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스퍼 타고 탄도항 당일치기
어렸을 땐 장거리 트럭 운전사인 아빠를 따라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트럭 운전석 뒤엔 엉덩이 너비 정도 되는 공간이 있다. 키 작은 초딩이 두 다리 뻗고 누워도 충분히 넉넉한 공간이 나왔다. 거기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있으면 엔진의 열기 덕분에 전기장판을 켠 것처럼 등이 뜨끈뜨끈했다.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에서 균일한 엔진 소리를 듣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다. 온 가족이 아빠를 따라나설 땐 트럭이 아니라 다마스를 타기도 했다. 뒤편에 있는 시트를 접고 이불을 깔면 언니랑 둘이 누워서 데굴데굴 구를 수도 있었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을 참 좋아했다. 차에서 듣는 노래를 좋아하고, 히터를 켜고 있다가 창문을 살짝 열면 훅 들어오는 낯선 온도의 바람을 좋아했다. 밤에 텅 빈 도로를 달릴 때 일정하게 지나가..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