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Vorlesung 첫 수업 / 아코디언 감자 오븐구이 +a

2017. 10. 19. 06:57독일생활/Tagebuch

 

2017. 10. 18.

 

 개강 첫 주! 오늘까지 해서 들어야 하는 Vorlesung의 첫 수업은 다 한 번씩 들었다. 그런데 수업에 가서 이해하고 오는 게 '목차' 뿐이다. 허엉.... 집에 돌아와서 수업했던 내용을 다시 보는데, 복습이 아니라 독학이다 독학. 그래도 듣는 네 개의 수업 중에서, 두 교수님은 말이 빠르지 않아서 발음이 잘 들리는데, 다른 한 교수님은 평타, 마지막 한 교수님은 스크립트를 읽으시는데다 말도 굉장히 빠르시고 설상가상 그 수업 주제인 로마공화국에 대해 배경지식도 없어서 진짜 두 시간 동안 한 마디도 못 알아듣고 왔다. 민정 언니가 C1으로 입학해서도 일 년 동안은 Vorlesung 못 알아들었다고 했는데, B2도 까딱까딱한 내가 알아듣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 와중에 쓸데없는 잡담이랑 농담만 간간히 알아듣는다. 하... ㅎ

 

 전략이 필요하다. 살아남을 전략이 ㅠㅡㅠ 모조리 다 독강이라 내가 내 수업 못 챙기면 챙겨줄 사람도 없다. 간식을 가져갔다가 수업 쉬는 시간에 옆에 있는 애한테 나눠주며 말을 걸어서 도움이라도 요청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래도 오늘 애들이, 혹시 선생님한테 시험 영어로 치를 수 있냐고 물어라도 보라고 귀뜸해줬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시험도 큰 문제였는데, 그래 정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오늘 지연이랑 수빈이가 나랑 똑같이 12시에 수업이 끝나고 그 뒤로 풀 공강이라고 해서, Zentralcampus 바로 옆에 있는 우리 집에 초대해 같이 점심을 해먹기로 했다. 집 가까우니 이게 정말 좋다! 점심 시간이 넉넉하면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된다는 거! 멘자 음식이 알차게 먹을라 치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가고, 또 메뉴 하나 당 양도 적지 않아서 많이 남기게 된다. 그렇다고 메인 한 그릇만 받아오면 너무 부실해서 아쉽다. 웬만하면 집에 재료 많이 쟁여놓고 알차게 해먹으려 한다. 

 

 감자랑 버터가 있으니까 아코디언 감자 오븐구이를 메인으로 내놓으면 될 것 같았다. 저번에 소연이랑 해먹을 때 버터를 너무 많이 얹어서, 감자에 버터 바른 게 아니라 버터에 감자를 담근 거라 해도 무방한 요리였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자를 익히려면 엄청 오래 걸리는데 햄과 치즈는 너무 빨리 타버려서 이번엔 그냥 햄과 치즈를 생략하고 감자만 썰어 오븐에 넣었다. 소금 살짝 뿌리고 버터만 바르면 되서 생각보다 간단한 요리! 하지만 오븐 요리의 단점이 너무 오래 걸린 다는 것이다. 270도로 예열해놓고 구웠는데도 45분이나 걸렸다.

 

 그리고 통통한 흰색 소시지 4개를 뜨거운 물에 살짝 헹궈 기름기를 빼고, 당근이랑 같이 볶다가 양파와 파프리카까지 넣고 마지막에 커리 케찹을 넣어 소시지 야채볶음을 만들었다. 감자랑 같이 완성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감자가 생각보다 익는 데 오래 걸려서 쏘야가 에피타이저가 되어 버렸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접시에 담아 내오자마자 셋이서 순삭해버렸다. 커리 케찹이 오히려 그냥 케찹보다 활용도가 높은 것 같다. 살짝 매콤한 맛도 있어서 한국식 자취 볶음 요리류에 넣으면 딱 좋을 소스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르길래, 엊그제 사온 차이티를 꺼내 우려내어 설탕과 우유를 넣고 밀크티를 만들었다. 밀크티를 그냥 머그컵에 담으면 컵이 좋은 게 아니다보니 너무 금방 식어버려서, 일단 차 주전자에 담았다. 어제 혼자 마실 때는 작은 컵에다 여러 번 나누어 마셨는데 매번 따뜻하게 마실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번에도 양을 넉넉하게 끓여서 그렇게 주전자에 담았는데, 결론적으론 쓸데 없는 짓이었다. 허허허……. 맛있다고 홀짝이다보니 차 식을 틈도 없이 한 잔을 다 마셔버린 거다. 차 주전자 가득히 끓였는데 셋이 나눠마시니 인당 1.3컵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차 전용 작은 컵이면 더 기분 내서 마셨을텐데. 예전엔 몰랐는데, 차나 커피를 마시다보니까 좋은 컵이 탐난다. 확실히 저렴하게 산 컵들은 열 보존율이 낮은 느낌이다. 작업을 하면서 옆에 차나 커피를 두고 천천히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금방 식으니까.

 

 밀크티를 디저트로 꺼낸 건데, 다 마시고 나서도 입이 심심해서 진짜 진짜 마지막 입가심으로 메론까지 꺼내 먹었다. 진짜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풀 코스로 제대로 즐긴 점심이었다.

 

 

 

 

▲ 지연이가 그동안 몰라서 못 쓰던 '부메랑'! ㅎㅎㅎ 찍어 놓고 보니 너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