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제 박인환문학관과 인제산촌민속박물관

2016. 11. 29. 23:43국내여행/2016 강원

2016. 10. 02.


박인환문학관

* 박인환문학관과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은 붙어 있으니 둘 다 볼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군부대가 있어 군인이 많은 인제 시내 사진관은, 모든 예시 사진이 군인들로...

숙소도 외박 나온 군인들이 많았는지, 방 딱 하나가 남아있었고, 우리 가족이 들어가자 바로 '만실' 팻말이 걸렸다.

홀에서 군복을 많이 봤다!


어쨌거나 밤중에 계획을 착착착 짜서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자마자 근처에 있는 박인환 문학관으로 향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갈만한 곳들이 모두 실내 전시관이라 다행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아침, 박인환 문학관.

입구에는 엄청난 존재감을 뿜는 박인환 시인의 동상이!

박인환 문학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박인환 시인의 전신 판때기... 전신 판넬이 맞이한다.


<모더니스트 시인들의 아지트, 마리서사>


이곳은 '마리서사',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서점이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숱하게 봤던 시인들, 김광균, 김기림, 오장환, 정지용, 김광주, 김수영 등의 시인·소설가들이 자주 찾은 곳이었고,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이 일어난 발상지였다고 한다. 19세기 세계사에서 노조 결성과 사회주의의 보급에 카페가 대단히 중요한 공간이었던 것처럼, 한국 문학사에서 '마리서사'가 모더니즘과 관련하여 그러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여가를 즐기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카페를 찾았던 것처럼, 마리서사 또한 박인환 시인의 정신적 의지처 역할을 한 것을 보면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공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알 수 있다.


<예술가들을 휘감았던 명동의 술집, 포엠>


조앤 K. 롤링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해리포터를 완성했듯, 명동백작 문학가들은 펜과 종이를 들고 술값이 싼 포엠을 찾은 모양이다. 그 와중에 박인환은 가난했지만서도 패피였다고! 가난했어도 옷만큼은 어디서 좋은 원단의 양복을 구해다 입고, 계절마다 외투도 다르게 입었단다.


<문인들의 교류지이자 예술적 집합 장소, 봉선화다방>


앗, 카페 역할은 마리서사보다 다방이 더 적절한가? 이 봉선화다방은 (내가 좋아하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고 한다. 시낭송의 밤, 출판기념회 등을 열기도 하고 그림 전시회, 시화전, 작곡 발표회, 심지어는 해외 진출 예술인 환송 모임이며 귀국보고회까지 개최했다 하니, 그 시대의 공상온도인 셈이다.


<박인환과 버지니아 울프, 모딜리아니, 장 콕토>


제목을 좀 잘못 지은 거 아닌가?

박인환 시인이 더 후대 사람인데, 마치 언급된 문학/예술가들이 박인환 시인과 동 시대 혹은 후대의 사람인 것처럼 해석되게 써 놓았다.


<세월이 가면 노래가 만들어진 명동의 막걸리집, 은성>


이명숙 씨가 운영하신 문인들의 아지터였다고 한다. 연기자 최불암 씨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최불암 씨가 유명해도 그렇지 여기선 이명숙이라는 이름이 더 중요한 것을, 계속 '최불암의 어머니'라고 기술하고 있어서 설명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어쨌거나 박인환 시인이 밀린 외상값 대신으로 가게 주인의 슬픈 인생사를 시로 지었고, 옆에 있던 작곡가 이진섭에게 작곡을, 근처에서 술 마시던 가수 현인을 불러다 노래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세월이 가면'이라고. 가게 주인인 이명숙 씨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밀린 외상값 안 갚아도 좋으니 제발 그 노래만은 부르지 말아 달라 애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고 한다.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니 노래를 듣는데 좀 더 감정이 실렸다.


전시관의 끝 부분에선 박인환 시인의 일생을 다양한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실도 있다.

천천히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니, 쌩하고 앞서 갔던 채환이는 도서실에서 만화를 읽고 있었다.


박인환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목마와 숙녀'에서 '목마'를 따와 정말 목마 형상의 아주 아주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두었다. 하지만 안에 비치된 책은 상태가 엉망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박인환문학관 바로 옆에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이 붙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들을 중간 중간 써놓아서 별로였던 것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난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다. 이게 단순히 광복 직후 서울 명동 거리를 재현한 것이었다면 어설프고 별 거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박인환 시인의 인생사를 녹여내고 설명을 읽으면 그 당시 그 모습이 생생하게 상상되도록 잘 풀어놓아서 몰입과 집중이 잘 되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



역시 내 취향은 농사보단 문학 쪽인 듯.... ㅎ



부모님과 함께 하는 박물관 견학의 좋은 예!


 


박인환문학관이든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이든

관람시간은 09:30 ~ 18:00, 입장은 마감 30분 전이다.

휴관일은 1월 1일, 설날 및 추석, 공휴일 다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