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운전 면허 시험장에서 필기 시험 접수하려다 날 샐 뻔, 그리고 기능시험

2016. 11. 27. 23:31데일리로그

2016. 06. 20 ~ 21.


운전 면허 필기 & 기능시험


6/20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8시가 다 된 시간이었어서, 8시 15분에 오는 셔틀버스는 제끼기로 했다. 대신 운전면허학원에 전화를 걸어 필기시험을 혼자 보러 가도 괜찮은지를 확인했고, 잠을 좀 더 자다가 강남으로 혼자 가기로 했다.

원래 10시쯤 챙겨서 나갈 생각이었는데 아침을 먹고 깜박 잠이 들어 11시 반쯤에야 일어났다. 챙기고 나서서 강남에 도착하니 한시 반. 일단 2층으로 올라갔는데, 세상에 마상에 이게 뭐람, 사람이 우그리 박박했다. 진짜 소름 돋게 많았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지도 리뷰에서 "여긴 오후에 사람이 무척 많으니 꼭 오전에 일찍 가세요."라는 글을 보긴 했다. 그치만 오늘은 평일이고, 사람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간 거였는데... 하... 5시 50분에 광명에서 기능 연습이 잡혀 있어서 무작정 기다리기엔 좀 난감한 상황이었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번호표 1005번 (2016. 06. 20.)

번호표를 뽑아보니 내가 1005번이란다. 돌아가고 있는 번호는 600번 초반대인데.


강남운전면허시험장 2층 (2016. 06. 20.)

대기자가 400명이 넘었다. 아침부터 돌렸을 텐데 지금까지 600명이 처리되었고 앞으로 400명이 남았는데, 나는 신체검사와 시험을 치르고 최소 4시 반에는 여기에서 출발해야 했다. 아슬아슬했다. 까딱하면 접수도 못하고 출발해야할 지도 몰랐다. 학원에 전화해보니 필기를 합격해야 기능 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기능 연습은 상관이 없다고 했다. 30여분 기다리다가 좀 불안해서 옆에 앉아 있던 분들께 100명 빠지는데 대충 얼마정도 걸리는지 여쭤봤다. 100명에 40분쯤 걸리는 것 같다고 하면서, 점심시간동안 세 개 창구만 돌아가는 바람에 좀 밀렸고 아마 지금부터는 더 빨리 돌아갈거라고도 말씀해주셨다.

옆자리 사람이 바뀌어 남학생 두 명이 앉았는데, 보니까 손에 접수 서류를 쥐고 있었다. 여기 층에서 서류는 보지를 못했는데, 뭐지 싶어서 1층으로 내려가 안내창구에 물어봤다. 알고보니 원래 순서는 '1층에서 서류 작성 - B1층에서 시력 검사 - 2층에서 대기표 뽑고 접수'였다. 그런데 나는 2층에서 대기표부터 뽑았던 것이다. 재빨리 서류를 작성해서 시력 검사까지 마치고 올라왔다. 금세 800번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접수창구가 늘어나니 원활하게 사람이 빠졌나보다. 뭣모르고 2층에서 대기표부터 뽑았던 게 운이 좀 좋았던 거다.

2시 55분에 접수를 마쳤고, 3시 11분에 시험까지 마쳤다. 필기는 88점으로 합격했다!

기능 연습을 처음 해볼 때는 막 신이 나고 두근거렸는데, 엑셀도 밟지 않은 엔진 돌아가는 속도로만 시험장을 몇 바퀴 돌다보니 몹시 지루했다. 적당히 따뜻한 해지기 직전, 속도는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같다보니 옆에 앉은 선생님은 졸기까지 하셨다. 2교시에는 모의시험을 몇 번 돌렸다. 추가로 S자 코스도 여러 번 들어가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차의 위치와 실제가 조금 달라서 블록을 밟고 올라갈 뻔한 게 여러 번이었다.

기능 시험은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무난하게 합격할 것 같았다.

퍼엉,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2016. 06. 20.)

집에 왔는데 웬 택배가 하나 도착해있었다. 최근에 주문한 것도 없고, 오늘 연락도 받은 적 없는데 뭐지 하며 보니 교보문고에서 책이 한 권 온 거였다. 그것도 내 이름으로 와 있어서, 출판사 전산 오류인가... 웬떡이야~ 했다! 그런데 순간 이벤트 당첨 선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윤 작가님께 여쭤보니 맞았다. 예상치도 못한 선물에 무척이나 행복한 귀가가 되었다.





신림사거리 (2016. 06. 21.)

6/21


원래 아침 8시에 기상해서 9시에 아시아나 특가세일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생각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싶으면서도 1시에 시험이 있으니 일단 부랴부랴 챙겨 나갔다. 점심시간이라 셔틀도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광명까지 갔다.

기능 시험이야 당연히 100점으로 합격했다! 주행 연습 일정은 6월이 꽉 차있어서 29일부터나 된다고 하길래, 아예 여행이 끝난 7월 셋째주에 하기로 했다. 딱 6시간만 연습하고 바로 시험을 치를 거라 좀 걱정이 된다.

셔틀이 신림역까지만 데려다줘서 거기서 내렸는데 바로 눈앞에 공차가 있었다. 안그래도 오늘 공차를 먹을까 하던 차였는데 앉아있을 공간도 넉넉한 곳이길래 냉큼 들어갔다. 개중에 카페인이 제일 적은 우롱밀크티를 주문했다. 근데도 마시고 나니 심장이 너무 벌렁거렸다. 갈수록 카페인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 실제로는 잠이 충분해져서 원래의 민감도를 깨달아가는 거겠지만. 어찌나 심장이 두근거리던지, 몸을 생각해서라도 카페인 섭취 제한표를 다이어리에 그려볼까 생각도 했다. 마음만 먹어서는 커피랑 밀크티 끊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니, 다이어리에 적으면 그래도 좀 더 지키려고 하지 않을까. 작년에 밀가루에 기름진 음식, 온갖 카페인, 탄산까지 끊었던 그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작년만큼 위가 난리가 나봐야 다시 정신을 차리려나.

혹시나 싶어 아시아나 항공 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 놀랍게도 남아있는 자리가 몇 개 있었다. 9월 초반은 거의 다 나갔는데 내가 원했던 9월 후반은 좀 남아있는 상태였다. 김포에서 오전에 출발하고, 제주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선택했는데 결제에서 계속 에러가 났다. 번번이 실패하다 다시 들어갔을 때는 원하던 김포발 오전 비행기, 제주발 저녁 비행기는 매진되어 버렸고 둘 다 낮에 출발하는 것만 몇 개 남아 있었다. 그래서 김포발은 낮에 출발하는 것으로, 제주발은 특가 말고 할인만 된 티켓으로 만 원 더 주고 저녁에 돌아오기로 했다. 드디어 혼자 제주 여행을 가보겠다! 벌써부터 신난다!

신림사거리에선 빨간불로 막 변하려는 신호를 애타게 건너던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시밀러룩으로 맞춰입은 두 사람 치마가 너무 예뻤다. 마침 빨간불일때 찍혀서 더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운전 면허 학과 교육을 받을 때 만든 지 10년은 넘은 듯한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교차로의 위험한 꼬리물기를 지적하는 내용이 나왔다. 10년이 넘도록 의식이 물질 문화를 못따라가는데, 그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초록불이 깜박이기 시작하면 위험하니 다음 신호에 건너라는 건 유치원 때부도 교육받는 내용인데, 여전히 사람들 마음은 급하고, 빨간불이 되기 직전 신호일지라도 일단 뛰어들고 본다. 쓸데없이 급한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바쁠 것 없는 요즘, 의식해서 고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