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장장 여섯 시간에 걸친 관람, 미술사박물관

2017. 10. 30. 03:06해외여행/2017 빈∙프라하 혼자여행

빈 미술사 박물관 /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주소_Maria-Theresien-Platz, 1010 Wien

웹사이트_khm.at

전화번호_+43 1 525240

개장시간_화-일 10:00 ~ 18:00 (목요일 ~ 21:00)

입장료_성인 15€ / 학생 11€ (학생증 지참)

오디오가이드_한국어 지원, 4€

 

 

박물관이 워낙 크고 방대하니까, 영어로 가이드를 듣기엔 너무 지칠 것 같아 한국어로 들었다. 하지만 받은 종이와 오디오 가이드의 번호 매칭이 엉망이라 번거롭게 이것 저것 눌러보며 찾아내서 들어야 했다.

 

 

 

굳이 이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오가며 자주 볼 수 있는 미술사 박물관. 건너편엔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데, 화려한 건물 두 개가 마주보고 있어서 이곳의 위치를 몰라도 두 건물을 보면 아, 여기가 미술사/자연사박물관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이날부터 날씨가 꾸리꾸리해졌는데, 박물관 안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낸 바람에 날씨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조각상들 표정이 하도 극적이라 얼굴을 뚫어지게 보게 된다.

 

 

 

 

 

줄지어 걸려있는 초상화에서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인물의 손에 사물을 하나씩 들려 프레임 안에 등장시키는 건데, 자세를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불편한 자세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뭔가를 들렸을 것 같았다. 꽃이나 반지를 들린 것 같은데, 마지막 아저씨는 진짜 반지 부자다.ㅋㅋㅋㅋ 나 반지 개많아 하고 자랑하는 것 마냥 자신이 가진 반지 죄 들고 나와 보여주는 것 같다.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는 '바벨탑'. 여호와가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여러 개로 나누어 혼란을 만들어버리자, 인간들은 결국 도시 세우기를 포기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한다. 그 도시의 이름이 '바벨'이다. 그림을 멀찍이서 보면 바벨탑이 왼쪽으로 좀 기울어져 있다. 게다가 1층 기반이 다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층을 올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아무리 높게 더 쌓아올린다 한들 결국은 무너질 것임을 암시하는 거라고 한다. 또, 건물의 형태가 콜로세움을 닮았는데, 이는 영원할 줄 알았던 로마 제국이 결국 멸망한 것과 같이 바벨탑의 운명을 예고하는 힌트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브뤼겔' 혹은 '브뤼헐'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이 화가를 주제로 특별전시가 진행중인데, 알베르티나에 갔을 때는 너무 지쳐버려서 브뤼겔 전시는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버렸다.

 

 

 

 

 

위 네 장의 사진에는 유디트(Judith)와 살로메(Salome)가 섞여 있다. 우리에겐 클림트의 유디트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그 전부터 유디트와 살로메는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주제이자 인물이었다. 젋은 여자가 잘린 남자의 목을 들고 있는 그림이면 거의 유디트나 살로메 중 한 명일텐데, 무척 비슷한 그림이지만 그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유디트는 술 취한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나온 영웅이라 일컬어지고, 살로메는 관능으로 남자를 홀려 세례자 요한의 목을 자르게 한 여인이라고 전해진다. 두 이야기를 참고하면 누가 유디트이고 누가 살로메인지 구분할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칼을 들었는지, 쟁반을 들었는지 보는 거다. 물론 유디트가 칼을 들었다.

 

 

 

 

 

위의 그림들을 보다가 클림트의 유디트를 보면, 왜 사람들이 이건 유디트가 아니라 살로메라고 욕과 비판을 했는지 알 법도 하다. 이제 진짜 클림트 유디트가 '팜므파탈'로 묘사되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

 

 

 

Jacob Jordaens, The Feast of the Bean King, 1640-1645

한국어로는 '콩 왕의 축전'이라고 번역된 그림이다. 플랑드르 전통에 1월 6일 예수 공현절을 맞이하여, 사람들과 모여 앉아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게 있는데, 이 때 '콩 왕'을 뽑는다. 축제를 위한 케익에 콩을 하나 넣어 굽고선, 그 콩을 발견한 사람이 축제의 '콩 왕'이 되는 것이다. 이 외의 사람들도 저마다 역할 하나씩을 나누어 가진다고 한다. 어깨춤 노래가 절로 나올 것 같은 흥 난 분위기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그 와중에 관객을 흘긋 바라보는 사람 한 명이 있다. 무슨 의도로 그녀의 시선을 이리 당긴 걸까 궁금하다.

 

 

 

 

 

중간중간 원작을 옆에 두고 캔버스에 모작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얼마나 세밀하게 그림을 그리는지, 이 아저씨는 돋보기를 들고 그림을 그렸다. 하루에 몇 시간씩 저렇게 작은 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진짜 눈 아플 것 같은데... 저 그림은 왜 그리는 걸지 궁금했다. 저렇게 해서 그림을 파는 걸까. 자기 마음대로 색을 골라 구도를 잡고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원작과 똑같은 구도로 똑같은 색을 찾아 표현해내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또 매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정말 신경쓰일텐데, 마치 가림막이라도 하나 있는 듯 그림 그리는데 몰두해 있는 그 집중력이 진짜 대단해보였다.

 

 

 

Erzherzogin Marie Antoinette (1755-1793), Königin von Frankreich

 

딱 보자마자 누군지 알 수 있는 바로 그 사람, 마리 앙투아네트. 이렇게 큰 그림일 줄은 몰랐다.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마리 앙투아네트라 하면 영화의 이미지가 깊게 박혀있는데, 그럼에도 그림을 보고선 우아하고 기품있고 진지한 인물인 듯 느껴지니 그림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 그녀의 시선이 마치 옆의 그림을 향하는 것 같아 배치가 재미있기도 했다.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스페인의 왕녀, 마르가리타. 3살부터 그녀가 자라나는 초상화가 연이어 걸려 있어 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이유는 정략결혼 대상이었던 그녀의 삼촌이자 사촌이자 예비신랑인 레오폴드가 있었던 빈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었단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너무나 낯익은 인물이라 아는 그림인줄 알았는데, 정확히는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 때문에 낯이 익은 거였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방

 

 

 

 

 

위의 층을 다 돌고 내려와 이집트 유물 전시관을 돌아보았다. 진이 빠져서 설렁 설렁 본 것도 있지만, 남의 시체와 관을 예술품이라고 가져올 생각을 했다는 게 좀 섬뜩하고 꺼림칙한 탓이 컸다.

 

 

 

 

그림만 보다가 문득 천장에 눈길이 닿았는데, 방마다 천장도 그림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세상 돈 많고 봐야돼, 그래야 이렇게 천장까지 꾸미지.

 

 

 

 

사실 전시를 보는데 한 사진작가 분이 어느 그림 앞에서 잠시 서있어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다. 내 머리 색과 그림이 너무 잘 어울려서 뒷모습을 찍고 싶다는 거였다.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고 고맙다는 말에 별 거 아니라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다 며칠 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발견했다. 심지어 내가 팔로우 하는 페이지도 아니고, 페친이 그 글을 공유한 덕에 내 피드에 뜨게 된 거였는데 전에 미술사 박물관에서 만난 그 작가가 생각나 인스타그램에서 작가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그 밑으로 내리다보니... 내 뒤통수가!!! 허헣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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