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에(Home Alone, 2020)

2020. 12. 27. 23:39데일리로그

코-시국에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까지 떨어지면서 크리스마스 연휴의 홈파티 초대를 모두 취소했다. 친구들이랑 같이 2020년을 마무리하려고 텀블벅에서 '연말정산' 책도 후원해 받아두었는데 김이 팍 샜다. 작년에 같이 살았던 찐친 룸메와의 약속도 1월 중순 이후로 미루었다. 가족들도 말일에 올라와서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는데, 하필 우리 가족이 딱 다섯 식구인 데다 주소지도 모두 달라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엄마 아빠만 병원 예약 전날에 올라와서 하루만 묵고 내려가시기로 했다. 사람들이랑 홈파티할 생각에 들떠서 오븐이랑 무쇠팬도 사두었는데 무척 아쉽다.

 

부라타 치즈,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파슬리 조금

이번 달 팀 회식비로는 32000원 선에서 원하는 걸 사주신다기에 부라타 치즈를 주문했다. 내 돈주고는 선뜻 사기 쉽지 않은 가격의 것들을 매달 랜선 회식비로 구매해보곤 한다. 망고 세트, 마살라 차이, 얼그레이, 그리고 이번엔 부라타 치즈! 그 자체의 맛이 궁금해서 아주 간단한 간만 해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브런치로 먹었다.

 

이른 저녁으로는 집 앞 화덕 피자 가게에서 애플브리피자를 포장해와서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를 틀어놓고 먹었다. 디저트 같은 영화에 디저트 같은 피자였다.

 

크리스마스 별밤, 오리온 자리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엔 잠만 잠만 잤다. 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데워서 먹고, 프렌즈를 보다가 낮잠을 잤다. 해가 질쯤 느지막이 일어나 얼려둔 보쌈 고기를 오븐에 굽고, 프라이팬엔 수플레 팬케이크를 구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조합을...) 귤을 까먹으면서 별 구경도 했다. 미세먼지가 없는 밤하늘인지 별이 꽤 잘 보였다. 또다시 만나는 오리온자리. 겨울이다 겨울.

 

오븐에 무쇠팬을 구웠다

연휴의 마지막 날. 어젯밤에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잤는데 아침에는 일어나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 생리를 시작했다. 오늘 원래 친구들 놀러오는 날이었는데, 지난번 모일 때도 생리 때문에 저녁 전까지 골골대다가 겨우 손님맞이를 했다. 약속이 취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채워 껴안고 있었다. 이번에도 저녁쯤 되니 좀 살만해서 미뤄둔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렸다. 어제 받았는데 열어보지도 못한 롯지팬을 개봉해서 시즈닝을 했다. 천장에서 떨어진 조명도 다시 고쳐달고, 촛불도 켜고, 캐롤도 틀었다. 이틀만 일하면 다시 연휴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