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정동진시간박물관 & 모래시계 공원

2016. 12. 13. 07:55국내여행/2016 강원

정동진시간박물관 & 모래시계 공원


저번에도 신기하게 봤던 배 모양 건물! 썬크루즈 리조트인데 마치 쓰나미가 왔다가 엉뚱한 산자락에 얹힌 모양이다. 인공적으로 밝혀놓은 조명 뿐인 여수 밤바다를 '감성'이네 '힐링'이네 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정동진 밤바다에 비친 불빛을 보니 감성감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여수 밤바다 매력도 그런 것이겠거니 싶었다.

모래시계 공원엔 '정동진 시간 박물관'이 있는데, 진짜 기차 일곱 량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전날 밤 채환이가 이곳에 들어가보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해서, 잘 곳 마땅치 않은 토요일 밤 정동진에서 굳이 굳이 숙소를 찾아 묵었다. 사실 나도 구경하고픈 마음이 꽤 컸다! (정동진 일출도 보고 싶었고!)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가 있었다.

'Seven Man Clock'

(왜 Men이 아니라 Man일까?)


일곱 명의 사람이 반복적으로 움직여 시계가 돌아간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희망도 재미도 없이 기계처럼 일하는 듯 보이면 시계가 우울하게 느껴지고, 열심히 힘을 내 시계를 움직이는 일곱 명의 사람들로 보이면 활기찬 느낌을 받을 것인데, 나는 전자에 해당했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노동자들처럼 일곱 명의 사람이 각각 기계의 부품처럼 같은 일만 죽어라 반복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중심부 아래에 달린 한 사람은 시계가 돌아감에 따라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데 정점에 도달하면 다시 바닥으로 재빠르게 추락해버린다. '인간의 삶과 시간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해설을 하려면 아예 다 알려주든가 아니면 관객의 상상에 온전히 맡기든가! 그 관계가 뭔지 말을 해줘야 설명이지..... 긴 세월 치열하게 살아가다 한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 생의 허무를 나타내는 것일까.


조선 세종 대의 앙부일구만 알아서 그런지, 훨씬 이전의 시대부터 시계를 사용했으리라는 걸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고민해보았더라면 그리 낯선 생각도 아닌데. 알게 모르게 현대 문명에 도취되어서 과거의 문명를 경시하는 편견이 있나.


이건 사실 밖에서 전시물을 볼 때 참고하려고 대충 찍은 거다!


처음 알게 된 '양초시계'

시간의 정밀도를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대단해보이면서도, 그 발전의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는 점에 놀랐다. 하긴 우리도 일상에서 시계의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니 굳이 시계의 발전을 요하지도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오차 없는 시계의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에, 왜 그렇게 오차 범위를 줄이는데 매달리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수강신청할 때 사이트마다 다른 시간 때문에 짜증났던 기억이 나서 분명 오차 없는 시간 측정이 진짜 정말 매우 아주 중요한 분야가 있겠지 생각했다.


'향시계'

향을 피우면 줄이 순서대로 떨어지면서 방울이 바닥에 부딪혀 소리가 나는 원리다.


박물관을 관람한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 악기가 여기 있는 맥락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으로 이렇게 보니 너무 뜬금포같다.


당연히 가품이겠거니 하며 무덤덤하게 보다가 인터넷 기사로 설명을 읽고 반전영화라도 본 것처럼 깜짝 놀랐던 시계! 타이타닉의 침몰 시간을 알려준 유일한 시계라고 한다! 오전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는 이 시계는 한화로 약 2500만원에 낙찰되었다는데 (지금 보니까 생각보다 그리 비싼 건 아니네?) 그 낙찰자가 바로 강릉시간박물관 측이었단다.


기차 한 량이 아예 그냥 타이타닉 시계 하나를 위해 꾸며진 것 같았다. 타이타닉의 메인 홀 계단에서 사진 찍으라고 되게 그럴싸한 배경도 마련되어 있었다.


실제 기차를 옮겨다 놓은 것이라 칸과 칸 사이의 공간도 기차와 똑같았다. 기차 내부는 창문을 모두 막아두었지만 칸 칸 사이 공간에서는 잠시 바깥을 볼 수 있다. 프레임 밖으로 보이는 광경이 뭔가 이터널 선샤인 느낌이 났다.


기차의 입구에서 샀던 엽서를 들고 가 끝 칸에서 편지를 썼다. 미래의 나에게! 박물관의 입구로 다시 돌아오면 우체통이 세 개 있는데, 각각 2017, 2018, 2019년 1월 1일에 편지를 발송해주는 '느린우체통'이다. 2017년은 너무 가까워 과거의 나에게서 편지를 받았다는 감동이 없을 것 같아 2018년으로 하고 학교 과방으로 보냈다. 누군가는 받아서 내게 연락해주겠지!


기차 마지막 칸의 위에는 옥상같은 전망대가 있었다.

소망의 종을 울리는 모자

🤠



아참! 아침 6시에 가까스로 일어는 났지만 구름이 짙게 깔려 이번에도 또 해돋이를 보지 못했다. 정동진에서 해 뜨는 거 보겠다고 해놓고 벌써 두 번이나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