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커피, 클래식 음악, 그리고 일기 쓰기_온전한 나만의 시간

2018. 1. 8. 09:11해외여행/2017 빈∙프라하 혼자여행

Café Landtmann 

Universitätsring 4, 1010 Wien

  • 아인슈패너(Einspänner) : 5.70유로
  • 자허토르테(Sachertorte) : 5.50유로

부르크 극장 공연 시작까지 한 시간 가량 남아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려 했다. 비엔나 3대 카페라는 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길래 적당한 카페를 찾으며 부르크 극장까지 오다 결국 극장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란트만(Landtmann)으로 오게 되었다. 여기에 들어갈까 하며 구글맵을 켜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비싸기만 하고 가성비는 떨어진다는 말이 많았다. 그래도 빈까지 왔는데 자허토르테와 아인슈패너는 맛봐야지 싶어 야외 테이블을 하나 잡고 앉았다.



7000원짜리 커피와 7000원짜리 토르테를 먹으면서, 리뷰를 무시할 거면 뭐하러 읽었나 이 생각이 들었다. 후회할 거라는 말을 왜 귓등으로 흘렸을까.


자허토르테는 아프리콧(살구) 잼이 가운데 발라진 초콜릿 케익이다. 란트만의 자허토르테는 달긴 했지만 식감이 퍼슬퍼슬했다. 아프리콧 잼 때문에 신맛도 강하게 났다. 초콜렛과 살구의 신맛이 내게는 영 낯선 조합이라, 명성에 비해 많이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개인적으론 불호.



아인슈패너는 우리가 흔히 '비엔나 커피'라고 하는 바로 그 커피다. 아메리카노에 크림을 얹은 것. 원래 그리 좋아하는 메뉴는 아닌데, 역시 애초에 불호인 건 웬만해서 맛있다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자허토르테보단 만족했던 메뉴였다. 한 입 먹은 크림 사이로 커피가 부드럽게 올라왔다. 크림은 한국에서 먹는 그런 달콤하고 가벼운 휘핑크림이 아니라, 묵직하고 전혀 단맛 없는 크림이었다. 크림 덕분인지 커피의 쓴맛은 강하지 않았고 산미가 살짝 있었는데, 산미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괜찮게 마실 정도였다. 다만 커피의 양이 많지 않았고, 크림이 느글거려서 잘 안 먹게 되는 바람에 결국 크림만 한가득 남아버렸다.


바람을 쐬며 야외에 앉아 커피와 케익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무척 좋았는데, 담배 피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담배 연기 때문에 숨 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지금 음식을 먹는 지 담배를 먹는 지 모르겠을 정도였다. 카페 란트만 뿐만이 아니라 빈의 어느 곳에서든지 그랬다. 담배 연기를 흡입하며 음식을 먹었어야 했던 게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이다.





Cafe SAADI 9

Julius Tandler Platz 7, 1090 Wien

  • 차이라떼(Chailatte) : 3.80유로

  • 후무스(Humus) : 4.90유로

수확제에 가기 전 브런치를 먹으러 갔던 동네 카페 SADDI. 관광지에선 한참 벗어나 있는 곳인데다 뷰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도나우 운하길 근처에 있어서 잠시 앉아 시간 보내기에 좋은 곳이었다. 가볍게 먹으려고 '후무스'라는 낯선 메뉴를 주문했는데, 또 섣부른 도전으로 스스로를 고통에 몰아넣었다. 누구는 되게 맛있다고 좋아하는 메뉴던데, 내 입엔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짜서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었던 메뉴였다. 후무스를 처음 먹어봐서 이곳의 후무스가 맛으로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괴팅엔 슈니첼 맛집에서 먹었던 그 생선 요리만큼이나 심각한 첫인상으로 기억되는 후무스였다.


차이라떼는 내 입에 연한 편이었지만 전날 마신 란트만의 커피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는 나쁘지 않은 음료였다!


무엇보다 서버가 무척 친절해서 기억에 남는 카페다. : )





Café Museum

Operngasse 7, 1010 Wien

  • 멜랑쥬(Melange) : 5.20유로
  • 사과파이 + 소스(Apfelstrudel + Soße) : 7.00유로

멜랑쥬라는 커피 설명을 보니 라떼와 비슷해보여서 주문했다. 커피에 우유를 넣고 거품을 올린 음료라는데 카푸치노랑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달달함을 채워줄 메뉴는 압펠스투루델! 압펠(Apfel)은 '사과'고 스투루델(Strudel)은 '오스트리아의 롤파이'를 뜻한다. 여기에 부드러운 소스를 부어준 따뜻한 디저트였다.



빈에 너무 오래 있었던 걸까, 계속 미술관만 돌아서 피곤했던 걸까. 이날은 전시를 보다가도 금방 지쳐버렸고 기분도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매일 어딘가를 가보아야 한다는 여행의 의무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저녁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깔깔대며 영상통화를 하고, 작은 팁에 고마워하는 웨이터와 환하게 인사를 나누고, 두고 나온 우산을 찾으러 갔다가 웨이터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피식 웃기도 하고……. 나는 내가 혼자서도 잘 사는 애라고 생각했지만, 사람 없이 정말 혼자 지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를 웃게하는 건 사람이었다.





Gartencafé

Stumpergassse 3, 1060 Wien

  • 카페라떼(Cafe Latte) : 3.30유로

  • 오늘의 케익(Tageskuchen) : 3.50유로

호스텔에서 추천하는 카페 중 한 곳이었던 정원카페. 비가 와서 정원에 앉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는데, 사장님이 밖에 장막이 있어 정원 구경을 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방해받지 않고서 평화로운 정원을 혼자 온전히 다 누릴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던 티타임이었다. : )



란트만에서 자허토르테 먹고 다시는 안 먹어야지, 해놓고선 또 눈 앞에 초코케익이 있으니 이건 좀 다른 맛이지 않을까 하며 주문해버렸다. 애초에 자허토르테라는 것엔 살구 잼이 꼭 들어가는 거니까 맛도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그래도 빗소리와 정원의 초록빛, 라떼의 삼박자가 맞아서 케익마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