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나니삼형제(상추, 배추, 바질) 생장일기

2018. 10. 13. 21:59데일리로그/식집사의 관찰 일기

생활원예 수업에서 상추와 배추, 바질 모종을 얻어왔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키우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지.

 

첫째 날, 9월 4일

 

집에 늦은 시간에 돌아왔더니 낮에 받은 모종들이 다 축 처져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후다닥 아이들을 화분에 심어주었다. 화분 맨 밑엔 망을 하나 깔아서 흙이 빠져 나가는 걸 막았던 것 같은데 마땅히 깔 것이 보이지 않아 차를 우릴 때 쓰는 티백을 화분 바닥 크기만큼 잘라 넣었다. 물은 잘 통하고 흙은 막아주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건 물을 부어봐야 알 것 같다. 바질이 축 처져서 옆으로 자랄 것만 같길래 빨대를 지지대 삼아 꽂고 살짝 고정해주었다. (센스 있게 초록색으로 깔맞춤했다.)

 

둘째 날, 9월 5일

 

집을 나서기 전 화분에 물을 흠뻑 주었다. 전에 키우던 바질은 열심히 잎을 따먹다가 3주간 여행을 떠나면서 물 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결국 말려죽였던 기억이 있어서...(맴찢) 좀 더 열심히 키우고 싶다! 식물 잘 키우는 사람을 Green thumb이라 한다는데 내 손은 그렇게 치면 Dark thumb 정도 될 것 같다. 그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와 선인장을 죽인 전적이 있다. 애정이 과하면 독이 된다고, 선인장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였다. 바질은 매일 물을 주면 된다하니 그래도 나랑 잘 맞을 것 같다! 자취를 했으면 스테이크 구울 때에도 넣고 바질페스토 만들어서 파스타도 해먹고 할텐데, 지금은 학사에 살고 있어서 요리를 하지 못한다. 상추와 배추 바질을 어디다가 써먹을까 고민이다.

 

셋째 날, 9월 6일

 

물빠짐이 그렇게 막 좋은 건 아닌가..? 아침에 물 주려고 보니 흙이 아직 푹 젖어있길래 일단 주지는 않았다.

 

여섯째 날, 9월 9일

 

어제와 오늘 햇볕이 낭낭하게 잘 들어서 그런지 흙 표면이 살짝 마른 느낌이 있었다. 벤티 사이즈의 컵에 물을 담아 세 화분에 나누어 주었다. 가만보니 배춧잎 표면에 하얀 솜털 같은 가시가 있다. 쌈으로 나오던 배춧잎은 표면이 매끈했던 것 같은데... 바질은 키가 쑥쑥 크고 있다. 전에 꽂은 빨대보다 더 높아져서, 길쭉한 새 빨대로 지지대를 바꾸었다. 바질 잎 하나가 살짝 찢어지고 그 테두리가 탄 것처럼 말랐다. 벌레에 먹힌 건지 찢어졌다가 화상을 입은 건지 모르겠다. 검색해보니 직사광선에서 허브를 키우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한다. 창가에 바짝 내놓았던 걸 살짝 안으로 들여놓았다. 배추랑 상추는 밭에서 자라는 애들이니까 직사광선 맞아도 거뜬할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물을 주다보니까 흙이 꺼진 부분이 있어 여분의 흙으로 채워주었다.

 

여덟째 날, 9월 9일

 

바질이 이틀만에 또 한 마디 정도 자란 것 같다. 위로 올라가는 힘이 꽤나 센 것 같다. 흙에 꽂아둔 지지대(빨대)가 뽑혀서 기울어 있을 정도였다. 지지대에 줄기를 고정할 때 헐겁게 묶어서 줄기가 자라도 끈에 잡히지 않게 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빨대까지 딸려 올라가버린 것이다. 지지대를 빼도 될 것 같았는데, 5분 후에 보니 다시 줄기가 축 쳐저 옆으로 기울어버리길래 일단 다시 꽂았다. 학우 한 분이 eTL에 바질이 기울어 옆으로 자란다고 문의를 올렸던데, 그 글에 답이 올라오면 나도 참고해야겠다. 상추 녀석의 가운데 잎들은 힘 있게 잘 자라고 있고, 가장자리에 있는 잎들은 살짝 꺾였던 게 점점 심해져 이제 아주 부러져버렸다. 될놈될 안될안인 거지 뭐.

 

(수업에서) 바질 줄기가 길게 자라기만 하고 힘은 없는 것을 도장 현상이라고 한단다. 교수님이 처방을 내려주셨는데, 한동안 나무막대를 꽂고 위아래를 묶으라고 한다. 광이 약하고 너무 습하면 웃자라기 쉽다고 하니 광이 센 곳에 두고 바싹 말린다는 생각으로 물을 한동안 주지 말아야 한단다.

 

+ Tip! 이파리가 하얗거나 노랗게 변하면 일찍이 따서 버려라. 화분에 두면 벌레가 생기므로 버려야 한다. 낙엽도 마찬가지다.

 

물은 언제 주느냐?

- 이파리가 처짐 : 세포에 물이 차오르면 팽압으로 이파리가 탱탱해진다. 그러나 수분이 빠지면 turgor pressure가 떨어지면서 처지기 시작한다.

- 색깔 : 초보자는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수분이 부족하면 윤기가 떨어진다.

- 흙 : 식물을 죽이는 이유의 8할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집어넣어서 여전히 촉촉함이 느껴지면 아직은 물 줄 때가 아니다.

 

물은 얼만큼 많이 주어야 하는가?

대야에 2cm 정도 물을 담고 거기에 화분을 올려두어라. 이 방법을 저면관수라고 한다. 단점은 1. 화분을 들면 흙탕물이 빠진다는 것 2. 흙에서 양분이 빠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머리에 물을 주는 건 두면관수. 물을 조금 주고 기다리면 밑으로 물이 빠진다. 그 간격은 환경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무슨 물을 주어야 하는가?

앗! 몰랐는데 수돗물에 염소 농도가 높아서 식물에 좋지 않다고 한다. 염소는 공기 중으로 잘 날아가니, 미리 물을 떠놓고 하루 정도 기다렸다가 식물에 주기. 그리고 식물에 적합한 물 온도는 20도인데, 우리가 "앗 차가워!"하는 물은 13도 정도라고 한다. 찬물을 주면 식물이 냉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꼭 떠놓은 물을 주기로 하자. 하나 더, 밤엔 물 주지 말기. 밤엔 식물도 생장을 멈추기 때문이다.

 

화분에 흙은 얼마나 채워야 하는가?

지금 나누어 준 흙으로 식물을 기르기엔 한 달 반 어치밖에 안 된다. 지금 나누어준 흙은 비료가 섞인 것인데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영양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때 분을 옮기거나 비료를 더 주어야 한다.

 

아홉째 날, 9월 12일

 

어제 수업에서 배운 바와 같이, 상추와 배추의 잎 중 하얀 반점이 생기거나 시들어가는 것들을 따서 버렸다. 한층 깔끔해보인다! 아직 흙이 젖은 게 보여서 오늘은 물을 주지 않았다. 베란다가 북서향이라 해가 드는 시간이 길지 않다. 삼형제가 빛을 충분히 못 받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된다.

 

열셋째 날, 9월 16일

etl에 한 학우 분이 새로운 글을 올렸다. 배춧잎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과 상추 잎이 찢어진 문제에 대한 질문이었다. 교수님이 답변하시기를, 배추가 새롭게 뿌리를 내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그러하다 하셨다. 상추가 찢어진 것은 모종을 받아오면서 물리적으로 상해를 입은 거라고 설명해주셨다. 나는 누렇게 변한 배추와 상추 잎을 이미 떼어냈는데, 새로운 잎들이 잘 나고 있어 다행이다. 질문글을 보면서, 화분의 전체 모습을 찍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그날의 특징적인 부분을 확대해서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질을 제외하고 상추와 배추에 물을 조금씩 주었다. 요즘 날씨가 흐려서인지 이제야 흙이 마른 듯 만 듯 하길래 물 양을 줄였다.

 

열다섯째 날, 9월 18일

(수업에서) 배춧잎 뒷면에 까만 알이나 유충이 있을 수도 있다. 식초나 소주를 물에 1:4 정도로 희석하여 화장솜에 묻혀 뒷면을 닦아주도록 한다. 벌레가 있었다면 여러 잎에 알을 까놓았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열여섯째 날, 9월 19일

 

큰일이 났다! 하루만에 갑자기 상추가 완전 시들시들해졌다. 상추 화분의 겉흙에 초록색이 희끗희끗한 것이 이끼가 낀 것 같다. 이게 갑자기 웬 날벼락이람!

 

검색해 본 결과, 어제 오늘 분 비바람을 잔뜩 맞고 상추가 그렇게 된 것이라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비가 들이치지 않는 베란다 안쪽으로 상추 화분을 옮겼다.

 

열일곱째 날, 9월 20일

시들해진 상춧잎이 파릇파릇하게 되살아나질 않는다. 책상의 LED등을 가장 세게 켜고 그 아래 하루내내 두었다. 밤새도록 LED등을 켜놓았다.

 

열아홉째 날, 9월 22일

 

 

상추는 기존의 잎들이 원기를 되찾진 못했지만 새로 나는 잎들은 단단하게 자라길래 일단 괜찮다고 판단했다. 영양분이 새 잎으로 가라고 시들시들한 아래쪽 잎 몇 개를 잘라냈다. 바질도 생채기가 났던 잎 하나는 떼어냈다. 배추는 점점 잎이 풍성해지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화분을 두고 고향에 내려가야 해서 세 화분이 말라 죽지 않게 물을 주었다. 얼마 전 비를 대차게 맞은 상추 화분은 여전히 겉흙도 젖어있어서 물을 아주 조금만 주었다.

 

스물네번째 날, 9월 27일

 

귀경하자마자 화분의 상태를 살폈다. 힘이 없던 상추의 이파리들이 모두 시들어있었다. 소생할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 자라고 있는 세 개의 잎에 힘을 실어주자, 하고 시든 잎들을 모두 떼어내었다. 

 

 

 

바질 키가 무척 많이 자라서 이렇게 계속 둬도 되나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생장점 위에서 줄기를 잘라내면 줄기가 둘이 되어 자라나가고, 자른 윗부분은 물에 담가두면 또 뿌리를 내린다한다. 일명 ‘순지르기’. 우리 바질도 윗부분을 잘라 물에 담가두었다. 기존의 바질도 풍성하게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