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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16 제주

#6 기타와 노래가 있는 밤, 사차원게스트하우스

사차원게스트하우스


 첫 번째 날의 숙소는 소등 없기로 소문난 '사차원게스트하우스'였다. 도미토리룸은 2만 5천원에 묵을 수 있었는데, 밤에 열리는 파티에도 참석할 것을 강력히 권하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36살 이상은 정중히 거절한다는 공지사항도 있었다. 엄청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맞이하는 분이 계셨다. 거실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분이 제일 연장자에 대장 같아 보였다. 오는 사람이 적지 않을텐데 얼굴을 보자마자 귀신같이 이름을 맞추시는 게 신기했다.


 씻고 나와 거실에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슬쩍 끼려했는데, 다들 이미 친한 것 같아 조금 주눅이 들었다. 괜히 서성거리며 벽에 붙은 사진을 보다 실없이 기타줄을 퉁겨보고 있으려니, 한 분이 편히 앉아 있으라며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성격이 새삼스럽게 우습다. 사교적이긴 한데 낯을 가린다. 일대 일로 마주한 상황에서는 쉽게 말을 꺼내고 금방 친해지기도 하면서, 머릿 수가 늘어나는 만큼 입을 닫는다. 언뜻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가 한데 섞인 성격이라니, 내 성격이지만 참 어렵다.


 파티는 8시 반쯤 시작되었다. 매일 파티가 열리는 곳이라 스탭들도 진행이 익숙한 모양이었다. 이미 파티의 절차가 어느 정도 갖춰진 것 같았다. 돌아가며 '이름 - 나이 - 출신지 - 애인 여부 - 이상형' 순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파티의 시작이었다. 입실 당일엔 번호를 따지 말라는 게 규칙 1번이었는데, 파티에선 인연을 만들기 위한 밑밥을 알아서 깔아주다니? 내 차례가 돌아와 소개를 하는데, 애인이 있다고 말하자 이상형의 '이'자도 꺼내보지 못하고 소개가 뎅강 잘렸다. 거기까지.


 11시에 시작되는 2차 파티에선 남성분들의 장기자랑이 예정되어 있었다. 순서도 이미 다 정한 상태였다. 1번 분이 무대라고 마련된 앞 자리 의자에 앉아 MR을 선곡했다. 사실 장기자랑 1번은 뻔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 1번이니까. 관객의 몰입도 또한 당연히 낮다. 하이라이트는 무릇 뒤에 있는 법이니 자신의 실력이 꽤 된다 하는 사람이면 뒷편의 순서를 고른다.


 그런 사람들의 예상을 와장창 깨고 등장한 1번! 첫 소절을 부르자 마자 감탄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왔다. 와, 엄청난 실력자셨다. 2번 분도 꽤 목소리가 좋았고, 3번 분의 노래 실력도 장난 아니었다. 앰프라도 튼 것 마냥 목소리로 파티룸을 가득 메웠던 4번 스탭 분! 그 뒤로는 가수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예상치도 못하게 라인업이 화려한 라이브 공연이었다. 스탭들도 오늘만큼 짱짱한 공연이 없었다며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남성 분들의 장기자랑이 필수라고 미리 못박아 두는 것이 준비된 절차였다면, 이어서 여성 분들의 공연을 아니 들을 수 없다고 발 빼지 못하게 하는 것도 진행의 요령임이 분명했다. 처음부터 장기를 보여달라하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끝까지 뺐을 사람이 많았을텐데, 이렇게 나오니 제 아무리 내세울 장기가 없어도 안 나올 수가 없게 된다. 감성하면 여수, 그 중에서도 제일 어린 내가 환호와 박수 갈채를 받으며 바통을 이어 받았다.


 세상에, 2년이 넘게 기타를 잡았다 하면 안 치고는 못 배겼던 'Duet'인데,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잡고 치려하니 코드가 하나도 안 쥐어졌다. 그럴 리가 없는데, 여행 오기 직전에도 몇 번 치다 온 곡인데. 나름 폼 잡고 기타 치며 노래해보겠다고 내 덩치만한 기타를 끌어 안고선, 이상한 코드만 쥔 채로 BGM을 깔고 노래를 불렀다. 이런 코미디가 다 있다. 그래도 중간 중간 슬며시 뜬 눈 사이로 보니, 다들 숨 죽이며 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무척이나 떨렸지만서도 이렇게나 내 목소리에, 내 노래에 사람들이 집중해 준 적은 또 처음이라 행복했다.


 좋은 밤, 굿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