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십일, 새해 다짐 중에 심신 단련은 잘 하고 있으니까

2021. 2. 1. 05:00심신단련

잠이 보약

📌 이번 달 목표

  • 12:30까지는 침대에 눕기
  • 스마트폰 충전기는 침대에서 퇴출

 

열두 시 반까진 침대에 눕겠다고 한 이유는 늦어도 한 시에는 잠에 들기 위해서였다. '늦어도 한 시에는 잠자기'라고 하지 않고 '열두 시 반까진 침대에 눕기'라고 한 건 금기를 정하는 대신 환경을 만드는 쪽이 훨씬 성공률을 높이기 때문이었다. 아침 여덟 시 반에 전화 영어 벨이 울리니까 삼십 분 전에 일어난다고 치면 딱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충전기를 침대에서 퇴출한 것도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잠들기가 아쉬우니까 잠드는 순간까지도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유튜브 영상 중에 조곤조곤 말하는 걸 틀어놓는다든가, 팟캐스트에 잠자기 타이머를 걸어놓고 재생해놓는다든가. 문제는 '조곤조곤'하면서도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는다고 앱을 뒤지다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순식간에 흘러가버린다는 거였다. 예를 들면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 기록에 대해 말하는 걸 보고 싶은데, 다이어리 꾸미기 영상을 보고 싶은 건 아닌 거다. 눈 감고 들을 거니까 자막으로 모든 말을 대신해버리는 영상은 안 되고, 목소리도 차분해야 된다. 이런 조건에 딱 맞는 새로운 영상을 계속해서 찾아내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겠냐구⋯⋯. 그래서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침대에 가져오지 않기 위해 충전기를 아예 침대에서 퇴출해버렸다.

왼쪽은 수면 시작 시간, 오른쪽은 총 수면 시간이다. 초록색은 양호. 주황색은 주의, 빨간색은 경고라고 보면 된다. (Data Visualization 과제 같네⋯⋯.) 딱 봐도 상순에는 나름 다짐을 잘 지켜가다가, 중순에 점점 무너지더니 하순에는 아예 다짐이 뭐죠 하는 게 보인다.

여가시간을 조금이라도 누리고픈 마음은 스마트폰 대신 책으로 채웠다. 책은 팟캐스트만큼 재밌으면서도 20분쯤 보고 나면 눈이 무거워졌다. 딱 잠들기 좋은 상태로 한 시에 잠들 수 있었다. 작년에 읽다 만 책도 마무리하고, 새로 산 책도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딱딱한 책을 읽기 시작한 날부터 책에도 손이 잘 안 갔다. 유튜브나 팟캐스트만큼 재미있는 거여야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재미없는 책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이번 달엔 유달리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낮에 일을 제대로 못하니 밤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있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그만큼 수면 시간은 늦어지고, 혹시나 아침에 못 일어날까봐 알람을 여러 개 맞춘 뒤 스마트폰을 꼭 근처에 놓고 잠들게 됐다. 으레 스마트폰에 손이 갔다. 그러니까 다시 잘 자고 잘 일어나려면, 근무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퇴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아쉬운 마음 없이 제시간에 침대에 누울 수 있고 마음 편히 책을 읽다가 잠들 수 있다.

 

심신 단련

📌 이번 달 목표

  • 매일 공원에 나가 1km 이상 산책하기
  • 매일 10분짜리 복근 운동 루틴 영상 따라 하기

 

1월의 모든 날에 찍혀있는 초록 점! 걸으러 나갈 때마다 애플워치 운동 앱에서 '실외 걷기'를 켜고 산책을 시작했다. 15분 정도 걸으면 1km를 채울 수 있다. 1km라니 정말 하찮은 목표지 않나! 습관을 만들려면 이렇게 목표가 만만해야 한다. 걷기가 목적이면 지루할 수도 있을 텐데, 아침에 좋아하는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가거나 밤에 퇴근하고 나서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러 나서는 건 신나는 일이다.

좀 더 활동적으로 지내고 있었다면, 최소 회사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면 집 밖에서 1km를 걷는 건 굳이 목표로 명시하지 않아도 우습게 채우는 거리였을 텐데. 1km 걷기가 도전 목표가 될 수 있을 만큼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는 시국이다. 재택근무 + 집합 금지 때문에 무서울 만큼 활동량이 줄었다.

 

Abs Workout Challenge | Jan. 2021

매일 10분 복근 운동 챌린지는 재작년부터 비슷하게 해오던 게 있어서 별로 어렵지 않게 완수했다! 재작년엔 룸메랑 플랭크 타바타 14주 챌린지에 도전했다. 20초 운동 + 10초 쉬기를 반복하는 게 타바타인데, 처음엔 4세트로 시작해서 14주 차 땐 8세트 × 2, 17주 차 땐 8세트 × 4까지 했다. 플랭크만 하는 건 지루해져서 작년엔 간간히 유튜버 Youjin유진의 11자 복근 운동 루틴이나 Chloe Ting의 Get Abs in 2 WEEKS를 했다. 유진 루틴 영상으로 시작했다가 익숙해지니까 Chloe Ting 것까지 추가한 건데 이렇게 하니까 너무 빡세서 되려 하기 싫어졌다. 역시 안 하던 걸 루틴으로 만들려면 만만해야 한다.

작년 플랭크 타바타 하면서 알게 된 것 하나는 꾸준히 하게 하는 데 촬영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거였다. 영상의 날짜가 오늘을 넘어가면 안 되니까 마감의 효과도 있고, 지금까지 빠진 날 없이 찍어둔 게 있는데 오늘 공백을 만들 수 없다는 약간의 강박도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었다. 일반 영상으로 촬영을 했더니 누적 용량이 어마어마해서 어느쯤부터 타임랩스로 찍기 시작했다. 이번 1월엔 모두 타임랩스로만 남겼다.

영상을 타일로 모을까 하다가 영상마다 조금씩 타임라인이 달라서, 대신 1초씩 잘라 모으는 1SE 앱을 사용했다. 매일 1초씩 찍은 영상을 모아 인생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의 TED 강연을 본 적이 있다. Cesar Kuriyama의 One second every day인데, 그가 만든 앱이 1SE다. 원래 타임랩스로는 하루 분량이 38초쯤 나오는데 31초(= 31일분)에 전체 과정에 다 들어가도록 맞추려고 좀 압축했다. 1월 16일엔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갔던 진선이도 복근 운동 챌린지에 함께 했다.

 

성장하는 주니어

📌 이번 달 목표

  • 근무일 출근 전에 기술 서적 소단원 1개 분량 or 20분간 독서
  • 선정 도서: 앤드류 헌트, 데이비드 토머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의 소단원은 정말 짧은 양이다. 하지만 Chapter 1을 다 읽고 그 이후로 진도가 안 나갈 때쯤 깨달았다. '아, 목표를 잘못 세웠다.' 만만한 목표였기는 한데, 안 하던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붙여놓은 게 문제였다. 손도 안 대던 기술 서적을, 하기 싫은 출근 앞에다 붙여놓으니 나는 둘 다 싫어서 도망을 가고 있었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는 (1단원까지 읽은 바로는) 분명 중요한 내용이고 경험에서 짜낸 멘트이긴 한데 그 '경험'을 내가 한 게 아니라서 잘 와 닿지 않았다. 번역 문체도 정말이지 자기계발서스럽다. 으으⋯⋯.

내게 맞는 책을 골라서 같이 읽을 사람을 모아 강제성을 더 부여해야 할 것 같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는 읽다 말았지만, 작년부터 팀원들과 읽어오던 Inclusive Design Patterns는 이번 달에 완독했다! 발제와 토의가 활발해서 책을 사골국물 우리듯 아주 진하게 뽑아 읽었다.

 

'성장하는 주니어'라는 키워드는 '기술 서적 더 읽기'에 붙인 제목이었는데 이번 달 일을 해보니 기술 서적 읽기보다 시급한 게 있다. 일하고 싶은 열의와 재미를 되찾는 거다. 번아웃이 상당히 오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땐 방학 끝무렵 슬 몸이 근질근질해질 때쯤 시간표를 짜고 로드 빡센 수업을 고르면서 기대했는데. 회사에선 방학이라는 게 없으니 소진 후 재충전할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그럼 학생 때처럼 소진 - 재충전의 사이클이 아니라, 꾸준하게 달릴 수 있는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는 말인데. 답을 찾는 중이다.

 


 

▼ 2021년 다짐

 

만만하고 탐나는 습관 처방전 (2021 ver.)

what to do 잠이 보약 12:30까지는 침대에 눕기 휴대폰 충전기는 침대에서 퇴출 심신 단련 매달 한 달짜리 가벼운 운동 목표 설정하기 과정은 영상/사진으로 기록하기 성장하는 주니어 근무일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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