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약속한 영화의 날, 서브스턴스 비공식 상영회

2025. 3. 3. 23:19문화생활/영화

@개미극장

 

  • '젊음과 미에 대한 집착과 강박, 노화에 대한 공포, 자기 혐오와 파멸'의 묘사
  • 결말이 Love yourself가 아니겠다는 걸 감지한 시점부터 몰입하면서 봄. 그 전까지는 이거 또 진부한 결론 내고 끝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조금 심드렁하게 봤는데.
  • 대사가 거의 없고 사운드에 집중한 연출. 뮤직비디오 감독이 제작한 영화, 혹은 두 시간짜리 뮤비 같다는 인상. 자연스럽지 않고 세팅된 것 같은 배경의 집도 꼭 세트장 같아서 더욱. 배경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쇼트가 구성되거나, 낯선 시점의 쇼트를 많이 삽입한 것도 뮤비스러웠음.
  • 달력에 수의 7일엔 수라고 적고 자신의 7일엔 X를 치는 엘리자베스. 본인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엿보여서 안타까웠음.
  • 점점  숨기고(선글라스장갑옷깃숨겨지는(화장실로화장실 뒤로엘리자베스
  • 엘리자베스의 노화가 심해질수록 거리를 걸어갈 때 점점 더 거칠게 흔들리는 카메라 (불안함을 묘사하는 촬영 기법이라고 알고 있음)
  • 젊고 아름다운 신체의 대유(代喩)로 쓰인 엉덩이.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로 굉장히 많이 나옴.
  • 수가 스테빌라이저를 남용해서 엘리자베스가 늙어버렸을 때, 수가 출연한 토크쇼를 보며 요리를 하는데 그 모습이 흔히 그려지는 마녀와 유사했음. 마녀는 늙고 추하고 혼자 외롭게 사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으며 공포의 대상, 추방과 화형의 대상이 되기도 함. ‘마녀’라 함은 늙은 여성을 손쉽게 혐오할 수 있는 프레임.
  • 와중에 거슬리고 말았던, 영화적 허용이라 치고 넘어갔던 것들은. 1. 베르누이의 법칙 무시하는 링거 2. 한 바늘에서 어떻게 피가 동시에 들어오고 나가냐구요 3. 유동식을 왜 위장이 아니라 혈관에 4. 걷기도 힘들어하던 폭삭 늙은 엘리자베스, 갑자기 초사이언 파워로 수를 끌고 다니고. (후반부 어느 즈음부터 이 영화에선 현실적 묘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심각한 와중에 피식 웃고 넘어감)
  • "IT CHANGED MY LIFE" 쪽지랑 그 뒤에 두 번 나오는 꽃다발에 꽂힌 카드의 글씨체가 같아서 혹시 뭐 있나 했는데 모르겠음
  • 공포 영화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내가 눈을 가리는 부분은 고어한 장면보다는 상처가 덧나서 고름이 흘러나오는데 그걸 또 찌른달지, 뇌진탕이 걱정될 정도로 타일 바닥이나 거울에 머리를 세게 박는달지 하는 현실적으로 경험 가능한 것들이었다... 으

 
 
개미의 평

  • 신체를 고어하게 보는 것이 이 영화가 의도한 바. '고어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싶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 어떤 교훈을 줘야겠다기 보다는 여성은 젊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이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그 자체의 묘사에 목적이 있는 것 같음.
  • 몬스트러스엘리자베스수(?). "모든 것이 완벽히 제자리에 있군."이라고 하는 남성의 발언에 대해 가장 극단적으로 대응하여(어디 한번 보여주지) 변한 여성의 신체. 차라리 코에 가슴이 달린 게 낫겠다고? 코에 가슴을 달아버려. 그 모습이 주는 해방감! 카타르시스!

 
 


 
영화 보기 전에, 개미랑 이야기했다. 우리는 왜 영화를, 특히 '좋다'고 하는 영화를 쉽게 재생하지 못할까. 더 집중해서 열심히 봐야 할 것 같고, 교과서처럼 분석해야 할 것 같고, 상징을 찾고 해석을 내놓아야 할 것 같아서. 근데 꼭 그렇게 봐야 하나, 개떡같이 봐도 내가 재밌으면 그만. 아카데미에서 상 받았다는 영화든 소위 쌈마이 영화든 부담 없이 보자고〰️〰️

'문화생활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지에 미드소마를 보자는 약속  (0) 2024.07.06
Me Before You(미비포유)  (0) 2016.11.28
제2회 공상온도 영화제, 'her(그녀)'  (0) 201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