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억에 자세를 새기는 방법

2020. 10. 31. 14:53심신단련

아주 신기한 일이다. 10월 내내 주로 수요일과 목요일에 체육관에 다녀왔다. 일요일 밤이면 주말이 가는 게 아쉬워 미적대다가 꼭 늦게 자는 바람에 월요일 컨디션이 좋지 않고, 화요일엔 예상치 못하게 야근을 하거나 편두통이 도져서 가지 못했다. 그럼 수요일에는 오늘만큼은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수면이 부족해 피곤하든 말든 운동을 우선하게 된다. 아, 매주 수요일엔 스터디 발제 PR을 올리거나 올라온 PR 리뷰를 해야 하는데, 괜히 그 일에서 도망가고 싶어 운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운동을 하러 가면 오랜만에 느끼는 활력이 흥을 돋워서 다음 날에도 꼭 운동을 하러 가게 된다. 금요일에는 체육관이 다른 요일보다 문을 일찍 닫기도 하거니와, 주말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들떠서 일주일 동안 참아왔던 것들을 다 하고 싶은 마음에 운동이 다시 마음에서 멀어진다. 어찌 되었건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체육관에 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번 달엔 훅과 오른발 미들킥을 배웠다. 숏 훅을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팔과 어깨가 멀리 에둘러 나가지 않게 안쪽으로 짧게 돌리고, 몸을 돌려 팔을 모았다가 회전을 하면서 팔을 돌려 나오는데, 정확한 동작이 몸에 익기 전에 마음이 앞서면 팔이 물결을 치게 된다. 팔꿈치의 각도도 중요한데 나는 계속 팔꿈치가 아래로 쳐져서 문제다. 아예 더 높게 쳐든다고 생각하면서 훅을 날려야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온다. 칠 수 있는 펀치의 종류가 다양해지니까 미트 훈련할 때 무척 재미있다.

 

미들킥은 로우킥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축발이 중요한데, 오른발이 나갈 때 축발의 뒤꿈치가 완전 앞을 볼 정도로 확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몸과 골반이 아예 왼쪽을 향하고 허리와 다리가 앞으로 쭉 나가서 정강이로 타점을 칠 수 있다. 몸은 돌아가는데 시선은 타점을 향하고 있어야 하는 게 어렵다. 오른발을 찰 때 축발의 뒤꿈치를 들어 꽁지발을 선다는 느낌으로 몸을 붕 띄운다. 그래야 옆구리 정도의 높이까지 찰 수 있다. 무릎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이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아직 몸으로 이해를 못 하겠다.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마다 드럼 칠 때를 생각하게 된다. 드럼을 처음 배울 때 사지를 분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런데 무에타이를 배우면서는 사지뿐만이 아니라 시선과 몸, 발의 방향, 팔의 각도 등 신경을 써야 할 게 훨씬 많아서 한 동작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이걸 신경 쓰면 저걸 틀리고, 저걸 신경 쓰면 또 이걸 틀린다. 새 동작을 가르쳐주는 관장님한테 모든 걸 한번에 생각하면서 해내는 게 어렵다고 투덜거렸더니 당연한 말이라고 했다. 처음엔 낯설지만 하나씩 신경 쓰면서 자세가 몸에 배도록 연습하는 거라고, 처음에 동작을 정확하게 익혀야 잘못된 동작이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으니 빠르게 하려 하기보다는 천천히 하더라도 정확한 동작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동작을 기억하도록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이 좋다. 벼락치기나 꼼수로 동작을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정직하게 반복하면서 동작을 다듬어나가야 하지 않나. 낯설고 어색한 동작이 결국은 자연스러워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