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글과 글씨와 사람들, 인제 만해마을

2016. 11. 30. 18:00국내여행/2016 강원

2016. 10. 02.


만해마을



채환이에게 한용운에 대해 알려 줄 기회이기도 하고 나도 가보고 싶어서 다음 행선지는 이곳으로 정했다.



만해마을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길게 서 있는 평화의 시벽.

숱한 한국의 문인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의 이들에게 시를 받아 벽에 전시해 둔 것이다.



시의 개수도 너무 많아서 다 읽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시를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스윽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시벽이니 시를 감상하는 것보다 평화에 대한 메시지로 가득한 벽이라는 것에 더 의미가 있겠지.



비에 젖은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경관우수건축물이라는 만해문학박물관이 있었다.



만해 한용운 상



참 독특한 서체라서 찍다. 판본체를 쓸 때 붓을 흔들흔들 하면서 쓴 것 같은데, 자소가 일정하게 나타난다.

엄청난 연습을 하셨겠지! 멋지다!



본격적으로 전시관에 입장하니, 한용운의 유명한 시인 '님의 친묵'으로 만든 병풍이 한쪽에 전시되어 있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다른 한쪽 벽에는 한용운의 일생을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의사로서, 종교인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조선일보를 거쳐간 많은 이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푸른 오월>이나 <사슴>과 같은 시를 고등학교 때 접하면서 '노천명'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여자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반대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자였던 문인은 《봄봄》의 작가인 김유정!

나도 내 이름으로 오해를 많이 받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듣고 성별과 곧잘 연결해서 생각하다 놀랄 때가 있다.

아무튼 노천명은 친일 시인인데 친일에 대한 이야기는 입도 뻥긋 안 해놓았다.

검색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뻔 했다.



2층에 올라가 서예 전시를 관람하는데, 한쪽에는 다양한 이들의 친필로 적은 시가 게시되어 있었다.

서예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게 서체라서 이쪽에 더 관심이 갔다.

그 와중에도 가장 낯선 형식의 필기체! 나도 영어 이렇게 독특한 필기체로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