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Nacht der Lichter am Silbersee in Hannover

2017. 11. 10. 10:50독일생활/Tagebuch

2017. 11. 04. 


우리나라에선 잘 안 쓰는 페이스북 이벤트 기능을 이곳 사람들은 정말 잘 활용한다. 굳이 오프라인에서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웬만한 행사 소식은 다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우주공강에 금 공강 + Semester Ticket까지 있으니 맨날 놀 궁리 중이라, 이 기능이 정말 반갑다. 하노버에서 빛 축제가 열린다기에 가볼까 싶어 '관심있음'으로 표시해두었다. 그걸 지수가 보고선 "언니도 주말에 하노버 가?"하고 톡을 보내왔다. 안 그래도 지연이가 카메라 고치려고 캐논 서비스 센터를 찾고 있는 건 봤는데, 이번 주말에 지연이랑 지수도 하노버에 카메라 고치러 가면서 겸사겸사 빛 축제도 보고 올 생각이었단다. 사실 막상 갈 때 되면 귀찮겠지, 하며 안 갈 마음 반으로 눌러둔 거였는데 동행이 생기니 놀 의지가 생겼다.



나름 니더작센 주도인 큰 도시인데도 하노버에 제대로 된 캐논 서비스 센터 하나가 없다. 지연이는 결국 카메라를 고치지 못했고, 도심 어딘가에서 할 줄 알았던 빛 축제는 알고보니 지하철 1호선 종착역에서 내려 한참 걸어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렸다. (중간에 러쉬에 들려서 러쉬만의 그 향을 만끽하고, 자툰에서 태블릿 케이스도 흘깃거렸다.)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인적도 없고 가로등도 몇 없는 한적한 랑겐하겐이었다. 어제도 달이 참 밝았는데, 달이 막 뜨기 시작한 시간이어선지 오늘은 더 밝아보였다. 그런데 오른쪽 위가 살짝 뭉개진 것 같은게, 보름은 어제였던 것 같았다. 지연이는 오늘이 보름인 것 같다고 했지만, 내 눈썰미가 정확했다. 헤헤헿ㅎㅎㅎ 이렇게 달이 밝은 데도 별들이 반짝반짝 잘 보일 정도로 날도 좋고 공기도 좋고 빛 공해도 없다니!


이름도 예쁜 Silbersee. 가는 길에 드물게 사람들이 보였는데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다들 착한 할로윈처럼 등불을 하나씩 들거나 전구를 두르고 다녔다. 여기서 우리 머리엔 의문이 두 가지 들었는데, 하나. 이 외곽이서 축제를 하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 왜? 둘. 어린 아이들이 많다. 우리가 껴도 되는 건가.






숨겨진 듯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쿵짝쿵짝 음악소리가 들리고 빛을 들거나 두른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쪽에선 구운 소시지와 감자튀김을 팔고, 또 다른 한쪽에선 크레페를 팔고 있었다. Nacht der Lichter는 달빛 낭낭한 호수 옆에서 아이들 데리고 나와 즐기는 작은 동네 축제였다! 지연이가 완전 송도빛축제랑 똑같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빛축제가 아니라 빛을 들고와서 만드는 축제였다. 그래도 (올모스트)보름달과 호수에 일렁이는 달빛이 너무 예뻐서, 이런 소소한 축제가 막 사랑스럽고, 고요할 때 연인과 함께 와서 앉아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랑겐하겐 악단으로 보이는 팀이 연이어 공연을 펼쳤다. 우리가 딱 갔을 때 연주를 하고 있던 팀의 선곡이 제일 좋았다. 어두운 밤에 달빛 바라보며 듣기에는 너무 흥이 나는 곡이었는데, 그렇다고 방방 뛰어다니기엔 축제가 소박하고 주변이 너무 깜깜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우습고 웃기고 그랬다. 이런 데 오면 장터에서 팔아줘야지. 소시지랑 포모스랑 하나씩 사서 셋이 나눠먹었는데 모래밭에 서서 순삭해버렸다! 크레페도 먹고 싶어서 흘깃거렸는데 반죽에다 설탕 찔끔 뿌려주면서 가격은 창렬이라 먹으면 화만 날 것 같았다. 쓰다보니 크레페 먹고 싶다.







그래도 나름 하이라이트! 얼마나 호수가 작은지, 호수 건너편에서 폭죽을 쏘니 이쪽까지 폭죽 연기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만큼 가까운 머리 위에 폭죽을 쏘는 건 또 처음 보는 거라, 터지면서 하늘에 나리는 빛이 내게로 쏟아지는 것 같아 순간의 황홀을 맛볼 수 있었다.


이방인은 우리 뿐. 현지인인 척하는 건 확실히 여행과는 다른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