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USAPL Korea LIMITBREAKERS :: 파워리프팅 대회 후기 / -52kg 체급 1위 달성 🥇

2024. 10. 6. 23:58심신단련/파워리프팅 대회

2024. 10. 05.

 

 

올해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파워리프팅 대회.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고,

올해 1월, 6월, 10월에 USAPL에서 뛰었다.

 

글은 마감이 쓰는 거라는 작가들의 말처럼, 

나 또한 마감이 있을 때 두 배 세 배의 것을 해내는 타입인데 

대회에서 뛰기 시작한 이후로는 4~5개월마다 출전하는 파워리프팅 대회가 그런 마감의 역할을 했다.

대회에 좋은 컨디션으로 나가야 하니까 잠을 더 잘 챙겨서 자고, 

대회에서 2.5kg라도 더 들고 싶으니까 피곤을 이겨내고 훈련을 하러 갔다. 

아, 이제 이걸 운동이 아니라 훈련이라고 여기게 됐기도 하다.

(하지만 역효과도 있었는데,

대회가 끝나면 다음 대회 때 빼면 된다면서 신나게 군것질을 하는 바람에 

체중이 51kg ~ 56kg 사이에서 파형을 그리며 계속 왔다 갔다 하기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훈련의 맥이 한번 뚝 끊긴데다 

근손실이 컸고 스트렝스를 회복하는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9월 초로 예정되어 있었던 회사 프로젝트 배포일도 밀리고 밀려 9월 말까지 오는 바람에 

점점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피로가 많이 쌓이기도 했다.

 

그래서 코치님이 제안한 대회 대비 

6주짜리 훈련 블록은 Load Drop 방식으로,

짱짱하고 확실하게 기반을 다지며 중량을 쌓아나감과 동시에 

피로도 또한 언제나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첫주차엔 4rpes@8로 시작해서 5% Load Drop Back-off 세트를 수행하고,

마지막 주차엔 1rep@9로 3% Load Drop.

대회에서 확신을 가지고 1RM @10의 중량을 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회날을 향해 달려가면서

훈련이 밀리더라도 절대 스킵하지 않고 무조건 소화해내고, 

밤잠이 부족하면 낮잠을 어떻게든 보충해서라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잘 먹고 잘 자기라는 이 단순한 일상 루틴을

문제 없이 꾸준하게 지켜나간다는 게 왜 이다지도 어려운 건지.

 

10월 대회도 마무리하고 돌아온 지금,

토탈 중량만 놓고 본다면 1월, 6월, 10월 대회에서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을 한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각 자세가 테크닉적으로 정말 많이 다듬어졌고, 

좋은 자세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 코어에 무엇이 있는지(무게중심!)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으며,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훨씬 진지한 마음의 '선수'가 되었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 대회도 역시나 데이터를 쌓기 위해 

모든 과정을 기록하면서 진행했다.

대회 후기로 옮겨 적어 본다.

 

 


 

 

 

전략 수립하기

각 시기별 도전 무게 설정

1월 대회 결과

S 97.5 100 105

B 45 47.5 50

D 105 110 117.5

Total 272.5

 

6월 대회 결과

S 100 107.5 107.5

B 47.5 50 52.5

D 115 120 125

Total 270

 

이상적 시나리오

S 102.5 105 107.5(or 110)

B 50 52.5 55

D 117.5 122.5 125(or 127.5)

 

1차 실패 시

S 102.5 102.5 105

B 50 50 52.5

D 117.5 120 122.5(or 125)

 

1차는 성공하고 2차 실패 시

S 102.5 105 105

B 50 52.5 52.5

D 117.5 122.5 122.5

 

1차도 실패하고 2차도 실패 시

S 102.5 102.5 102.5

B 50 50 50

D 117.5 120 120

 

 

(1차 내지 2차에서 지난 대회 PR+@을 무조건 박아놓고 가겠다는 의지..

마이너스는 용납할 수 없다 🔥️

 

1차 시기 무게는 훈련 때 rpe @8~8.5 나온 중량으로,

성공 시 2차와 3차에서 다양한 전략을 펴볼 수 있는 적당한 무게로 선정했다.)

 

 

동 체급 출전자 정보 수집

1. LiftingCast에서 Roaster 확인

*이후 데드링크가 될 수 있음*

 

(후기를 쓰는 지금은 -52kg에 3명이 있지만, Roaster 발표 났을 땐 김현진 님까지 총 4명이었음)

 

 

2. 출전자별 PR 확인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대회에서 김현진 님이 계체 체중 52.96kg이 나와 -56kg 체급으로 가셨길래, 감량에 실패해서 월체하신 건 줄 알았는데

현진님의 코치님이 쓰신 후기를 보니 선수 평체 관리가 안 된 상황이었고, 무리하게 감량하면 컨디션이 폭락하는 편이라 

적당한 워터컷으로 딱 3%만 날리고 + 월체하고 + 베스트 리프터를 노리는 전략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전략을 짤 때 경쟁자 인스타를 보면서 컷 확인하고 목표 중량 설정했다고...

역시 정보 SO 중요

 

최종적으로 현진님은 토탈 292.5kg에 Dots 352.05로

체급 1위와 베스트 리프터 1위를 모두 달성하셨다 👍)

 

 

 

체중 조절

이번엔 칼로리 계산하면서 먹고 하루 총 섭취 칼로리 제한하는 빡센 식이 조절은 하지 않았다.

8월 중순에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한 이후 입맛이 별로 돌아오지 않고 먹는 양도 줄어서 체중이 53.1kg까지 떨어졌다.

 

2024. 08. 26. 체중 53.1kg

 

6월 대회 끝나고 7~8월에 완전히 팥빙수에 미쳐서 1일 1빙하면서 체중이 급격히 불었었는데 

코로나 걸리면서 운동을 2주 넘게 쉬고 강제 디로드를 해야 했지만 

동시에 식욕을 잃어서 빙수도 뚝 끊게 됐다.

 

6/1 ~ 10/5 체중 트래킹

 

그 이후로 9월 말까지 내내 체중이 53kg대에서 유지되었다.

이 정도면 무리한 다이어트 없이도 대회 직전에 가벼운 워터컷으로 계체 통과가 가능했다.

내겐 지난 세 번의 대회 동안 수집한 체중 데이터가 있으니까,, 하핳

 

 

2024 상반기 파워리프팅 대회 후기 :: 단기간 체중 감량, 워터컷, 컨디션 관리

아직 대회 출전 경험이 많지 않으니 무리한 체중 감량이나 워터컷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나가는 걸 코치님은 추천하시지만,  다이어트 기간 동안 기대만큼 체중이 쭉쭉 줄어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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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중계 오차 범위(0.25kg 정도 덜 나감)를 고려해서

대회 당일 아침에 51.6kg 이하만 만들면 안전했다.

 

D-2

08:57 53.3kg

23:48 53.4kg

 

아공체가 53.3kg가 나왔다.

지난 대회에선 D-2 저녁에 푸룬 주스를 마시고 장을 다 비워야 그날 저녁에 53.3~4가 나왔는데 

이미 아공체로 이 무게가 나와서 

이번엔 푸룬 주스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2시간이 넘도록 누워있어도 잠이 오지 않아 

새벽 3시 반에 수면유도제를 먹었다.

10분만에 잠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오후까지 졸렸다.)

 

 

D-1

09:37 기상 시 공복 체중 52.5kg

10:30 전에 모든 식사를 마침 (바나나, 선식)

11:30 물 한 모금 마시고 이후 단수

19:00 52.3kg, 30분 간 반신욕

19:30 52.0kg

20:00 한 시간 산책

22:48 51.8kg

 

 

D-Day

(일찍 자려고 10시 반에 누웠는데 2시 반까지 잠들지 못했다.

심장이 너무 크게 쿵쿵 뛰었다.

대회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수면유도제는 먹지 않았다.

두 시 반부터 다섯 시 반까지 잔 듯 안 잔 듯한 느낌으로 선잠을 잤다.

그 뒤로도 9시까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무척 애를 썼다.)

 

00:55 잠이 안 와서 테아닌 한 알 마그네슘 한 알 먹었음. 물 세 모금 마심

05:59 51.7kg

07:49 51.6kg 🥳

08:00 지난 밤 사이 자다가 중간 중간 깨서 얼음 네 개 먹음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기립성 저혈압 느낌으로 어지러움

새벽에 한번은 핑 돌았음

09:37 51.5kg

 

대회 당일 오전 9시 37분, 체중 51.5kg

 

아마 그럼 계체 시 공식 체중은 51.75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

 

 

계체

11시 계체 시작인데... 미쳐버려 차 막혀서 늦었다

(아니 내가 늦게 출발한 거지 이 안일한 사람아)

 

네비가 알려준 소요 시간 보고 20분이나 여유롭게 출발했는데도

가는 동안 차가 막혀서 점점 도착 예정 시간 늦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C 잘못 빠져서 돌아가느라 7분 정도 더 지체됐다.

 

도착했더니 내 순번이 이미 지나고 두세 사람 이후 순번 계체하고 있었다

순번을 놓치면 모든 플라이트 계체가 끝나고 차례가 다시 돌아온다

계체 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늦춰져버렸다.

 

계체 전에 꿀 한 입 먹었다 그래봤자 10g? 정도일 거라 

조금이라도 빨리 당을 섭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11:55 계체 체중 52.72

 

계체는 나체로 했다!!

네 번째 대회인데...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계체에서 걸친 게 하나씩 줄어든다 핳ㅎㅎㅎ

 

계체 후엔 수분, 전해질, 영양 보충에 집중해야 해서 

계체 전에 랙 높이부터 재고 

스코어 카드랑 랙 높이 폼 작성해서 제출 완료했다.

 

계체 끝나자마자

바로 게토레이+소금 부터 한 통 때려넣고

바나나 먹고

게토레이 한 통 마시면서

사이사이 젤리랑 양갱 먹었다.

 

신유빈 선수도 경기 중 먹는다는 바나나에 단순당인 꿀 뿌려 먹기

 

제발 빨리 흡수되게 해주세요... 🙏

 

 

대회 쉬는 시간마다 이온 음료와 당 섭취하기

 

 

 

스코어 카드 및 랙 높이 제출

 

트레인트루에서 대회를 주관할 땐 스코어 카드만 쓰지 않고 

벽면에 QR 코드를 인쇄해 붙여놓고, 

선수들이 직접 폼에 멤버십 번호와 랙 높이 등을 입력하도록 안내한다.

 

랙 높이 측정하는 법이나 Rack In Out, Foot Blocks 등에 대한 내용은

여기에 적어뒀음 ↓

 

2024 USAPL Korea Valkyrie Rising :: 파워리프팅 대회 후기 - 下. 올 흰 불로 -52kg 체급 2위 달성 🥈

上. 지난한 계체 준비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단 뿌듯한 대문 사진 박아놓고 시작 ㅎㅎㅎ    드디어 2024년 1월 27일, 대회날이 도래했다 😳아침 공복 체중이 51.4kg가 나와서 별다른 거(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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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트

차분해질 새도 없이 정신 없이 물건 챙기고 있다가  

스쿼트 웜업 시작.

 

95kg까지는 정말 가볍게 쌓아나갔는데 

마지막 웜업인 97.5kg에서 갑자기 좀 무거워졌다.

 

 

 

스쿼트 웜업 97.5kg

 

코치님이 이번에 할 땐 언랙할 때 체스트업이 되지 않고 상체가 깔리듯이 무너진 느낌이었다며,

언랙할 때부터 체스트업에 신경쓸 것을 강조하셨다.

내가 체스트업을 하려다 상체각을 세우는 모습이 나오자 그 둘의 차이점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셨다.

뒤꿈치를 잘 눌러주면서 상체가 자연스럽게 조금 숙여지지만 체스트업이 들어가서 등 상부 근육이 강한 텐션으로 바벨과 하나가 된 상태.

 

 

1차 시기 102.5kg

 

 

2차 시기 105kg

 

"3차 시기 같긴 한데"
"아 좋아요, 네, 거의 4차 시기였어요 지금"

 

역대급 그라인딩 ☠️☠️☠️

 

107.5kg 3차 예정이었는데 기권하는 걸로 바로 제출함.

105에서 rpe 10을 넘어 11이었기 때문에..

3차 시도해서 나쁠 건 없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아보였고 

 

코치님은 2차 인텐션이 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3차 시도해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지만 

일단 첫 마디가 “3차 107.5kg 가실거죠?”가 아니라 

“3차 하실 거예요?” 였기 때문에 

엇 패스할 수 있는 거야???? 고민..

105를 110처럼 했는데 107.5를 내가 자신있게 들어갈 수 있을까? 이미 회의적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 신경계 더 끌어다 쓰지 말고

아껴뒀다가 벤치랑 데드 때 터뜨리는 게 나아보였음

아파서 사려야할 때만 기권하는 줄 알았는데 

전략적으로 기권할 수도 있구나 했음

화성쌤도 3차 성공 회의적이라 

쿨하게 기권 제출함

 

 

 

멀리서 지켜 본 화성쌤 뷰에선 

정말 다 나온다 🥹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과 

깊게 숨을 내뱉으며 더 강한 복압을 준비하는 모습.

그라인딩에서 탈출할 때까지 온 사람들이 얼굴 새빨개지도록 업!!을 외쳐주는 모습...

 

 

 

그라인딩 리플레이 😵

 

 

화성쌤이 전해준 주아쌤의 크아아아아앙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차 시기 Skip

 

"무게를 입력하지 않으면 2.5kg가 자동으로 증량되는데, 전 시기에 성공을 했으면.
아마 워낙 혼신의 그라인딩을 보여줬기 때문에 (스킵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 하고 나서 코치님과 남자친구에게 들은 코멘트인데 

평소보다 훨씬 깊게 앉았다고 했다

리프트 수행할 땐 깊이가 유달리 깊었다고 느끼진 못했는데 

다시 보니 그랬다 왤까

(물론 덜 앉는 것보다야 확실하게 깊이 나오는 게 낫지만!)

 

 

 

줄리아 언니가 전해질 농도 안 맞으면 안 된다고 

꼭 이온 음료만 먹지 말고 물도 같이 마시라고 했다

이온 음료 한 모금, 물 한 모금 번갈아가면서.

스쿼트가 힘들었던 게 전해질 농도 안 맞아서 일 수 있다고 했음

 

 

 

벤치 프레스

혼란한 웜업존에서 또 나만의 명상존 구축

 

 

 

간장게장 큐를 되새기며...

 

52.5kg부터 55kg까지 PR 대축제를 벌이게 해준 "흉추 까뒤집기" 간장게장 큐!!!!

성공적이었던 훈련 때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벤치 걍 다 가벼웠다 ^_^

55도 그라인딩 엄청 짧게 걸리고 바로 무겁지 않게 밀림~~

 

 

1차 시기 50kg

 

 

2차 시기 52.5kg

 

 

3차 시기 55kg

 

얼마나 자신이 있었냐면 

스쿼트 때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가서 

화성쌤, 제근 얼굴 찾고 눈 마주치고 미소 짓고 

세팅 시작함 😊

확신이 있었다!!

 

 

 

데드리프트

 

데드 웜업하는데..

90kg까지는 수월히 들리는 듯 했는데

갑자기 100kg가 안 들림

100kg가???? 100이 안 들린다고??

여기서부터 멘탈이 바사삭

 

화성쌤이 웜업 지켜보고 코멘트 해주신 게

너무 그립을 깊게 잡는다

손끝에만 걸쳐보는 게 어떠냐 하심

민승쌤도 평소에는 내가 호흡 채우고 내려가자마자 잡고 당기기 시작했는데 

오늘 웜업에서는 내려가서 잡는데 오래걸린다 하심

 

이번 주에 손바닥이 아파서 그립이 계속 불편했고 그러다보니 하단에서 여러 번 고쳐 잡거나 세팅이 오래 걸리는 현상이 여러 번 나왔는데 

그 영향인지 대회에서 데드 세팅 루틴이 완전 꼬여버린 것

 

1차 원래 117.5 적었는데 

안전하게 1차 흰 불 박아놓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안전하게 102.5kg로 바꿈

무조건 무조오오건 당길 수 있는 무게로.

 

바꾸기 전에 코치님께 무게 낮춰도 아직 순위권이냐고 물어봤다.

원래 하려던 것보다 15kg나 빼는 거라 그럼 순위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체급 1등 놓치지 않으려면 최소 얼마를 들어야 하는지 알면 

거기까지는 악으로 깡으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체급 순위를 물어봤는데 

쌤이 원래 전략대로라면 베스트리프터 2위를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

애초에 순위권에 들 거라 생각도 안 했어서 

코치님들이 베스트리프터 순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언급하면 너무 신경 쓸 것 같아서 일부러 묻기 전까지 말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컨디션에 베스트리프터? 

전혀 욕심내지 않았던 부분인데 

웜업이 순탄해서 전략대로 진행했다면 베스트리프터 순위 경쟁 의식했겠지만 

지금은 베스트리프터고 뭐고 데드에서 한 번의 시기라도 일단 성공을 받아놓는 게 중요했다.

(세 번의 시기 모두 실패 판정을 받으면 그날의 대회 기록 전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 Bomb out)

미련 없이 적당한 무게로 낮췄다.

 

 

 

1차 시기 102.5kg

가볍게 성공하면 112.5 쓰려했는데

102.5에서 루틴 돌려놔야한다.

이 생각만 하면서 

다른 큐잉 다 지우고 

무조건 땡긴다 무조건 힘껏 땡긴다만 새기면서 들어감

 

그립 너무 신경쓰지 않고

손가락에만 걸고 당기자.

 

 

 

들긴 했는데 막 가볍진 않았음

2차는 110 씀

 

1차 들고 나와서 바로 107.5 들어봤는데 

또 띄우지도 못하고 주저앉음

아 망했다 왜 이러냐 망했다

 

 

2차 시기 110kg

2차는 하체로 바닥 미는 것만 생각하면서 들어감

무조건 삼점지지, 바닥만 밀자 하체 힘 주고 바닥에서 띄우고 하체로 바닥 밀자

 

 

"제가 이 선수 중계를 전에도 했었는데, 그 때 기억나는 모습이 굉장히 침착했던 거였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올라와야 돼요, 올라와야 돼요, 올라와야 돼요, 올라와야 돼요, 올라와야 돼요, 올라와야 돼요, 올라와야 돼요!"
"좋아요, 이게 속도는 느리지만 본인 템포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깔끔하고요."
"맞습니다. 자칫 저렇게 원하는대로 속도가 안 올라왔을 때 좀 주춤하는 경우가 있는데, (...)"
"발바닥으로 밀었어요."

 

 

루틴은 얼추 돌아왔는데

예전에 있었던 습관이 다시 나옴

무게중심이 뒤꿈치로 샌 것

그래서 띄우는데 잘 안 떠서 허리를 말아버렸고

뒤로 빠지면서 힘 쓰기 전에 무릎이 펴져버림

전족부를 제대로 안 밟은 것

 

다들 못 들 줄 알았다는데 

진짜 어거지로 들었음

하강 나올까봐 긴장하면서 절대 바벨 안 내릴려고 애쓰면서 성공해냄

 

3차는 115랑 117.5에서 고민하다가 

115를 쓰고 무게 변경할지 말지 이따 다시 정하기로 함

준비하면서 아 그래도 117.5 들고 싶은데 하는 맘이 불쑥 불쑥 올라왔지만

아니다 참자 오늘 컨디션 보면 115 드는 게 낫다 하면서 무게 변경 안 함



3차 시기 115kg

들어가기 직전에 전족부 감각 활성화 하려고 

뒤꿈치 들고 봉 당기기, 뒤꿈치 들고 제자리 높이 뛰기 몇번 함

들어가서

진짜 심호흡 가다듬고 

남은 초 스윽 보고 

발바닥 삼점 다시 느끼면서 

호흡 채운 다음 들기 시작함

 

 

 

띄웠는데!!!

락아웃 지점까지 다 와서 또 엉덩이가 안 들어감

세컨풀에서는 상체 끝까지 당기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락아웃까지 가볍게 되는데 

온 신경이 바닥 잘 누르는 데에 가 있어서 

띄우고 나서부터 빠르게 당기기가 어려웠음

 

스파터 분이 뒤에서 엉덩이만 넣어!!!! 엉덩이만!! 엉덩이만 넣어!!!!! 했는데 

진짜 최선을 다해 엉덩이 넣으려고 해봤는데 

쥐 날 때까지도 엉덩이가 안 들어감 ㅠ 

진짜 조금만 더 넣으면 됐었는데ㅠㅠㅠㅠ 

 

결국 내려놨는데 

둔근이 파업해서 

다시 일어나기가 어려웠음

어기적 어기적 무대 밖으로 나왔는데

중둔근이 완전 뭉쳐서

테이블에 기대있다가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음

 

와.. 일단 계단 쪽으로 가서 앉아서 둔근 저린 거 풀리길 기다림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너무 분하고...

125 들려고 준비한 대회인데

115도 못 들고 나오다니 진짜 어이가 없고..

 

 

--- 여기까진 3차 끝나자 마자 썼던 후기였고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다시 훈련 일지와 대회 영상을 쭉 다시 보면서 드는 생각은

'왜 내가 마치 데드 120kg 이상 성공을 떼어 놓은 당상처럼 굴지?'

 

마지막 주차에 굉장히 좋은 컨디션으로 스쿼트를 수행할 때에도 

102.5kg가 @8.5였지만 105kg를 @10으로 성공했고, 재시도에서는 실패했다.

그리고 대회에서 105kg 그라인딩이 더 오래 걸렸고 간신히 성공했다.

6주간의 기록에서 e1RM이 가장 높은 시기를 계산해봐도 106.5kg가 나온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107.5kg를 유일하게 딱 한 번 성공해봤으며 

그마저도 까마득히 먼 1월이었다.

대회에서 스쿼트 2차 105kg에 3차 수준의 rpe가 나오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마찬가지로 데드리프트 훈련 기록을 살펴보면 

6주간의 모든 기록을 통틀어 e1RM이 115kg에 미치는 경우는 딱 한 번에 불과하다.

그날 117.5kg는 들다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고.

막판 기록은 대부분 112kg 정도가 최대치다.

아무리 화요일에 스쾃, 벤치를 연달아 해서 신경계가 털렸다고 할지라도 

목요일에 가서 110kg를 @10으로 들고 온 게 엄청나게 충격적일 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9.5 정도 나올 게 충분히 회복이 안 되어서 @10으로 나온 것 정도였을지도.

 

"지금까지 데드는 대회에서 늘 훈련 때보다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로 기록을 내고 왔다"는 사실 하나에 기대기엔 여전히 변수가 많고,

117.5kg라는 1차 시기 중량 설정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들 수 있는 무게'라든가 'rpe @8~@8.5'라는 기준으로부터 정한 게 아니라,

'122.5kg 이상은 들고 오고 싶으니까 역산해서 1차를 최소 117.5kg를 들어 놔야 만족스럽게 2, 3차 중량 설정을 하겠다'면서 정한 중량이었다는 게 정확하다.

 

"115kg도 못 들고 오다니 말도 안 돼. 억울해!! 분해!!"라고 씨익씨익댔지만

최근의 훈련에서 115kg를 한 번도 들어낸 적 없으면서 그걸 갑자기 대회에서 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았나,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112.5kg가 적절한 3차 중량이었다,

라고 하는 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줄 수 있는 코멘트일 것 같다.

 

 

 

"나는 나 자신과 싸운다!!"
"몇 초... 몇 초 했나요? 지금 거의 한 이십 초!!!"
"굉장한 그라인딩이었어요!"
"예, 미쳤습니다 진짜"
"정말 멋지네요, 이게 파워리프팅이죠."

 

 

그러니까 이 멋진 해설을 

겸허하게, 그리고 뿌듯해하며 받아들여도 괜찮을 것이다.

 

 

 

시상식

 

결과

S 105kg
B 55kg
D 110kg

Total 270kg

 

-52kg 체급 1위 달성!!! 🥇

 

 

 

네 번의 대회 올포디움이라는 사실 ✌️

그리고 🥉🥈🥈🥇 차곡차곡 메달 색깔 바꾸면서 올라왔다!!!

 

이번에도 남겨가는 가족 사진

 

아침부터 허둥지둥 하는 날 챙겨준 Julia 선배와...🥰

 

정말 무한히도 감사한 사람들 🥹♥️

 

 

아니 남길 수 없는 회고

벌써 네 번째 파워리프팅 대회 출전 🏋🏻‍♀️

근데 또 무대에 오르는 마음이 불안하고 확신이 없기는 (벤치 빼고 핳ㅎㅎ)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심했다.

그간 큰 고민 없이 그냥 앉았다 일어나면 됐던 스쿼트가 이번 훈련 때 갑자기 복잡하게 느껴지고, 테크닉적으로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 데드는 웜업에서 100kg가... 100kg가(?!?!???!!!?!) 들리지 않아서 멘탈이 완전 파사삭 깨져버렸다. 데드 루틴이 이렇게나 꼬여버린 것도 처음이었다.

인생 그라인딩을 두 번이나 하면서 또 많은 분들 목청을 높이게...
그 어느 때보다 스파터 분들의 응원을 생생하고 빡세고 아주 길게 들은 날이 아니었나

오버슈팅이 이렇게 치명적인 거구나
휴식이 너무 너무 중요하구나
신경계가 털리고 회복이 오래 걸리는 게 이런 거구나
세상 겸손해지는 경험이었다 허허
코치님 몰래 PR 찍먹하는 거 그만할게요... 🤢

데드 125 들려고 마음 먹고 나온 대회인데 115를 실패하고 가다니 너무나 분하고 당황스럽지만
벤치 55에 확신을 가지고 들어가서 가볍게 성공했다는 점은 정말 큰 수확이자 보람찬 경험이었고
훈련만큼이나 휴식과 수면에 좀 더 노력을 들여야겠다는 큰 각성,
대회 전략의 가변성은 예상 범위를 훨씬 벗어날 수도 있으며, 그럴 때의 욕심과 자존심은 과감하게 접어둘 필요도 있다는 것까지.
그리고 대회장에 여유의 여유를 남기고 도착하자는 다시 한 번의 새김도...
얻어 가는 것과 버리고 가는 것이 정말 많은 대회였다.

그리고 드디어 체급 1등!!!! 🏆 크아아앙!!!!!!

 

 

그리고 민승 코치님의 격려까지 👏

영록님 USAPL -52kg🥇축하드립니다 !!

분야를 막론하고
운동이 아닌 훈련을 하며
초급자를 넘어 중급자가 되었을때
중급자를 넘어서 상급자가 되어갈때

그때 비로소 이전과는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해도 하는대로 늘고 성장이 이어졌다면
이제는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하고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를 더 자세히 더 정확하게 세팅해야하며
훈련 외적인 영양과 휴식의 적극적인 변화를 도모해서
아예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달라져야 함을
그래야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과정이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영록님이 그 과정을 잘 인지하고 깨닫고 심지어 즐기고 계시기에
이번 대회 만족스러운 부분과 앞으로 개선해나갈 부분이 있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내년 초엔 big PR 드루갑니다🔥🚀🤩

 

 


 

 

다음 대회는 겨우내 내공을 갈고 닦아 

봄이 올 때쯤 출전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