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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Tagebuch

[독일 교환학생] 폴란드항공 L098 인천 - 바르샤바 경유 - 프랑크푸르트


새벽 4시 4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올 오빠를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해가 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더니 해가 떠올랐다. 타임랩스를 찍고 싶었지만,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야 해서 몇 초 찍지도 못하고 포기해야했다. 출발하는 날부터 날이 맑으니 예감이 좋았다.






폴란드항공은 H, 중앙에서 조금 왼쪽에 있었다. 짐이 무거우니 일찍 부쳐버리고 좋은 자리도 선점하고 싶었는데, 8시부터 카운터를 연다고 하여 기다려야 했다. 그틈에 두통약을 사서 먹고, 한 층 올라가 아침밥으로 쌀국수도 든든히 먹었다. 8시가 되기 직전에 카운터 앞으로 돌아와 줄 설 준비를 했다. 오빠의 선견지명이었다. 우리 앞으로 서너 팀이 벌써 와있었는데, 줄 뒤에 선지 5분도 되지 않아 줄이 낭창낭창 길어졌다. 일찍 줄을 선 덕에 가운데라인 복도 자리를 택할 수 있었다.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누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오빠였다. 그새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혹시 내 가방에 있지는 않은 지 찾아봐달라고 했다. 방금까지 눈물 뚝뚝 흘리며 헤어졌는데, 1분만에 이 난리라니, 누가 보면 코미디 찍냐고 했을 거다. 짐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지도,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일단은 나에게는 없으니 들어가야겠다, 하며 짐을 다시 챙기려는데 오빠 핸드폰에서 연락이 왔다! 으이구, 가방 한 쪽에 넣어놓고선 늘 넣던 자리가 아니라서 못 찾은 거였단다.






후다닥 짐 검사를 받고선 엄청 뛰어 셔틀을 탔다. 내려서도 게이트까지 또 뛰어야 했는데...... 엄청 뛰었는데...... 게이트 앞이 조용했다. 지금쯤이면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어야 맞는데? 짐 싣는 게 오래 걸렸는지 어쨌는지, 약속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더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 들어가서도 삼십 분 더 있다가 이륙해서 결국 한 시간 반이나 지연 출발한 셈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륙이 늦춰진 덕분에 친척들과 친구들한테 떠난다고 안부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폴란드항공 L098. 폴란드 국적기라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괜찮다는 평을 많이 보았다. USB 충전도 가능하고, 한국어 자막 지원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도 몇 편 제공하고 있었다. 자리도 널찍하고! 승무원 중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분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어 안내방송도 나온다. 하지만 알아듣기가 엄청 엄청 엄청 어려웠다. (마일란 교수님 난이도...;-;)






아쉽게도 한국 영화는 네 편 뿐이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포스터가 정말 작아서 눌러보기 전까지는 무슨 영화인지 바로 알기는 어려웠다. 한국영화 말고도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영화가 있었다. 다만 모든 영화가 한국어 자막 지원이 되는 건 아니라서 그건 좀 아쉬웠다. 열심히 골랐는데 자막 없고.






왼쪽부터 '공조', '조작된 도시', '소리', 그리고 '뷰티 인사이드'.






기내식은 총 두 번 나왔다. 첫 번째 기내식은 한국식/서양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서양식을 택해서 먹었다. 당연히 기내식에는 큰 기대를 걸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 속 기준이 좀 높았나보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먹을 만한 맛이었다.


승무원들이 카트를 밀고 다니며 음료를 주기도 하지만, 꼬리 쪽으로 가서 직접 음료수나 간식을 가져다 먹을 수도 있었다. 원하는 만큼! 초코바도 진짜 맛있었고, 배가 안 고파서 먹진 않았지만 신라면도 무한 제공하고 있었다. 오렌지 주스도 익숙한 맛. 하지만 토마토 주스 맛은 좀 충격이었다. 몰랐는데 한국에서의 토마토 주스는 설탕을 엄청 넣은 거였는지, 여기서 마신 토마토 주스가 진짜 엄청 짰다. (폴란드항공 뿐만 아니라 루프트 한자의 토마토 주스도 짠 걸 보면 이쪽 토마토 주스가 으레 짠 건가보다.)






두 번째 기내식. 빵 한 입 먹고 나서야 생각나서 사진을 남겼다. 허허허허... 햄이랑 야채를 그냥 먹는 것보다 빵 사이에 껴먹으니 더 맛났다! 고기 맛은 괜찮았는데, 디저트가 조금 아쉬웠다.


옆자리에는 여행사를 끼고 유럽 여행을 떠나느 할머니 두 분이 앉으셨다. 옥수수를 삶아오셔서 내게도 하나 건네셨는데, 이런 소소한 정이 참 기분 좋았다. 비행기가 한국인으로 북적이는 통에 비행기가 이륙하고 한참이 지나도 한국을 떠난다는 사실이 도통 와닿지 않았다.






전체 비행 시간 중에서 1/4은 팩맨 하는데 쓴 것 같다. 다른 게임들은 시시했는데 팩맨이 은근히 중독성 있어서, 집요하게 시도하다가 결국 하이스코어를 갱신했다!






게임은 리모컨을 사용해서 하면 된다. 게임기처럼 붙잡고! 쪼매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멀미가 살짝 나지만 그래도 시간 때우기에는 아주 좋은 것 같다.






막판에서야 알게 된 ★꿀팁★!


하 정말 이걸 몰라서 불편하게도 왔다. 머리 받침대 양쪽을 당기면 한국 우등버스처럼 머리가 기우는 걸 받칠 수 있게 된다. 목베개가 없어도 편하게 잘 수 있는 거다. 앞 사람 머리 받침대가 이상하게 떠 있어서 내 것을 만져보다가 와이어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이게, 돌아갈 때는 목 안 아프게 편히 잘 수 있겠다.






바르샤바 공항에서 경유를 하려고 내렸다. 엄청 빨리 내려서 이동하는 길에 화장실이 있길래 들렀다가 나왔는데, 그러지 말았을 것을 그랬다. 알고 보니 경유하는 이곳에서 짐 검사를 하는 거였다. 화장실에서 짐도 정리하고 옷도 깔끔지게 갈아 입는다고 시간을 많이 쓰고 나왔더니, 그 사이에 모든 승객이 다 내려서 짐 검사 줄이 무지하게 길어져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도 원래 폴란드 항공을 타고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루프트한자로 바뀌어있었다. 항공사들에도 계열 같은 것이 있어서, 같은 계열 안에서는 항공기를 대체하기도 한다는데 그런 건가. 시간도 조금 늦춰져 있었다.






게이트 앞엔 다리를 올리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남은 경유 시간동안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충전도 가능했고, 공항 와이파이도 쓸 수 있고!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카카오톡만 되지를 않아서 가족한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페이스북 메시지는 잘만 갔는데. 그래도 와이파이는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을만큼 빵빵했다. 바르샤바까지 오는 비행기가 지연되었던 탓에, 4시간이었던 대기 시간이 2시간으로 줄었다. 다만 나중에 돌아갈 때는 대기시간이 2시간이라 비행기가 늦게 뜨면 안 되는데......






두 시간 좀 안 되게 비행하는 두 번째 탑승. 바르샤바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 훅 몰려왔다. 앞뒤좌우 사방팔방 외국인 뿐이었다. 아니, 이제 내가 외국인이겠지. 이방인이 되어 홀로 앉아있는데 그 사실이 너무 낯설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눈치가 보이고 불편했다. 영화 '겟 아웃'에서 흑인이 혼자 백인들에게 둘러싸여있으면 불편함을 느낀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여기서야 비로소 그 불편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그 스트레스를 늘 안고 살아야 한다면 정말 트라우마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까보다는 좁은 자리. 그래도 나는 키가 작고 다리가 길지 않아, 그리 불편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긴 다리를 좁은 공간에 구겨 넣느라 무척 불편해보였다. 키 작은 게 이럴 땐 좋다. 사실 엉덩이를 의자 뒤까지 당겨 앉으면 바닥에 발이 안 닿는다. 이건 불편하다.






두 시간 비행인데도 간단한 샌드위치를 챙겨준다. 하지만 기분이 다운된 상태여서인지, 생체 리듬이 이상하게 되어버려서인지, 아니면 진짜 맛이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먹다 남겼다. 음료수도 토마토 주스를 골랐다가 또 짠 맛에 봉변을 당했다.






짐도 무사히 찾았다. 내 짐이 제일 먼저 나왔다. 아, 바르샤바는 영어로는 'Warsaw'다. 버디랑 전에 이야기하면서 바르샤바가 나온 적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짐 찾는 곳에서 도대체 모니터에 바르샤바가 어디있는 건지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을 거다.






다음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괴팅엔을 가려면 플릭스버스를 타야 했는데, 정류장이 Terminal 1이 아니라 Terminal 2였기에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도합 30kg가 넘는 짐을 끌고 'Terminal 2' 글자만 찾으며 움직였더니 어느새 열차 앞까지 오게 되었다. 이거 타면 되나 불안을 안고 열차에 올랐지만 Terminal 2에 잘 내렸다.


오히려 플릭스 버스의 정류장을 찾는 게 난관이었다. 인포에 물어보고 어디로 가는 지를 듣긴 했는데, 막상 밖으로 나가니 서울역 앞 정류장 대로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일단은 그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으니, 실내 테이블 의자에 앉아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그 와중에 항공사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가 앉은 테이블, 내 앞자리, 내 옆자리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엄청 부담스러웠다. 예전에 학관에서 밥 먹을 때에는 다섯 명이서 내 양쪽, 앞쪽, 앞쪽의 양쪽에 모여 앉아 나를 둘러싸고 앉아 이야기를 나눠서 진짜 당황스러웠는데, 딱 그 기분이었다.


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갔다. 버스 하나 타는데도 여러 사람의 친절과 도움을 받았다. 플릭스 버스 티켓 종이를 들고 당황스럽게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도 버스를 타니 따라오면 된다고 말해준 여자, 바닥이 찢어져 끌리지도 않는 이민 가방을 들고 낑낑대는 나를 보더니 그걸 번쩍 들고 버스까지 가서 실어준 아흐마트. 아흐마트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간단하게 서로를 소개했는데, 그가 이별 인사로 포옹을 하며 볼에 키스를 쪽! 했다. 이것이 유럽의 문화인 것인가.... 당황하지 않은 척 웃으며 헤어졌지만 속으로는 진짜 깜짝 놀랐다.






플릭스 버스에 오르니 공기가 후덥했다. 에어컨을 안 트니까. 정류장에 설 때마다 잠깐 불을 켤 뿐, 사람들 자라고 불도 끈 채로 달렸다. 의자를 뒤로 젖혀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어서 조금 불편하게 잤지만, 14유로로 이동하는 거라 생각하면 다 감수할 수 있었다. 






열한 시 반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탑승하여, 괴팅엔에는 새벽 세시 반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름 밤 맞아 이거? 진짜 진짜 추웠다. 바깥 날시가 겨우 9도밖에 안 되었다! 와. 턱이 덜덜덜 떨리고 윗니와 아랫니가 진동하며 부딪혀 딱딱딱딱 소리가 났다. 입에서 김도 났다. 패딩을 가방 맨 위에 넣은 과거의 나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잽싸게 오리털 패딩을 꺼내 입었다. 8월이 지난 지 27시간 만에 겨울 패딩을 꺼내입다니, 상상도 못했다 정말.


이 밤 늦은 시간에 버디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끌리지도 않는 이민가방을 나르다시피 해서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버디 덕에 택시에 전화를 걸어 기숙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기본 요금조차 아까울 가까운 거리였는데, 얼마가 나온 줄 아나. 유럽에서 택시타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직접 돈을 내려니 진짜 비싸구나 실감했다. 10유로가 나왔다. 택시를 5분도 안 타고 만 삼천원을 낸 거다. 하하핳ㅎㅎㅎ


엄밀히는 9.40유로가 나왔다. 가는 와중에 여기도 팁 문화가 있나, 팁을 주는 게 맞는 건가 엄청 고민을 했다. 일단 10유로를 내고 조마조마하게 있었는데 기사님이 거스름돈을 안 주길래, 아 거스름돈은 팁으로 주는 건가 하고 잠자코 내렸다. 60센트면 700원 정도인데, 기사님 표정이 그닥 좋지 않아서 이거 너무 적은가 싶기도 했다. 내려서 버디한테 내가 팁 맞게 준거냐고 물었는데, 처음엔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엔 팁 문화가 없어서, 내가 팁을 주는 게 맞는지, 저 정도 주면 충분한 건지 재차 물었더니 그제서야 버디는 질문을 이해하고, 한국에 팁 문화가 없다는 것 놀라고, 방금 정도면 적절했다고 대답했다.


이 밑도 끝도 없이 낯설기만한 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있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다. 나로 인해 무척 고생하는데도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는 그에게 무척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