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람 넣자마자 빠질 땐 수리점 말고 다이소에 가자

2021. 10. 17. 22:42데일리로그

종종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타는데, 언젠가부터 페달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끙끙대며 한참을 타고 다니다가, 공기 주입기를 발견하고 바퀴에 바람을 넣어 보고 나서야 바람 빠진 타이어가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다. 바퀴에 바람이 빠져서 탱탱하지 않으니 잘 굴러가지 않고, 페달을 밟는데 힘이 더 많이 들었던 것이다. 이걸 알게 된 후로 출퇴근길에 늘 바퀴를 점검하고 자주 바람을 넣어줬다. 그런데 점점 바람 빠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더니, 급기야는 바람을 넣어도 출발함과 동시에 바람이 빠지기 시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랜만에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꺼내보니 바퀴 바람이 아예 다 빠져있었다. 늘 쓰던 공공 공기 주입기는 꽤 멀리 있어서 거기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기엔 좀 번거롭고 귀찮았다. 최근 가까운 곳에 펌프식 공기 주입기가 생겨서 사용해봤지만 밸브가 딱 물리질 않아 공기를 넣을 수가 없었다. 전에 자전거 수리를 맡겼던 가게에 가면 무료로 공기 주입기를 빌려 쓸 수 있긴 한데... 내 자전거를 끌고 가면 사장님이 자전거를 보고 관리 제대로 안 했다고 군소리를 늘어놓고, 이거 바꿔야 한다 저거 고쳐야 한다 영업을 할 게 눈에 선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사장님, 자전거 바람 좀 넣고 갈게요."

바퀴의 밸브 뚜껑을 열고 바람 빠진 타이어에 공기를 넣었다. 사장님이 가게 밖으로 나오더니 팔짱을 끼고 나를 지켜보았다. 바퀴가 탱탱해졌다. 주입구를 떼자 마자 푸슈우우우욱 하고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뚜껑을 돌려 잠갔다. 끝까지 닫았는데도 뚜껑 밑으로 공기가 새어 나왔다. 사장님이 뒤에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거 소용 없어. 밸브가 고장 났구먼."
"아 그런 거예요? 고치는덴 얼마 하나요?"
"만 오천 원. 근데 밸브 고쳐도 못 써. 이거 봐 이거 타이어도 낡았고. 이런 건 한 3~4년 쓰면 바꿔야 돼. 자전거 오래 썼네. 새 거 사. 이거 봐봐, 이 모델 25만 원 하거든?"
"자전거를 자주 안 타서요. 밸브만 고치면 탈 수 있나요? 굴러만 가면 되거든요."
"못쓴다니까. 바퀴를 아예 갈아야 돼. 그 돈이면 새로 사는 게 낫지."

진열된 자전거를 본체만체하고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언제 바람을 넣었냐는 듯이 바퀴가 납작하게 눌려있었다. 다시 밸브 뚜껑을 열고 공기 주입기 호스를 집어 들었다. 내가 바퀴를 교체하지도, 새 자전거를 사지도 않을 손님이라는 게 명백해지자 사장님은 "소용없다니까 그러네." 하고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공기를 다시 넣어보았지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한쪽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스마트폰을 꺼내 '자전가 바퀴 자꾸 바람 빠짐'이라고 검색했다. 제일 위에 뜨는 글엔 '자전거 타이어에서 바람이 자꾸 빠진다 하시면 무시고무를 교체해봅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본문을 쭉 훑어보니 내 자전거 바퀴의 밸브는 '던롭' 방식인 것 같았고, 이 경우 무시고무가 삭으면 바람이 빠진다고 했다.

 

글에서 본 대로 밸브를 열어서 확인해보니 고무의 머리 부분만 달려있고 아랫부분은 아예 실종 상태였다.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다이소로 향했다.

 

매장에 긴 빨대 모양의 무시고무는 보이지 않고, '던롭'이라고 적힌 '자전거 공기 연결잭'이라는 것만 걸려 있었다. 검색해보니 이게 무시고무 없이도 쓸 수 있는 '던롭 교체형 밸브 코어, 무시고무 없는 타입'이라고 했다. 오호, 그럼 고무가 삭을 걱정을 안 해도 되겠군?

 

양 바퀴 모두 공기 연결잭을 바꿔 끼워주었다. 아주 간단하게 휘리릭 뚝딱 끝났다. 던롭 밸브가 제일 보편적이라는데, 그렇다면 시에서 설치한 공기 주입기를 못 쓸 리가 없지. 다시 자전거를 끌고 왔다.

 

직관과는 반대로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 물리고, 스위치를 올려야 주입구가 고정이 되는 거였다.

 

펌핑! 펌핑!! 두어 번 만에 바람이 빵빵하게 찼다. 마침내 돌아오는 길엔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으며 쌩 달려서 올 수 있었다. 이제 내일 문제없이 출근할 수 있다. 😆👌 역시 다이소 최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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