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래프

2021. 6. 21. 01:27데일리로그

친구가 썼던 꿈 리스트를 보고 따라해봤다.

는 친구의 그래프를 보고 나도 따라해봤다. ㅎㅎ

친구의 꿈 그래프는 y축이 '간절함'이었는데 원작의 y축은 '강렬함'이었다고 한다.

"꿈이 강렬한 건 뭐야? 잘 모르겠어. 간절한 게 더 말이 되지 않나?"

그러니까 이 그래프엔 말도 안 되는 꿈도 마음대로 적을 수 있도록 '간절함'이 아닌 '강렬함'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축이 '간절함'일 때랑 '강렬함'일 때랑 조금 다르게 나온다. 간절함일 때는 '전통혼례복 입기'나 '아마추어 무에타이 대회 출전' 같은 꿈을 적자니 좀 민망하달까. 서핑에 도전하는 게 구글 개발자가 되는 것보다 더 '간절'하진 않은 거고.

 

친구의 꿈 그래프에선 '뉴욕에서 밥 벌어먹기'와 '뉴욕타임즈에 기고'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뉴욕에서 밥 벌어먹는 게 뉴욕타임즈에 기고하는 것보다 간절한 대신 실현 가능성은 더 낮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이게 의아했어. 뉴욕에서 밥 벌어먹는 건, '지금 한국에서 버는 만큼 번다' 이런 게 아니면 사실 어렵지 않잖아? 아르바이트로도 충분히 밥 벌이는 하지. 근데 뉴욕타임즈에 기고하는 건 그 사람들이 글을 실어줘야 가능한 거잖아. 이게 실현 가능성이 더 낮지 않아?"

"아, 너가 보는 실현 가능성은 남의 의지가 얼마만큼 개입하느냐구나?"

거기에 돈, 시간적 여유, 실현 가능한 시점을 더해서 가늠해본다.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인가, 당장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먼 미래의 일인가.

 

서핑 도전...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까 생각보다 만만한데? 강렬하게 열망하는 꿈인데 사실 당장 다음 주말에 제주도로 날아가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운전할 수 있으니까 SUV 렌트만 하면 캠핑 가서 차박하는 건 어렵지 않지.

 

1992. 전통혼례를 치른 아빠와 엄마

전통혼례복 입기. 꼬꼬마 시절부터 전통혼례 치른 엄빠 결혼식 비디오를 보면서 품어온 꿈... ㅎㅎ 결혼식은 탐나지 않은데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빨간 치마와 초록 원삼을 입고 싶다. 어려서부터 비녀도 참 좋아했다. 근데 신랑 없이 나 혼자 입으면 이거 궁녀 계례 아닌가.. 아무튼 방금 찾아보니까 폐백에서 많이들 써서인지 대여하기는 쉬운 것 같다. 무슨 기회로 이걸 빌려볼까.

 

 

4년 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뜬 여행에미치다 게시물 사진을 보고 꽂혀서 곧바로 구글 지도에 핀을 꽂아두었던 곳. 이탈리아 돌로미티라고 한다. 사막도, 노을도 다 결국은 경이로운 자연을 보고 싶은 것. 그래서 강렬하고 간절하게 숲이나 바다를 바라보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 머리 위에 사람 살고 발 밑에 사람 살면서 서로가 서로의 소음이 되는 도시 말고, 나무가 커튼이고 바다가 담인 곳에서 한적하게.

 

전원주택에 사는 거야 세월 흐르면 못 이룰 꿈도 아니고, 어쩌면 아이슬란드에 다시 가거나 돌로미티를 찾아가는 것보다 Google 입사가 먼저 실현될지도 모른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닌데 애초에 대부분의 일들을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마추어 무에타이 대회 출전 오른쪽에 ∫∫ 이런 거 넣었어야 하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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