯤 호텔에 도착했는데, 저녁 식사를 제외하곤 하루의 일정이 다 끝났다고 했다. 벌써? 해 지려면 아직 네 시간이나 남았는데! 적어도 저녁 먹기 전까진 돌아다닐 줄 알았다. 시간이 좀 아깝다, 하는 생각이 적잖이 들었다. 그런데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털썩 걸터 앉았더니 생각이 바뀌었다. 발바닥이 얼마나 아프던지! 샌들 쿠션감이 좋지 않아서 생각보다 발의 피로가 빠르게 몰려왔다. 그리고 또 이즈하라가 대마도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는데, 이런 곳에서 자유 시간이 적었으면 아쉬웠을 것도 같다. 차라리 30여명 우르르 관광하는 것보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녀보는 게 훨씬 재미있었으니까.

 

숙소 입구에도 내 키만한 작은 신사가 있었다.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입구에 작은 신사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한국 또한 불과 백 년 전만 하더라도 가신 신앙이 널리 퍼져있었지만 지금은 삶과 죽음의 공간히 상당히 분리되어 있고 각종 신이나 종교의 영역이 제한되어 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르게 유지되어 온 풍경이라 낯설고 신기했다.

 

나는 언니와 함께 2인실을 사용했다. 각 층마다 와이파이가 있어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비밀번호에 1970이 들어가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숙소 70년대부터 해 온 곳이 아닐까 싶다. 매트리스는 스프링이 느껴지는데다 뜯어진 곳이 있는 걸 보면 이것도 상당히 오래 쓴 것 같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마 장사를 한다면 정말 정말 저렴하게 요금을 받을 시설이 이곳에선 꽤나 좋은 수준에 속한다. 그래도 손이 가닿는 곳엔 먼지도 없고 깔끔한 편이라 낡은 것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말차와 다기 세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이 담겨 있었다. 아, 대마도는 물이 깨끗해서 수돗물을 식수로 쓴다고 한다.

창문 밖을 내다보면 쓰시마 시청이 바로 보인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금세 날이 개었다.

텔레비전이 있지만 100엔을 넣어야 볼 수 있다. 큰 수건 두 장, 작고 아주 얇은 수건 두 장이 제공된다.

 

화장실은 정말이지 캠핑카 화장실 같았다. 엄청나게 오밀조밀하다. (해 보진 않았지만) 변기에 앉아서 손을 내밀면 어렵사리 샤워 커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캠핑카 화장실이라면 VVIP 캠핑카...? 비데까지 갖추고 있다! 다만 이틀 동안 건조 기능을 찾지 못했다. 샴푸와 바디클렌져가 제공된다. 웬만한 물건은 영어를 병기하는 한국과 달리 여기선 물건들에 당최 영어 설명을 찾을 수가 없어 답답했는데 다행히 이것들엔 'SHAMPOO'와 'BODY SOAP'이라 쓰여 있어서 잘 쓸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벌로 본 언니와 엄마는 샴푸와 린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휴지걸이가 한국에서 늘상 보던 금속이 아니라 수건 재질의 천이라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면 왜 한국은 집이든 휴게소든 상점이든 죄 금속으로 된 똑같은 휴지 걸이를 쓰는걸까? 그리고 샤워 커튼을 치고 욕조 안에서 샤워하는 여기보다 욕실과 화장실 구분이 없는 한국에서 오히려 이런 천 재질의 휴지 덮개가 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샤워하다 물이 튀어 화장지가 젖는 일이 훨씬 줄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