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2016 제주

#7 아름답다는 제주 바다는 거의 다 가보았지

김녕 성세기 해변



보정으로 색감을 조금 살려봤다. 기억은 칙칙해도 사진은 예쁠 수 있지.





철마다 꽃이 바뀌는 포토존, 세화 해변


 강릉의 강문해변 포토존 만큼이나 SNS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 세화해변일 것이다. 정-말 많이 봤다.


 애석하게도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러워 스쿠터 타기는 위험하다 하기에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지만, 나갈 채비를 다 마치고 나서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0시가 다 되어가자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는 생각에 그냥 비를 맞으며 출발하기로 했다. 상하의 우비를 다 갖춰 입고, 헬멧을 썼다. 옷 안팎에 수분기가 가득해 찝찝했지만 어쩌랴.


 스쿠터를 끌고 나와 길 앞에서 출발하려는데 아무리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키를 이리 저리 돌려봐도, 손잡이를 돌리며 시동을 걸어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옆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려 하던 어제의 1번 분이 허둥대는 나를 보고 다가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1시간 이상 스쿠터를 타지 않으면 기름이 내려가기 때문에 손잡이를 20-30번 정도 돌려 기름을 끌어 올려주어야 시동이 걸린다고 했다. 오- 신기하게도 그분이 열심히 손잡이를 돌리고 열쇠를 돌렸더니 터덕, 턱, 털, 털털털 하고 시동이 걸렸다! 이분이 알려주시지 않았으면 나는 여행지를 옮겨다닐 때마다 시동 거느라 한참을 헤맸을 것이다. 어쩌다 걸린 시동을 다행히 여기며 다음 행선지로 갔겠지!



 세화해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비수기 평일 오전인데도 핫스팟은 핫스팟이라고, 카페공작소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고 포토존 앞에 사진 찍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내 차례가 왔는데 카메라를 도로 건너 설치한 터라 타이머를 설정하고 여러 장 뛰어다니며 찍을 수는 없었다. 조금 머쓱하긴 하지만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여자 분이 흔쾌히 셔터를 눌러주겠다 하셔서 얼른 달려가 나름의 포즈를 취했다. 셔터 누르는 것 하나는 자신있다는 그분 농담에 그래도 어색하지 않은 사진 한 장은 건져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바다도 안 보이는 포토존이라면, 굳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뭐지.



세화해변은 현무암이 많은 곳이었다. 오전부터 물질하는 해녀 분도 있었다.


므흐흐흐흐헣ㅎ





떼구르르르르르 굴러오는 파도가 고운 월정리 해변



 세화에서 월정리로 넘어가는 길엔 은근히 카페와 밥집들이 많았다. 전날 게하에서 만난 언니가 말해준 '슬슬슬로우'를 가볼까 했는데, 지나가다보니 오픈시간부터 여러 팀이 줄지어 서 있길래 미련 없이 지나쳐버렸다. 둘도 아니고 혼자서 그런 줄을 기다리는 건 엄청 심심할테고, 그렇게 기다리며 커진 기대에 맛이 미치는 경우도 드물테니. 맛있는 차슈덮밥을 먹자면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내가 하는 건 맛집 탐방이 아니다.


 쭉 달리다보니 점차 내 앞뒤로 차가 많아졌다. 월정리 해변이 유명하긴 한 모양이었다.



 월정리는 정말이지 내가 본 제주 바다, 아니 모든 바다 중에 가장 아름다운 파도가 치는 곳이었다. 파도가 세보이는데 모래 사장 가까이 오는 파도는 되게 조심조심 하면서 떼구르르르르 굴러온다. 파도의 끝에서 작은 방울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앞으로 나온다. 아- 너무 예뻤다. 날이 좋았다면 물도 정말 맑고 예뻐보였을텐데. 비 오는 날이어도 이렇게 운치가 있지만, 날씨가 조금 아쉽긴 했다.



 물이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저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엔 발 밑에 이렇게 물이 깔리더니 내가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됐다.



 정말 마음에 들어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던 곳.


모래 색마저 곱다.

(여담이지만 월정리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서, 다 무너져 가는 폐가 직전의 집도 15억을 호가한단다.)




 

일몰이 장관, 이호테우 해변



 일몰은 서쪽 도로를 달리며 봐야지, 하고 마음 먹고 정한 루트였는데 생각보다 동쪽과 서쪽이 한참 떨어져있었다. 스쿠터를 타고 시내를 통과할 때는 한참을 마음 졸여야 했다. 그래도 중간에 주유소를 들려 4000원으로 기름을 만땅 채우고 괜히 흡족하기도 했다.


 사실 일몰 포인트는 내가 앉은 자리가 아니라 목마등대의 반대편으로 가서 서쪽을 바라보는 자리인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구름이 짙게 껴서 석양이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30~40분 그냥 그냥 앉아 있었다.






구엄리 돌염전



 구엄리 돌염전은 이호테우 해변에서 곽지과물해변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곳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어서 잘 곳을 찾자며 일어났지만 그래도 바다 구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구불구불한 해변도로로 달렸다. 덕분에 해가 질 때까지 아름다운 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곽지과물 해변





 협재 해변까지 가려 했는데 해가 저물어 곽지과물 해변에서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밤에 걸었던 모래사장은 사람이 없어 한적한 것이 좋았고, 낮에 간 바다엔 (이름은 모르지만) 커다란 새가 날아다녀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