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회자정리 거자필반

2017. 11. 10. 09:40독일생활/Tagebuch


2017. 11. 03. 


물건을 잃어버리면 늘상 나 자신을 달래며 말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 사이를 일컫는 말이지만, 물건과 나 사이에도 인연이 분명 있을 테니까, 여기에도 쓸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건 내가 그것에 신경쓰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람도 소홀하면 떠나가는데, 물건이라고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게 며칠이 걸리든, 눈 깜짝할 새든. 내가 잊고 있다 잃어버린 물건은 누군가 주워서 잘 쓰겠지- 하며 마음을 추스리려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가 없었다. 마음을 비우는 요가 수업 들으러 갔다가 되려 반지를 잃어버리고 마음 가득 집착이 들어앉았으니 참 곤란한 일이다. 아침 7시 반, 스포츠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요가 스튜디오에 반지 없던가요,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물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필 또 요가 스튜디오만 10시에 문을 연다해서 밤까지 새고 왔는데 집에 돌아가서 잠시라도 자고 올까, 아니 돌아가도 고작 1시간이나 쉴까 말까인데 그냥 여기 있을까, 결정도 못하고 스튜디오 문 앞에서 서성였다.


그런데 정말 거자필반이라고, 돌아올 인연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나보다. 한 청소 담당자분이 암벽등반 스튜디오로 청소기를 끌고 들어오기에 사슴 눈망울을 하고선 그분과 눈이 마주치기만을 기다렸다. 이쪽 문 앞까지 청소를 다 마치신 그분은 다행히 내 아련한 눈망울을 발견하시고선 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물으셨다.


"Ich habe gestern abend Yoga Kurs genommen, aber leider meinen golden Ring verloren. Könnte ich das Studio checken, ob es dort meinen Ring gibt?"


흔쾌히 문을 열어주셔서 황급히 달려가 스튜디오 바닥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분명 선생님이 요가 매트를 들어내시면서 바닥 어디로 떨어졌을텐데, 모서리까지 샅샅이 뒤져도 반지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낙심하며 여기 없는 것 같아요, 하고 나오는데 그분이 잠시만 기다려보라 하더니 청소도구실을 열어 반지가 없는지 찾아보셨다. 하지만 그곳에도 반지는 없었다. 내가 들은 게 마지막 수업이었으니 분명 청소하시는 분들이 챙겨놓으셨을 것 같은데, 이게 또 금품이다보니 누가 가져가도 모르는 거라 없을 확률도 높긴 했다.


그때 또 한 번 "잠시만요, 여기도 봐보죠."하며 그분이 카운터 캐비넷을 열었다. 바구니 두 개를 꺼냈는데, 거기 맨 위에 하얀 봉투에 까만 글씨가 쓰여있었다. 어제 날짜와 수업 이름이 쓰여있고 안에 내!!!! 반지가!!!! 들어있었다!!!!


도와주신 청소부께 진짜 이 큰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독일어가 짧아서 "Danke sehr!"와 "Vielen Dank!" 밖에 말하지 못했다. sehr를 두번 세번 말한 것으로 그래도 이 고마운 마음이 전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밤을 샜는데도 반지를 찾으니 막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쿤달리니 요가 1일차 

하루 전에 들은 쿤달리니 요가 수업. 다른 요가보다는 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우리가 아는 스포츠로서의 요가와는 사뭇 달랐다. 명상과 수련의 비중이 꽤나 컸다. 운동하러 갔다가 마음 수련을 하게 되어서 당황은 했지만, 이것 나름대로 생각을 비울 수 있어 마음에 든다. 당연히 계속 수강할 예정이다.


그 와중에 또 발견한 신기한 것. 여기 애들은 주저앉기를 못한다! 선생님은 하시는데, 수강생들은 아주 앉지를 못하고 스쿼트하는 것처럼 어정쩡하게 앉는다. 나랑 현아만 푹푹 주저앉을 수 있어서 이것도 동양인과 서양인의 신체 차이인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