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6. 00:12ㆍ 독일생활/Tagebuch
일기 아카이브/ 독일 도착 주간
2017. 09. 03.
날씨가 무척 좋다. 공원을 찾아 인근 '초록색 땅'으로 구글맵을 보고 찾아갔다. 하지만 그건 진짜 풀밭이었을 뿐 공원은 아니었다. 혼자 날씨를 만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지수네 집 근처까지 왔다. 우리가 엄청 친했거나, 아니면 지수가 집에 있을 거 같았으면 연락했을 텐데, 지수가 오늘은 한인 교회를 간다고까지 해서 연락하지 못하고 방향을 틀었다. 한 나무 아래 앉아 일기를 몇 줄 쓰는데, 햇볕 아래에서는 그렇게 덥던 게 그늘 밑에 있으니 오들오들 추웠다. 아이참, 그럼 어딜 가지. 일요일은 거의 다 문을 닫는다고 했던 Paul의 말이 생각나, 마땅히 갈 곳도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Paul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는 뭐해?
일요일이라 갈 곳이 없다는 말에 Paul이 자기랑 Alter Botanischer Garten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Das klingt Gut!" (Sounds good!)
정원의 수많은 팻말 덧분에 독일어 단어도 몇 개 배웠다. '-beere'는 '-베리'고 'Hummel'은 'bumblebee'라는 것! 우리가 스포츠 의류 브랜드로 알고 있는 '험멜'이 사실 '훔멜'로 읽어야 맞는 거였다.
몇 가지 아는 식물도 있었다. 고사리도 봤고, 로즈마리 향도 맡았다. 사루비아(샐비아?) 안쪽 꽃잎을 따서 뒷부분을 쪽 빨아먹으면 꿀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도 Paul에게 알려주었다. ← 이걸로 Paul이 나를 '식잘알'로 보기 시작했다! 6학년 담임 선생님 덕분에 참 많은 식물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시내로 돌아가 Döner(케밥)을 먹고, 저 멀리 있는 큰 공원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Schillerwiesen'이라는 곳인데, 엄청 큰 숲도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집 가까운 곳에 걷기 좋고 조용한 숲길이 있다니 정말 운이 좋다. 왜, 관악산도 좋지만 너무 가팔랐으니까. 숨차고. 여긴 나무도 무척 크고, Paul 말로는 가끔 사슴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꽤나 멀리까지 갔기 때문에 돌아오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참 별 얘기를 다 했다. Paul은 작년에 몸이 안 좋아서 앞이 잘 안 보이고 글을 읽기가 몹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며 그때문에 척추 신경에서 주사로 뭘 뽑아(척수였나? 아니 골수! 골수겠다) 검사까지 했단다. 수면마취 이야기도 엄청 웃겼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것들을 가리키며 "Paul, 이건 뭐라 그래? 저거는?"하고 묻는 내가 꼭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아빠에게 이것 저것 호기심 가득 묻는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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