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나무 키우기, 반 년째

2020. 9. 13. 23:21데일리로그/식집사의 관찰 일기

갖가지 아보카도 요리를 해 먹으면서 씨앗이 엄청 많이 생겼다. 족족 버렸는데, 문득 아보카도 씨앗에 라이언 얼굴을 그려 물에 담가 두었다가 발아시켜 나무로 키워낸 블로거가 생각나 나도 아보카도를 심어보기로 했다. 어떤 게 좋은 씨앗일지 몰라서 일단 다 틔워보자 하고선 먹을 때마다 물에 같이 담가 두었더니 엄청 많이 쌓였다. 칼집이 난 씨앗은 그 상처가 검게 변하길래, 나중엔 칼집이 안 나게 씨앗을 살살 파내서 깨끗이 씻어, 뾰족한 부분이 위로, 둥그런 부분이 물에 잠기도록 담가 두었다.

 

 

아보카도 씨 발아 (2020. 03. 06. ~ 2020. 04. 21.)

 

왼쪽 위부터 올해 3월 6, 8, 13일, 아래는 4월 2, 6, 21일이다. 담가 둔 지 한 달이 넘으니 씨앗이 갈라지기 시작하고, 두 달이 넘으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좀 더 날이 따뜻했다면 더 빨리 발아를 했을까? 처음엔 금방 뿌리내릴 줄 알고 매일 한 장씩 사진을 찍다가 포기했다. ㅋㅋㅋㅋ 일찍 포기하기 잘했다... 나중엔 화분이 없어서 애매한 애들은 버리고 뿌리가 튼튼해 보이는 것만 화분에 심었다.

 

 

발아한 아보카도 씨앗 (2020. 04. 21.)

 

껍질은 안 벗긴 것이 더 예쁜데 나중엔 표면에 물때가 낀 것처럼 미끄덩미끄덩해서 결국 껍질을 벗긴 게 더 많아졌다. 하얀 뿌리가 나기 시작하면 흙에 옮겨 심으면 된다. 다들 씨앗이 반만 파묻히게 심길래 나도 그렇게 했는데, 또 어디선 다 심어야 한다고도 하고... 뭐가 정답인진 모르지만, 반만 심은 것 모두 잘 자랐다! 근데 나중에 보기엔 씨앗이 완전히 파묻혀 보이지 않는 게 더 예쁜 것 같기도 하다.

 

 

화분에 심은 아보카도 씨앗 (2020. 05. 17.)

 

이마트에서 사 온 이태리 토분에 심었다. 어차피 꽤 크게 자란다고 해서 큰 화분에 심었는데, 그러지 말 것을 그랬다. 화분은 식물의 크기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걸 그땐 잘 몰랐다. 뿌리는 아주 작을 텐데 화분이 너무 크다 보니, 뿌리가 닿지 않는 부분의 흙은 늘 젖어있게 되어 물 주기가 까다로웠다. 물이 잘 마르지 않아 자칫하면 과습이 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아보카도는 식물의 크기에 비해 뿌리가 막 발달하는 편이 아니라서, 작은 화분에서부터 시작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일단 대가 올라오면 햇빛을 향해 확확 휜다. 곧게 키우고 싶어서 볼 때마다 조금씩 화분을 돌려주었다.

 

 

아보카도 성장 과정 (2020. 05 .26. ~ 2020. 06. 20.)

 

한 달 만에 손바닥만한 잎이 여러 장 나왔다. 이 정도 되니까 이제야 화분에 걸맞은 크기가 되었다. 발아를 기다리는 건 지루할 정도로 길었는데, 일단 싹이 나고 나선 하루가 다르게 커서 무서울 정도였다. 줄기가 곧고 튼튼한 데다 잎이 넓고 커서 관상용으로도 아주 예뻤다.

 

 

아보카도 가지치기 (2020. 07. 09.)

 

페트병에도 두 개의 씨앗을 심었는데, 하나가 먼저 빠르게 키를 키웠다. 좀 웃자란 경향이 있는데, 계속 이렇게 멀대같이 키만 크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가지를 여러 갈래로 뻗게 하고도 싶었다. 잎이 여러 장 나면 가지를 쳐줘야 더 튼튼하게 자란다고도 들었다. 세 화분 중에 일단 많이 자란 두 개를 대신 하나는 잎을 작은 것 한 장만 남기고, 다른 건 여러 장 남긴 상태로 잘랐다. 그런데...

 

 

가지치기 후 새로운 줄기가 나는 아보카도 (2020. 07. 24.)

 

가지와 잎이 난 사이의 마디에서 새로운 가지가 올라왔다. 😅 다른 사람들이 쓴 걸 보면 줄기를 잘랐을 때 양 옆으로 두 개가 새로 나던데, 왜 얘네는 다 이렇게 한 줄기만 나오지? 키우다 보니 솜털같이 작고 앙증맞은 새 잎에 진딧물이 생겨서 핀셋으로 하나하나 집어 제거도 해주고, 간간이 물 샤워도 시켜줬다.

 

 

가지치기 후 두 화분 비교 (2020. 08. 25.)

 

신기하게도 가지치기 전에 큰 잎을 쭉쭉 내던 녀석은 가지치기 후 새 가지가 돋는데 한참이 걸렸고, 오히려 빈곤한(...) 환경에서 자라던 애가 더 빠르게 성장했다. 진짜 우리 집에서 지금 제일 잘 크는 애들이 아보카도다. 둘 다 매일 빙글빙글 돌려줬더니 아주 곧게 잘 자랐다. 엄마도 보고선 아보카도 화분을 탐냈다.

 

 

정식으로 화분에 식재한 아보카도 두 그루 (2020. 09. 12.)

 

페트병에 심었던 두 그루를 토분에 옮겨 심었다. 위로는 길지만 뿌리는 이만한 화분에 심어도 충분할 만큼 작다. 큰 화분에 심었던 애도 가지치기 후 드디어 새 줄기가 뻗어 나와 잘 크고 있다. 한 5cm 정도 자란 것 같다!

 

태생이 더운 곳에서 자라는 애들이라 햇빛을 엄청 좋아한다. 집에서 제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가져다 놓고 항상 광합성을 시켜준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니 틈틈이 식물 돌볼 짬도 생기고 좋다. 여름이라 이렇게 쑥쑥 컸는데 이제 슬 날이 추워지고 있으니 다시 성장 속도가 더뎌질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