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 & 강릉 등명락가사

2016. 12. 12. 00:25국내여행/2016 강원

속초 중앙시장


그 유명한 속초 닭강정 사먹겠다는 한 가지 이유 만으로 속초에 갔다. 중앙시장이 가까워지자 도로 통행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개미떼 줄 지어 가는 듯한 차들을 보면 표지판 하나 없이도 중앙시장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더 사람이 몰린 듯 했다. 중앙시장 앞에선 주차는 고사하고 잠시 정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주차장도 만차였다.

정말 일행 놓치기 쉬울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던 중앙시장!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 도시 간의 모습이 비슷해진다는데, 요즘 보면 비슷이 아니라 아주 똑같다. 전주 거리에서 파는 3000원짜리 주전부리를 명동이나 홍대에서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처럼, 제주 동문시장의 명물이라던 대게고로케는 여기 속초 중앙시장에서도 똑같이 팔고 있었다.


만석닭강정이 가장 유명세를 타는 모양이었지만, 그 줄 기다리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재빠르게 다른 매장의 닭강정을 사서 시장을 빠져나왔다. 우리가 먹은 건 '속초 상황버섯 닭강정'이었다. 새우강정과 닭강정을 둘 다 팔았는데, 새우강정은 처음 먹어보는 거라 큰 걸로 바로 사기 걱정스러워서 작은 컵 사이즈로 사고, 닭강정은 박스로 샀다. 보니까 만석닭강정 뿐만 아니라 많은 닭강정 집들이 판매용 작은 매장을 따로 마련해서 주문을 받고 본 매장에서 가져다가 팔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산 이 닭강정 집도 그랬다.


닭강정은 강정이라서 뜨끈뜨끈하게 막 나왔을 때보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더 바삭하고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따뜻할 때 조금 집어먹고 밤에 숙소에서 야식으로 깔끔하게 클리어했다!




정동진 바다와 폐철길


간첩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설치했다는 무시무시한 철조망! 강릉역이 잠시 문을 닫았기 때문에 강릉역과 정동진역 간의 철도는 지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 아빠는 멋진 경관이 나오면 일단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구경하게 해주신다. 크!




등명락가사와 신비한 붉은 약수



정동진역에 닿기 전 저번엔 보지 못했던 절 하나를 발견해서 잠시 들렀다. 돌계단이나 각종 석장식, 단청을 보아하니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딱 보였다. 그런데 너무 반들반들하고 새 것 티가 나서, 왠지 모르게 사이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유구한 역사도 있고 전설도 있는 사찰이었다. 


디지털강릉문화대전_등명락가사

디지털강릉문화대전_등명사와 왕의 안질


이곳에서 이 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참고문헌이 현대 출판물이길래 고전에서 찾아보고 싶어 DB를 뒤져보았다.

한국사데이터베이스, 한국고전종합DB에서 찾아봤는데,


暮年謝辝亰輦於江陵郡 今冥州也創水多寺居焉.

만년에 서울을 떠나 강릉부(江陵府)에 수다사(水多寺)를 창건하고 살았다.

─ 『삼국유사』 제4권, 제5 의해, 자장정률(慈藏定律), 「만년에 문수보살에게 버림받고 죽다」


등명사(燈明寺) 부 동쪽 30리에 있다.

○ 이곡의 〈동유기〉에, “등명사에 와서 해돋이를 보았다.” 하였다.

○ 김극기의 시에, “쇠줄친 길이 벽련봉(碧蓮峯)을 둘렀는데, 겹 누각 층층 대가 공중에 솟았다. 그윽한 나무는 그늘져서 여름을 맞이하고, 늦은 꽃은 고움을 남겨서 봄의 조화를 돕는다. 봉간(鳳竿) 그림자는 천 봉우리 달에 걸렸고, 어고(魚鼓) 소리는 만 구렁 바람에 전한다. 고상한 사람이 눈오는 밤에, 화로 재 헤쳐 불 피우던 것이 생각난다.” 하였다.

○ 김돈시(金敦時)의 시에, “절이 창파를 눌러 멀리 아득한데, 올라 보니 바다 복판에 있는 듯하다. 발을 걷으니 대 그림자가 성기면서도 빽빽하고, 베개에 기대니 여울 소리가 낮았다가 높다. 경루(經樓)에 밤 고요한데 향불이 싸늘하고, 객탑(客榻)에 달 밝은데 갈건(葛巾)이 서늘하다. 좋은 경치에 머물 인연 없음이 못내 서글퍼, 종일토록 정신없이 구복(口腹) 위해 바쁘다.” 하였다.

─ 『신증동국여지승람』 제44권, 강원도, 「강릉대도호부」


등명사(燈明寺)에 도착해서 누대 위에서 일출을 구경하고, 마침내 바다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여 강촌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재를 넘어 우계현(羽溪縣)에서 묵었다. 12일에 삼척현(三陟縣)에서 유숙하였다.

─ 『가정집』 제5권, 기(記), 「동유기(東遊記)」


강릉에 있는 수다사/등명사에 대한 정보는 이 이상의 쓸만한 것을 얻지 못했다. 어쩄거나 예로부터 정동진은 해돋이로 유명했고 덩달아 이 절도 해돋이 명소였던 것 같다.


더 신기한 것은 이곳의 약수였다.


생각없이 물을 떠 마셨는데 상한 것처럼 시큼하고 비릿한 맛이 나서 남은 물을 뱉어버리고 마시던 것도 버려버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물에 철분이 많아 그런 맛이 나는 거라고 했다.


철분이 많아서 물이 붉은 색을 띤다. 주변 돌과 바위도 모두 붉게 변했다.


자연적으로 만든 건 아닌 것 같고, 열심히 돌을 날라다 쌓아둔 탑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틈에다 작은 돌멩이 주워 끼워넣은 모양새다.


점차 해는 뉘엿뉘엿 지고, 절 입구에는 갓(난)스님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