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Storage] David Shrigley: Lose Your Mind (데이비드 슈리글리)

2016. 12. 29. 10:13문화생활/전시

2016. 12. 02.


2017. 2. 12.까지 진행하는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전시회

이태원역과 한강진역의 중간에 '현대카드 Storage'가 있다.


문을 딱 열고 들어가니 마주한 것은 수많은 EGG들.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되게 부담스러웠다.


1층과 지하의 구조도


전시 포스터로 사용된 드로잉!

드로잉에 관심이 생겼지만 선뜻 시작하기 어렵던 때에 이 전시를 보게 됐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미술 작가'라고 했는데, 처음 그의 드로잉을 마주했을 땐 꽤나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그려도 진짜 괜찮은 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중요한 것은 위트인가.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


MONDAY

I DIDN'T DO ANYTHING TODAY.


진짜 개발새발 그린 낙서 같은데도 이렇게 작품으로 인정 받고 전시할 수 있으려면 뭐가 필요한 걸까?

이 작가 작품의 매력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것보단,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포인트에 있는 것 같다.




드로잉을 보다 보니 유병재스럽기도 하다.




죽음의 문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생각나는 작품!


전시회장 곳곳에 걸려있는 이 추상화에는 비밀이 있었다.

데이비드의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 이 작품은 사실 데이비드가 아주 강력한 변명과 함께 제작한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데이비드 본인이 아니라 로봇이 만든 것이니 비판을 하려거든 로봇에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지하 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아무 것도 없는 받침대만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관람객들이 그린 다양한 작품이 걸려있다.


<The Spectre>, '유령'을 뜻하는 이 제목은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작품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2014년 뮌헨에서 전시를 할 때 이 작품을 세워두고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자신의 시선에서 그림으로 남기도록 하고, 사진 촬영은 엄금했다고 한다.

그 후 원 작품은 폐기해버렸고, 작품을 재현한 사람들의 그림만이 그 작품을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남았다.


작품의 제목을 참 적절하게 지었다. 이건 무릎을 탁 치고 갈 만한 듯!

추측컨대, 해골 형태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정말 독특한 그림 몇 장이 눈에 띄어 찍어보았다.

극히 단순화해서 그린 작품도 보이고, 전체가 아닌 특정 부분에 집요하게 포커스를 맞추어 그린 작품도 있었다.

<유령>에 대한 기억과 재현의 현장을 보는 것이 꼭 같은 유령을 두고 이야기하는 다양한 괴담을 듣는 것 같았다.


요즘 드로잉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의 제안대로 가볍게 그림을 더한 일기를 쓰고 있는데, 작가의 가벼우면서도 센스 있고 예리한 드로잉을 보니 좀 더 자신감이 생긴다. 막 그려도 괜찮고, 개발새발도 상관 없는데, 단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관찰'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와닿게 하는 작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