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거자필반 ver. 2 (feat. 학생증)

2017. 11. 10. 12:56독일생활/Tagebuch


2017. 11. 08. 


실은 하노버 갔던 날 아침에 학생증을 잃어버렸다. 분명히 역까지 뛰어가면서 손에 쥐고 있었는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놓친 것 같다. 기차에서 검표원이 다가와 표를 확인할 때가 되어서야 온 주머니와 가방을 뒤집고 학생증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검표원이 기다리고 있어 조급한데 학생증을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눈 앞이 아찔했다. 이러면 표값의 몇 배는 벌금으로 내야할텐데……. 정말 천만다행으로 마음이 너그러운 검표원이었다. 괜찮다며 그냥 넘어가주었다. 옆에 있던 친구들 모두 학생증을 갖고 있었고, 딱 봐도 같이 온 대학생이었으니까!


하노버 가는 길은 이렇게 일단락되었지만 돌아올 때가 문제였다. 이미 괴팅엔에서 잃어버린 학생증을 하노버에서 찾는다고 나타날 리도 없고. 학생증에 돈도 많은데……. 처음에 돈 넣을 때 갖고 있던 지폐가 50유로 짜리라 그냥 그거 턱 하고 넣었단 말이야. 물론 그동안 멘자도 가고 커피도 사마셨지만 그래도 아직 2만원은 족히 들어있을텐데. 그래도 엄청난 걸 잃은 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머릿 속 걱정 방은 문이 금방 닫혔다. 하노버에서 노는 건 정말 재미지게 놀았고, 돌아오는 기차에 올라서야 다시 걱정 방문이 열렸다. 검표원이 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내 이름으로 Semester Ticket이 발급된 건 맞으니까, Stud IP로 로그인해서 프로필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안 된다 하면 그때는 별 수 없이 벌금을 물어야겠지,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근데 그것도 잠시, 싸돌아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금방 눈이 감겼다. 중간에 인기척에 잠시 눈을 떴을 때 검표원이 지나가는 것 같아서 스리슬금 눈을 다시 꼭 감았다. 검표원은 우리 셋 다 자고 있어서 그냥 지나간 것 같았다. 나중에 그 이야길 했더니 친구들도 잠에서 깼는데 그냥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단다. 눈 감은 사람이 나 하난 줄 알았더니 넷이나 되네ㅎㅎ


월요일 10시가 되자마자 학생증 분실물이 모인다는 Servicebüro Studienzentrale에 연락을 했다. 내 카드는 없는데, 주말에 잃어버린 거면 누가 찾았어도 아직 안 들어온 걸테니 며칠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 카드가 이곳에 접수되면 이메일이 갈 거니까, 만약 이메일을 받지 못하면 그때 재발급을 하란다. 그래서 일단 카드 정지를 시켜놓고 기다렸다. 시내갈 일이 있어도 학생증이 없으니 그냥 담에 가지 뭐 하고 마음 접으면서 며칠을 보냈다.


결국 이메일은 오지 않았고, 두 발로 시내의 Servicebüro에 갔다. 돈도 하필 100유로 짜리 지폐 밖에 없어서, 이걸로 8유로 내도 되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만약 직원이 심술을 부리며 잔돈 없으니 다음에 오라고 하면 어쩌나, 걸어가기엔 다음 수업에 늦을 상황이었다. 근데! 아니 이메일 보내준다며! 카드 잃어버렸다고, 재발급 받으러 왔다하니 이름을 듣고선 내 카드 있는 것 같단다. (카드 잃어버린 사람이 진짜 많은 가보다. 분실카드가 한 뭉텅이 있었다.) 슥슥 카드를 넘기더니 내 카드를 쏙 뽑아서 꺼내줬다. Block 걸어놓은 것까지 해지했다. 후아! 누가 여기까지 카드를 갖다줬는지 몰라도 정말 천사다 천사. 복 받으실 겁니다!


이제 주말에 쾰른 갈 수 있다!



▽ 혹시나 학생증을 분실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

"학생증 분실/파손 시 대처 요령 및 재발급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