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입석에서 본 피가로의 결혼

2017. 11. 27. 11:00해외여행/2017 빈∙프라하 혼자여행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당일 입석 표를 3-4유로 정도에 판다는 것은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꿀팁이다. 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 것이라 다짐하던 때에, 독일에서 교환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이 사실을 귀띔해주었다. 이미 부르크 극장에서 뮤지컬인 줄 알고 표를 끊어 들어갔다가, 난데없이 '연극'인 '한여름 밤의 꿈'을 보게 되어 당황하면서, 공연 하나는 그래도 제대로 즐기고 가고 싶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공연은 무대에 올린다는 것만으로 이미 그 퀄리티가 보장되는 공연이다. 그리고 확실하게 '오페라'였다. 대사 한줄 한줄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귀호강은 하고 올 수 있다는 거다!


오페라 보기 전 TIP

1.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상영 일정 확인하기


위의 링크에 들어가면 이번 달 상영 예정인 공연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지휘자와 감독, 스태프를 비롯한 배역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공연의 줄거리까지도 읽을 수 있다. 오른쪽 상단의 'De'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페이지 언어를 영어로 변경할 수 있다. 요즘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성능도 나쁘지 않으니 간단히 복붙하여 내용을 확인하면, 훨씬 더 알찬 감상이 가능할 것 같다.


2.

입석 티켓은 현장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3시간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더 앞에서 보고 싶은 만큼 일찍 가야 한다.


내가 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은 7시에 시작하는 공연이었고, 나는 3시 30분경에 극장에 도착했다. 꽤나 일찍 도착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줄 서는 곳에 가보니 이미 내 앞에 40명 정도가 와있었다. 저녁이 되니 급격히 온도가 떨어져 밖에서 줄을 서면 몹시 춥겠다 생각했는데, 그나마 다행히 건물 안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동행이 없다면 적당히 시간 때울 만한 것을 가져가길 추천! 나는 공연이 끝난 직후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할 계획이었기에 캐리어까지 들고 갔는데 이게 책상 노릇을 톡톡히 했다. 노래를 들으며 일기를 쓰다보니 대기 시간이 훅훅 지나갔다.


3.

무료로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캐리어를 보관해주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문제 없이 보관 가능했다. 두꺼운 외투와 백팩, 큰 가방은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4.

공연 시작 전 잠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자리에 표식을 남겨야 하는데, 보통 손수건을 손잡이에 묶어놓는다.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양 옆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어두어야 나중에 얼굴 붉힐 일이 없다.


5.

서서 봐야 하지만 오히려 저 높은 층에서 돈 내고 앉아 보는 것보다 훨씬 보장된 시야로 관람할 수 있다. 부르크 극장에서 11유로 내고 앉았던 자리보다 훨씬 무대에 가깝고, 등장인물도 잘 보여서 몰입도가 높았다.


내 앞에 40명이 있었는데도 어쩌다보니 앞에서 두 번째 줄, 정중앙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정말 말 그대로 VIP 맨 뒷자석의 바로 뒤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위치다. 그러니 정말 잘 보일 수밖에!



6.

위의 페이지에서 인터미션 횟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미션이 아닌 막간도 있는데, 이때 자리를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말로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갈 때만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맨 앞줄에 있던 두 사람이 이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려 했는데 한 아저씨 관객이 길을 절대로 터주지 않고 온갖 짜증을 내며 움직이지 말라고 역정을 냈다. 결국 두 사람은 정식 인터미션까지 어정쩡하게 중간에 서서 극을 봐야했다. 아저씨가 그들이 새치기하는 사람들인 줄 알고 안 비켜준 것인지, 알고서도 인터미션이 아닌데 밖으로 나간 게 괘씸해서 안 비켜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 공연 최소 4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렸을텐데 고생한 보람이 없어진 셈이니 되게 짠했다.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Le Nozze di Figaro (17. 09. 12.) ◁

(Cast와 자세한 줄거리 확인 가능)


<trailer>


<curtain call>


일전에 부르크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배운 바가 있으니, 이번에는 철저하게 예습을 하고 갔다. 각 막별 줄거리와 자세한 장면 묘사를 읽고 가니 확실히 극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 자막도 참고는 했지만, 100% 의지할 것은 못 되었다. 한국어를 공부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극 자막을 읽는다면 같은 느낌이겠지! 말투 자체가 익숙한 현대어 대화체가 아니다보니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그사세……

오페라 공연인만큼 사람들도 대부분 드레스와 정장을 갖춰입고 왔다. 이야기만 들었을 땐 그런 문화를 동경하며 나도 한번쯤 드레스를 입고 이런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좋은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고작 1m 앞에 앉은 사람들과 나 사이가 너무나 아득해서 박탈감이 나를 휘감았다. 오페라라니, 전엔 서민들은 쳐다도 못했을 귀족의 문화 아닌가.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지만, 하룻밤에 몇십만원 하는 VIP석과 4유로짜리 입석 사이를 가르는 벽은 너무나 단호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이들이 하하호호 돌아다니는데, 그 앞에서 평상복을 입고 있는 내가 너무 초라해보였다. 그 침울한 기분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