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곳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Göttingen 시내 나들이 / 지연 집들이

2021. 7. 17. 18:59독일생활/Tagebuch

일기 아카이브/ 독일 도착 주간

2017. 09. 06.

학생증이 필요해서 Frau Seack한테 메일을 보냈더니 수요일에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는 기숙사에서 하루 내내 방콕하고 있었다.

지연이랑 지수를 만나 Frau Seack 사무실에 함께 갔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정말 허망했다. 원한다면 혼자 공보험 가입하고 enrollment 하고 돈 내고 학생증 발급받을 수 있는데, 어차피 17일에 다 같이 할 거니까 혼자 하든 기다리든 선택하라는 거였다. 어련히 알아서 다 될 거 뭐 그리 벌써부터 조급해하냐는 뉘앙스. 혼난 게 아닌데 혼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기다리길 선택하고 나왔다.

Frau Seack을 만나고 나면 할 게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할 게 하나도 없어서 당황한 우리는 이 허무를 점심으로 채우기로 했다.

들고 나온 우산이 무색하게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짱짱하게 내리쬐었다. 그래서 Zentrum Mensa로 가는 길에 잠깐 기숙사에 들러 우산을 두고 나왔다. 그러자 하늘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한 5분쯤 후부터 비와 바람을 퍼부어댔다. 우산 두 개를 세 명이서 붙잡고 비바람과 사투를 벌였다. 얼마나 처절해 보였으면... 횡단보도에서 물에 빠진 생쥐꼴의 우리를 사람들이 측은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진짜 운이 없게도 하필 어떻게 딱 오늘이 또 멘자 쉬는 날이어 가지고 허탕을 쳤다. 이렇게 된 김에 구시청 건물에 있는 나름 유명하고 조금 값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마치 괴팅엔으로 여행을 온 것처럼!

 

Bullerjahn: Markt 9, 37073 Göttingen, Germany

식당 이름은 Bullerjahn. 핑크색 벽의 예쁜 외관에 야외에도 천막을 치고 테이블을 둔 가게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야외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식사를 즐겼을 텐데. 그래도 내부의 인테리어가 몹시 고급지고, 촛불도 식탁에 올려주어 분위기 있었다.

 

식당 내부

 

피자 하나, 파스타 하나, 스테이크 하나를 시켜 셋이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음료도 하나씩 시켰는데 애들은 Göttinger 맥주를, 나는 크랜베리 주스를 주문했다. 맥주도 한 모금 맛보았지만 역시나 나는 맥주파는 아닌 모양. 크랜베리 주스는 한국 카페들에서 구비하고 있는 달달한 엑기스, 그 맛이었다. 음식은... 파스타는 조금 짠 편이었지만 맛났고 스테이크는 소 볼(cheek)이었는데 결대로 부서져버릴 정도로 연했다. 피자는... 남겼으니 말 다했고.

 

Eislust: Kurze-Geismar-Straße 19, 37073 Göttingen, Germany

여행스러운 시내 나들이의 여세를 몰아 시청 근처의 젤라또 가게에까지 갔다. 이 친구들 괴팅엔에 대해 정말 많이 알아봤구나.

 

찌인한 쇼콜라 맛(프리미엄 가격)을 골랐는데 약간 실패한 것 같다.

 

시청까지 갔다가 돌아오게 되면서 지수는 정말 말 그대로 똑같은 코스를 오늘 두 번이나 돌았다. 다리가 무척 아팠겠다.

지연이네 집이 시내에 있어서 그곳에 구경 겸 쉬러 가기로 했다. 나랑 지수는 기숙사에 살고, 지연이 혼자 자취방을 구해서 산다. 시내이다 보니 집세도 제일 많이 낸다.

 

하지만 집을 보니, 그 돈 주고 정말 살만하겠다 싶었다. 물론 여전히 비싸게 느껴지고 돈에 비해 넓은 것도 아니지만, 복층인 데다 이미 사람 사는 느낌이 물씬 나고 거실이라 부를만한 곳에 소파도 있고 침대도 Queen 사이즈다. 무엇보다도 집 모든 곳에 햇빛과 달빛이 든다.

원래 살던 애는 건물주 아들인데, 떠나면서 웬만한 조리도구와 조미료, 자잘한 바구니, 포스트잇, 심지어 쿠션 책상도 두고 갔다. 자기 액자도 안 떼어내고 갔다. 그래서 물건이 좀 있으니 사람 사는 집 같았던 듯하다.

 

알디톡 개통하는 지연

(Paul이 날 보면서 웃었을만함)

 

위층은 다락같이 생겼다. 창 밖 경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