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Köln), 시골에서 상경한 아이들

2017. 11. 15. 09:26해외여행/2017 독일 주말나들이

2017. 11. 10 - 11.


괴팅엔에서 6시 출발 기차를 타야했다. 전날 현아랑 요가를 마치고 얼른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자고 나오자며 헤어졌는데, 난 블로그에 일기를 쓰다가 시간이 애매해져서 그냥 밤을 꼴딱 새고 나가게 되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현아랑 미영이도 늦게 자는 습관 때문에 한숨도 안 자고 나왔단다. 쾰른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진짜 시작부터 이렇게 고생이었다.


예보에서 주말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괴팅엔에서 그간 비 내리는 모양새를 보건대, 또 뭐 미스트처럼 흩뿌리다 말겠지 하고 계획한 여행이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마주한 밖, 비가 한 차례 쏟고 갔는지 분위기가 축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막 자다 깨서 피곤에 절어 나왔는데 쾰른 분위기까지 가라앉아 있으니, 여행 잘 온 걸까 회의가 뭉실뭉실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낯선 다리에서 서울의 향기를 맡다, 호헨촐레른 다리


Hohenzollernbrücke, Köln

쾰른의 중심부엔 라인 강이 흐른다. 마치 서울의 한강처럼. Messe역에서 내려 쾰른의 시내로 건너가는데 꼭 한강 대교를 건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신 라인 강의 규모는 한강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한강이 유난히 넓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강을 보고 놀란다는데, 꽤나 길 것 같았던 호헨촐레른 다리도 막상 건너보니 강변에서 노들섬까지의 거리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다리 위에서 보는 라인 강도 한강을 보다가 오니 그다지 크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Liebesschlösser an der Hohenzollernbrücke, Köln

그럼에도 다리에서 물씬 풍겼던 서울의 향기는, 다름 아닌 사랑의 자물쇠 덕이었다. N서울타워(구 남산타워)에 가면 볼 수 있는 수많은 연인의 자물쇠처럼 여기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가 끝도 없이 달려 있었다. 실은 이쪽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Messe역으로 향하는 반대편 쪽이 정말 압권이었다. 더 이상 자물쇠를 달 곳이 없어 남의 사랑에다 연이어 내 사랑을 약속하는 웃픈 상황.




Liebesschlösser an der Hohenzollernbrücke, Köln

노란 불빛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수많은 자물쇠들도 나름 장관이었다.





멘자의 맛 칠면조 슈니첼 


Putenschnitzel, Max Stark

호헨촐레른 다리를 건너자마자 배고픔이 물 밀 듯 밀려왔다. 재빠르게 근처 식당을 찾았다. Max Stark라는 가게가 가성비 좋다기에, 강변을 따라 걸어 식당을 찾아갔다. 마침 딱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식당은 남은 자리 없이 꽉꽉 차있었다. 대부분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정말로 가성비가 좋다는 소리겠지.


Putenschnitzel이라고 칠면조 고기로 만든 슈니첼을 시켰다. 오늘의 메뉴로 할인을 하고 있어서였다. 바람 불면 날아가는 쌀과 같이 나왔는데, 고기 자체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다만 소스 맛이 너무 멘자st였다. 그냥 소스랑 슈니첼만 먹기엔 짜서 중간 중간 쌀밥을 같이 먹어야 간이 얼추 맞았는데, 좋아하는 종류의 쌀이 아니다보니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게다가 괴팅엔 시내 슈니첼 가게가 워낙에 맛있고 가성비도 좋아서…….





Kölsch Bier, Max Stark

200ml짜리 쾰시 맥주도 같이 주문했다! 쾰른 만의 양조 비법으로 만드는 쾰시 맥주는, 쾰른의 대표 맥주다. 쾰른에 왔으니 쾰시 맥주 한 번 마셔줘야지! 맥주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배고플 때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맛은 좋았다. 끝에 보리 맛이 짙게 나서 고소한 맥주였다.





나 같은 애 백 명을 쌓으면 닿을 높이, 쾰른 대성당


쾰른 대성당 입구

언젠가 교과서에서 '고딕 양식'의 대명사라고 배웠던 쾰른 대성당! 다리를 건너오면서도 오- 멋있네, 하고 생각했지만 진짜 멋있는 건 성당 바로 앞에서 올려다 볼 때의 모습이었다. 사진으로는 그 섬세한 조각이 쌓여 만든 웅장함을 담을 수가 없었다. 이전에 여행을 다니면서 멋있다는 성당을 봐도 그렇게까지 감탄하지 않았는데, 쾰른 대성당만큼은 '장관'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높이도 높이지만, 하나 하나 뜯어볼 수록 대단하다는 말만 더해지는 건물이었다. 이 건물을 짓는데 재정난으로 80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해가 된다. 재정난도 재정난이지만, 교회들이 이렇게 돈을 끌어다 성당 건축에 썼으면 종교개혁은 일어나고도 남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쾰른 대성당 외부 석상

유달리 이끼가 많이 낀 석상이 보였다. 초록색으로 염색된 천을 두른 것 같아 신기했다.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부분에만 이끼가 낀 것이겠지만, 어쩜 딱 얼굴만 피해서 저렇게 되었을까-




쾰른 대성당 내부

이 또한 그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위용이다. 앞으로, 위로 뻗은 건물의 힘!





동방박사의 유골함

쾰른 대성당에 동방박사의 유골함이 있다고 한다. 제일 화려해보이는 이게 유골함일 것 같은데. 기준을 정하는 권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기독교에서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의 '묘'도 관에 시신을 담아 땅에 묻은 것이니, 그저 건물이 아닌 땅에 유골함을 둔 것일 뿐인데. 절이라는 것도 우리네 문화에선 정중한 인사 예법이고. 동방박사의 유골함을 성스럽게 여겨 성당에 모셔놓고, 이곳으로 성지 순례를 오는 것과 다를 것이 무언가.


다른 맥락에선, 부처의 진신사리를 전세계 곳곳의 절에서 나누어 가져가 모셔놓은 게 연상되었다. 믿음의 공간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물질이라는 것도, 종교가 세속에서 탄생한 비즈니스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쾰른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혼자 현대적인 스테인드 글라스





자 우리 이제 기도를 드리자. 그리고 나는 10분이 넘게 깊은 기도를 드렸다. ㅎㅎㅎㅎㅎㅎ 나를 보고선 현아도 기도를 올렸는데, 내 기도가 끝나질 않아 당황했단다.


실은 기차에서 애들이 잘 동안 나는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 옛날엔 어디에 머리만 붙이면 잘 잤는데, 요즘엔 빛과 소음이 퍽 신경 쓰인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나이를 먹고 있긴 한가보다.





쾰른 대성당 첨탑 티켓

길고도 짧은 기도를 드리니,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미영이가 여기까지 온 김에 첨탑 꼭대기에도 올라가보자고 제안했다. 원래 쾰른 트라이앵글 전망대에만 오를 생각이었는데, 그래 또 여기까지 와서 안 올라가보면 아쉽겠다 싶어 다 같이 티켓을 끊었다. 원래는 4유로인데, 학생 할인을 받아 2유로에 살 수 있었다! 티켓에도 나와있지만, 첨탑의 총 높이는 157.31m다. 하지만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은 97.25m. 쾰른 대성당의 가치 보존을 위해 쾰른에 이보다 더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쾰른 트라이앵글도 총 높이는 157.31m이 못 된다. 하지만 뷰포인트 자체는 쾰른 대성당 첨탑의 전망대보다 높았다!


아무튼 간에, 총 532개의 좁은 원형 계단을 빙빙 돌며 52층의 높이까지 힘겹게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별 수 없었다. 출발한지 1분도 안 되어 숨이 헐떡이기 시작했는데, 내려오는 사람한테 여기서 얼마나 더 올라야 하냐 물으니, 말도 마라는 눈으로 아직 한-참 남았다고 답했다. 알지만 물어봤다.


거의 다 올라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3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종 치는 걸 볼 수 있는 건가 하며 마음이 급해졌는데, 계단은 휑하고 물기 때문에 미끄러질 것 같은데다 주변이 다 뚫려있으니 밖을 보기가 무서워서 조심 조심 발만 보고 올라야했다.





쾰른 대성당 첨탑 전망대

올라서 마주한 뷰는 환상!

하늘이 도왔는지 흐렸던 날씨도 잠시 우릴 위해 말끔하개 개었다.

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햇빛이야, 얼굴에 닿는 햇빛에 막 황홀했다.




쾰른 대성당 첨탑 전망대, 구름 사이를 뚫고 나타난 햇빛









도시의 상징, Starbucks


Starbucks, Köln

괴팅엔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의 상징, 스타벅스! 대도시에 왔으니 스타벅스에 도장 찍고 가야한다. 다시 괴팅엔으로 가면 언제 스타벅스를 올 수 있을 지 모르니까. 이번엔 '야바칩 프라푸치노'를 주문하려 했는데, 한국에서 늘 먹던 대로 드리즐 많이, 자바칩 반반으로 먹고 싶었다. 드리즐 많이 달라곤 이야기를 했는데, 반만 갈고 반은 통으로 뿌려달라는 말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갈다'는 동사를 독일어로 뭐라 하는 지 모르겠고, 영어로도 mix가 아닌 건 아는데 그래서 그게 뭔지도 생각이 안 나는데다 'ganz'라는 말로는 통자바칩의 '통'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결국 그냥 말아달라 하고 주문을 넣어야 했다. 근데 받아보니 드리즐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입이 삐쭉 나왔다. 그래도 이번엔 카드를 보여주며 이름을 설명해서 캐셔가 곧잘 받아 적었다. 이름이 틀리지 않아 기분이 좋았는데, 또 호명할 때는 우리 이름이 아니라 음료 이름을 불러서 허무했다. 현지인들 것도 음료 이름으로 불러주는 걸 보면 우리 이름이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닌데.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당 충전만큼은 빵빵! 





쾰른 같은 대도시엔 무인양품도 있다


내 사랑 무인양품!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장에 앉아서 무인양품st로 집을 꾸미고 옷을 입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그런 나의 파라다이스를 쾰른에서 마주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큰 매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잠시 잠깐 머물러 행복을 충전하기엔 충분했던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MUJI 푹신 소파, Köln

하아아아아아아 누워있어도 좋고 기대서 앉아있어도 좋고 널브러져 잠을 자도 좋은 내 사랑 푹신 소파. 이제 한국 돌아가면 집에 러그를 깔고 푹신 소파를 놓을 거다. 꼭 놓을 거다.





MUJI 푹신 소파, Seoul

캠퍼스 라운지에서 처음 만난 푹신 소파. 이때는 이게 그렇게 비싼 줄도 몰랐고 (12만원 상당), 무인양품에서 파는 건 줄도 몰랐다. 언제 한 번 무인양품에서 이걸 발견하곤 뛸 듯이 기뻐하며 구매할까 하고 봤는데, 가격에 너무 놀라서 살 마음을 싹 접어버렸다. 그치만 볼수록 탐이 난다. 꼭 사고야 말리라.





최고의 야경 뷰포인트, 쾰른 트라이앵글


Köln Triangle

낮에 쾰른 대성당 첨탑에 올라 시원한 하늘을 만끽하고, 밤엔 트라이앵글 전망대에 올라 쾰른 대성당과 호헨촐레른 다리의 야경을 즐겼다. 튼튼한 유리창으로 옥상 전체가 둘러싸여있어 시내 쪽 뿐만 아니라 반대쪽도 볼 수 있다. 볼 게 없어서 그렇지. 서울은 야근하는 이들이 별이 되어 서울 밤의 야경을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야경을 만들어주지만, 쾰른은 도심을 제외하면 다 어두컴컴했다. 서울의 야경보단 초라하지만, 예비 직장인으로서는 부러운 광경이기도 했다.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와면 눈 앞에 딱 대성당이 보여 "와!" 할 것만 생각하고, 밤에 유리창에 빛이 반사되어 오히려 성당이 안 보일 생각은 못했나보다. 사람들이 다 엘리베이터 쪽 복도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명당 자리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또 사진 하면 한국인 아닌가. 우리는 내 아이폰으로 조명을 켜고, 셋 중 제일 좋은 미영이의 아이폰 7으로 촬영을 해서 사람과 야경 모두 잘 나오게 찍고 있었다. 그때 독일인 세 명이서 핸드폰을 내밀며 촬영을 부탁했다. 우리가 쓰던 조명을 그들에게 비춰주며 사진을 찍으려했더니, 괜찮다고, 자기 카메라에 후레쉬 터뜨리게 해놨댄다. 아- 딱한 자들아. 후레쉬라니. 유리창을 두고 이 밤에 사진을 찍는데, 후레쉬라니! 유리창에 불빛 반사되고, 눈은 적목현상으로 새빨갛게 나올 게 뻔한데. 단호하게 후레쉬를 끄고 조명을 비춰 사진을 찍어주었다.


근데 정말로 이쪽 사람들은 사진에 배경 나오고 자기 모습만 나오면 만족하는 것 같다. 클럽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나 여행 사진을 페북에 올려놓는 걸 보면, 우리가 친구 생일날 못된 장난으로 올릴 법한 사진들이다. 어두운 곳에서 후레쉬를 터뜨리는 건 이들에게 응당 그래야만 하는 숙연한 의무인 듯하다. 전에 록빈이가 여행지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아, 실루엣이 나오도록 감각을 부려 사진을 찍어줬단다. 록빈이 사진 찍는 능력은 알아주는데. 근데 그 사람들, 도리질을 치며 플래쉬를 터뜨려 얼굴이 꼭 나오게 찍어달라고 다시 부탁을 했단다.






얼마만의 재회니, 나의 사랑 치킨! KFC 


KFC im Hauptbahnhof, Köln

시내에서 카니발을 즐기다가 빠져나와 전날 봐둔 '고기마차'에 갔다. 근데 카니발 때문에 사람이 너무 바글거렸다. 처음엔 주문 먼저 하고 자리가 나길 기다리라 하더니, 조금 지나서는 주문한 음식이 나와도 자리가 안 날 수도 있다며 아예 주문조차 안 받는다고 했다. 해물 순두부찌개가 너무 너무 먹고 싶었고, 인터넷도 안 되는 쾰른에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곳인데 허망하게 빠져나와야 했다. 못 먹게 되니 배는 급격하게 더 고파왔다.


그러다 생각난 게 KFC였다. 치킨!!! 치킨 먹자 치킨!!! KFC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며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았지만 망할 인터넷은 터지지가 않았다. 광화문에 10만명이 모였을 때도 데이터는 잘만 터졌는데, 겨우 쾰른 카니발 때문에 3G조차 안 터진다니 정말 답이 없는 독일 인터넷이다. 치킨은 거의 포기했고, 주변 식당 검색조차 못하니 뮤지컬 하우스 안엔 괜찮은 식당이 있지 않을까 하며 근처로 가던 차였다. 그때 진짜 운이 좋게 KFC 구글 지도 검색 결과가 딱 나왔고, 중앙역 안에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YEAH!


20유로짜리를 하나 시켰더니 셋이 다 먹지도 못할 만큼 푸짐한 양이 나왔다. 정말 먹고 싶은 건 양념치킨이지만, 기름진 KFC 치킨이라도 지금으로선 감지덕지였다.


빈에서도, 프라하에서도, 쾰른에서도 어김없이 마주치는 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사람들이 먹다 버린 걸 찾아내거나, 말을 걸며 돈을 구걸하는 가난한 자들이다. 나라가 잘 살고 도시가 부유하다 해서 입에 풀칠하며 사는 이들이 없는 게 아니다. 처음 서울역에 갔을 때 마주한 대조적인 두 부류의 삶에 충격을 받았던 것 만큼이나, 여행객의 신분으로 관광지에 와서 돈을 쓰는 와중에 나같은 관광객에게 한 푼 두 푼 구걸하는 사람을 만날 때에도 참 어려운 기분이 든다. KFC에도 안쪽 쓰레기통을 뒤지는 누군가가 나타났고, 그를 가리키며 카운터에 뭐라고 말을 전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큼직한 봉지를 든 사람이 나타나 테이블마다 말을 걸며 남은 음식을 구걸했다.


우리는 주문한 치킨을 채 다 먹지 못해, 이걸 버려야 하나 챙겨 가야 하나 고민을 하다 이따 기차에서 아쉬울 지도 모른다며 일단은 챙겨 일어섰다. KFC를 빠져나오려는데 아까 그 구걸하던 사람이 우리가 들고 나온 치킨 통을 보고선, 자기에게 주면 안 되냐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 친구들과 짧은 눈짓을 나누고 말할 것도 없이 곧장 치킨 통을 건넸다. 고민할 여지 없이 건넸지만, 그렇다고 '흔쾌히' 준 건 아니었다. 짐 될 것 같았던 건데 우리한테도 좋은 일이고 그쪽한테도 반가운 음식이니 서로 잘 된 일이다,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버릴까 했던 음식을 떠넘기듯 줘놓고 생색내는 게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인간 삶에 대한 질문은 정말이지 예고 없이 들어온다.




레고 스토어에서 짝궁을 만났다


Woody im LEGO Store, Koln

모자에 노란 상의, 청바지, 하얀 아우터(ㅋㅋ)까지 이런 우연이 있나!





LEGO schlüsselanhänger, Köln

레고엔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보니까 괜히 좀 탐나던 레고 캐릭터 열쇠고리들. 스타워즈는 보지도 않았는데, 다스베이더는 제일 데려오고 싶게 생겼었다. 전에 후드 라이언 샀다가 어떻게 됬는지 잊지 않았기에, 이 아이들은 좋은 주인 만나라고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