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토닥토닥 비 오는 날, 경주 시내 뚜벅이 여행

2016. 8. 23. 12:40국내여행/2016 강원∙경주

2016. 07. 04.

 

고분군을 지나면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사둔 비옷을 꺼내 입었다.

 

크크킄 비옷 폴랑폴랑

 

대릉원에서 천마총은 해설을 부탁해 들을 수 있었다.
무덤의 주인이 밝혀지면 ~왕릉, 그렇지 않으면 ~총이라고 부른단다.
그러니까 황남대총과 천마총 모두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무덤이라는 것.

또 금관은 꼭 왕만이 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성인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용, 어린이용도 있었던 것을 보아 왕족이면 금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아아 권세가 좋긴 좋구나
무덤이 우리 집보다 넓으네

천마총에서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거기서 더 올라가면 첨성대와 계림이 있다.

 

첨성대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왔을 때 본 기억이 난다.
돌이 360개인가... 대략 1년에 가까운 수라고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362개라 한다.
그리고 또, 살짝 기울어져 있다고!
근데 이번에 첨성대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저 정도 높이라고 하늘하고 얼마나 더 가까워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천문 관측 기구가 설치된 것도 아닌데 이게 어떻게 천문대의 역할을 한 거지?'
바로 검색을 해보니, 맨 꼭대기의 사각형이 각각 방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쪽에 난 구멍은 춘분과 추분, 태양이 남중했을 때 빛이 바닥을 비추는 것을 통해 절기를 알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계림은 살짝 들어가봤는데 흙길이라 온통 땅이 질퍽질퍽해서 앞쪽만 스윽 돌아보고 나왔다.
계림은 김알지의 알이 발견된 숲!
계림에서 나와 경주교촌마을 쪽으로 걸어가는 길 옆은 발굴조사 현장이었다.
울타리에 홍보 만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오 1차 반전은 거기 나온 캐릭터가 진짜 발굴된 유물이었던 것!
그리고 2차 반전은 그 유물을 발견한 주인공 캐릭터가 실제 고고학자이고, 나이는...나이는... 23살...
나는 유물을 구경하고 있는데 또래는 그 유물을 발굴했구나..

 

어쨌든 교촌마을!
교촌치킨은 여기가 아니라 대구에서 시작한 것이고, 여기 교촌마을과는 상관이 없다.
교촌마을엔 99칸 대저택 최부잣집이 있고, 유명한 교동법주도 판매한다. 한과나 음료를 파는 집도 있고, 한복장인, 도자기장인 등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가게도 있다.

 

생각 없이 걸어가다 약과를 판다는 말을 듣고 냉큼 문을 두드렸다.
한 할머니 한 분이 나와, 장사는 끝났지만 약과는 꺼내줄 수 있다며 답해주셨다.
예이!!! 수제약과라고 한다!
명절 때 먹는 주전부리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약과인데, 공장에서 만들어낸 약과는 할머니댁에서 먹던 그 맛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런데 여기서 만든 약과는... 하 약과마저 탑을 갱신하는구나.
너무 달지도 않고, 씹히는 식감도 좋으면서 계피향도 은은하게 난다. 크으! 많이 사길 잘했다!
(나중에 아메리카노랑 같이 먹었다. 짱짱맛)

그리고 이 집은 마당에 유물인 석등이 있어서 가게 이름도 '석등있는 집'이란다.
마음껏 구경할 수 있게 해주셨다.
정원도 인위적으로 손질된 느낌보단 자유롭게, 하지만 나름 깔끔하게 풀들이 자라고 있어서, 낡은 기와집과 잘 어울렸다.
또 비 내리다 그친 날이라 운치까지 더해져 정말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