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도 한시적 쉐어하우스

2021. 3. 14. 22:49데일리로그

2021. 02. 02.

낮에 엄마한테서 카톡이 왔다. 생일을 잊어서 미안하다고, 미역국 먹었냐고. 생일? 오늘 저 생일이에요?

음력 생일을 따로 표시해두지 않았더니 이즈음 생일인 것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마침 록빈이가 갑자기 내일부터 실습 출근을 하게 됐다며 짐을 싸서 올라왔다. 생일 혼자 보내는 거야 예삿일이니까 센치해지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친구랑 같이 생일 보내니까 괜히 생일 기분 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7시까지 일하느라 밥을 할 시간은 없어서 비비고 소고기 미역국을 사다가 록빈이랑 밥 말아먹었다.

 

작년 록빈이 생일 때처럼 이번에도 한스에서 당근 케익을 한 조각 샀다. 착한 사람한테만 보이는 촛불도 끄고 ㅋㅋㅋ 푸우우우우우
반전은 이날 생일이 아니었다는 거... 언니가 자기는 4일에 영록이 생일이라고 표시해놨는데 갑자기 오늘 엄마가 오늘 영록이 생일이라고 해서 '오늘이 벌써 4일이라고?!' 했단다. 찐 음력 생일은 2월 4일이었음.. ㅎㅎㅎ

 

2월부터 체육관 10시까지 운영한다고 하길래 9시에 찾아갔는데 문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ㅠㅠ 관장님한테 연락했더니 거리두기 연장되어서 지금도 계속 9시까지만 한다고 문자가 안 갔냐고 그랬다. 지금이 거리두기 몇 단계인지 신경도 안 쓴 지 오래라...; 어차피 집에만 있는데 모...

 

운동 못하는 대신 록빈이랑 오랜만에 무비나잇! 작년부터 계속 찜 목록에 넣어만 뒀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드디어 봤다. 마리안느, 엘로이즈 두 명의 연애 서사보다 소피까지 세 명이 자매처럼 등장하는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2021. 02. 03.

일하던 자리 치우기가 애매해서 록빈이가 그냥 옆으로 앉았다 ㅎㅎㅎ 록빈이가 나 퇴근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왔는데 너무 배고파서 초스피드로 김밥 두 줄을 말았다. 근데 젓가락 들었다가 아 뭔가 빠졌는데... 하다 컵라면도 후다닥 사옴 ㅎㅎㅎ 내가 라면 사 오는 동안 록빈이가 물 올리고... 참깨라면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으로 전자레인지에 돌리라고 나와있어서 착실한 모범생인 나는 그대로 따라 했는데 록빈이는 그냥 물 따라서 기다렸다가 먹겠다고 했다. '이게 더 맛있다는데 왜?'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분식 짬바는 록쨩... 전자레인지에 돌린 건 너무 뜨거워서 바로 먹기도 어렵고 조금 있으니 면발이 금방 퍼져버렸다. 분식은 록쨩 말 듣자~

 

 

2021. 02. 04.

간단하게 먹자고 했는데 차려놓고 보니 저녁상이 꽤 걸었다. 저거 시나몬 롤인가? 록빈이가 브라우니 70에서 비싸게 사온 건데 돈값했다!!

 

이록빈 이런 사진 수십 장 된다 ㅋㅋㅋㅋ 먹방일기 써야 된다고 음식 항공샷에 진심인 록쨩... 그리고 그런 친구를 찍는 집주인 🤳🏻

 

2021. 02. 17.

본가 갔다가 새벽차 타고 돌아온 날 😭 원래 전날 저녁 차였는데 출발 한 시간 전에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배포 나가야 되는데 버그가 발견됐다고, 지금 볼 수 있냐고... 힁... 그래서 표 취소하고 다음날 새벽 5시 걸로 다시 끊었다. 출근하는 길에 당근 거래도 하나 하고 왔다. ㅋㅋㅋㅋ

12월 초에 주문했던 아이맥을 드디어 수령했다!!!!!! 🎉️🎉️🎉️ 회사 출근한 김에 화상 회의용 배경화면도 찍어옴 ㅎㅎㅎㅎ 이거 깔고 회의 참석하면 얼핏 봤을 때 진짜 회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27인치 5K 아이맥 + 32인치 4K 모니터~~~~ 피벗으로 쓸까 했는데 너무 세로로 길어서 상단부 쳐다보려니 목이 아플 지경이라 그냥 가로로 다시 돌렸다. 곧 다시 출근할 줄 알고 회사에 두고 왔던 리얼포스도 집으로 들고 왔다. 원래가 식탁인 곳에서 모니터를 놓고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제 장비가 더 늘어서 밥 먹는다고 어떻게 치우지도 못한다. 록빈이랑 같이 먹는 식사조차도 서로가 아닌 모니터를 마주 보고 하게 됨.. ㅎㅎㅎ

 

이르케...
새벽 다섯 시에 여수에서 성남으로 출근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스케쥴을 소화하고 왔는데 밥 차릴 에너지가 어딨겠음... 조직 경비로 회식비 지원해준다고 한 게 생각나서 록빈이랑 피자를 시켰다. 유튜브 틀어놓고 랜선 여행하면서, 회사 사람 아닌 친구랑, 집에서 회식을 했다. 회사 돈으로 밥 먹으니 너무 좋음

 

맥 유저라면 Photo Booth로 하트 스티커 사진 찍어야 된다고 이록빈이 알려줌 👀 macOS에 그런 앱 있는 줄도 오늘 처음 알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하고 노네 우리 ㅎㅎㅎ

 

2021. 02. 18.

항공샷 찍는 록쨩과 그런 친구를 찍는 집주인 2 🤳🏻

 

완전 록빈 스타일 밥상임... ㅎㅎㅎ 록빈이 어머니가 용가리랑 동그랑땡, 장조림 등등 반찬으로 금방 꺼내먹을 수 있는 것들을 록빈이 편에 보내주셨다! 덕분에 텅텅 빈 냉장고도 좀 채워지고, 밥도 휘리릭 뚝딱 차릴 수 있게 됐다. 안 어울리는 유튜브 비디오 두 개 틀어놓고 밥 먹음

 

 

2021. 02. 23.

집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져서 진짜 소스라치게 놀랐다. 😭 이록빈 출근 안 했으면 집에 있다고 말을 해줘야지... 누가 몰래 집 현관 따고 들어온 줄 알고 순간 얼어붙었단 말이야... 그래도 간만에 점심을 좀 제대로 차려서 먹었다!

 

 

2021. 02. 27.

록빈이랑 차려먹는 마지막 식사 😭 진짜 정성을 쏟아부었다! 감자는 삶고 양파는 볶아서 우유 넣고 갈아 만든 희대의 역작 감자수프 👍 자신 있는 레시피에 추가할 수 있는 메뉴가 됐을 정도로,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사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 오븐에 감자도 굽고 에그인헬도 만들어서 같이 식탁에 올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록빈이는 잠옷에 슬리퍼 끌고 저 앞 편의점까지 다녀왔다. ㅎㅎㅎ

 

항공샷 찍는 록쨩과 그런 친구를 찍는 집주인 3 🤳🏻

 

전지적 이록빈 시점

록빈이 오고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처음으로(!) 같이 외출했다. 이날 11587보나 걸었다. 올해 나가서 걸었던 날 중에 가장 많이 걸은 날이었다. ㅎㅎㅎ 점심에 못 다 먹은 것 + 갓 구운 스콘 나눠 먹으면서 한시적 동거의 마지막 밤을 또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역시나.. 어김없이 엉뚱한 곳에다 또 뭘 흘리고 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