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로그]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2020. 12. 29. 23:58심신단련

누적 200km를 달린 후 "다음 100km는 5개월 안에 달릴 거다"라고 호언장담을 하며 러닝로그를 마무리했는데, 아주 보기 좋게 망했다. 5월에는 드문드문하게나마 달렸는데 6월부터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밖에 나가 달릴 의지가 0에 수렴해버렸다. 굳이 '수렴'이라는 단어를 고른 것은 의지가 절대 0이 된 것은 아니었다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항상 '곧 다시 달려야지' 하는 마음은 품고 있었고 물론 지금도 그렇다. 세 번째 러닝로그는 누적 300km를 찍고 가을 무렵에 쓰게 될 줄 알았는데, 2020년이 다 지나간 마당에 목표 달성은 요원하니 5월의 달리기 기록이나마 모아 본다.

 


 

Day 64

2020. 05. 12.

(또) 오랜만에 러닝 🏃🏻‍♀️
러닝이 뜸해졌을 때 다시 뛰게 되는 건 간만에 만난 친구들 덕분이다.
밤에 뛰니 역시 사람이 적어서 좋다. 같은 코스를 여러 차례 뛰었더니 전환점이 이제 멀지 않게 느껴진다. 예상 가능하고 익숙한 러닝이었다.

 

Day 65

2020. 05. 20.

몸이 무거워서 늘어졌다. 왼쪽 무릎이 아팠다. 언술조 대학원 에피소드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신나지 않았다.

 

Day 66

2020. 05. 25.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러닝을 하러 나왔다! 저녁밥 먹고 소화되길 기다리다간 또 열한 시 넘어서 뛰고 두 시 넘어서 잘 것 같으니…. 간만에 록빈이랑 집밥 엄청 거하게 차려먹고 디저트도 잘 먹고 얼결에 수서 투어도 하면서 주말을 보냈더니 월요일을 맞는 기분도 좀 더 가뿐하고 상쾌한 것 같다!

 

Day 67

2020. 05. 27.

록빈이랑 같이 뛰었다. 마스크를 끼고 뛰어서 그런가 오늘 숨이 많이 찼다. 그리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뛰었는데 지금이 딱 고등학생들 학원 끝나는 시간인지 공원을 지나가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옮김, (서울 : 문학사상, 2009), p. 115.

 

내가 여전히 잘 달리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인용문의 맨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 것이다. 날씨 탓, 코로나 탓을 하며 매일 달리지 않을 이유를 찾다 보니 이제 달리지 않은 기간이 너무 길어진 상태라서,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라는 하루키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이제 추운데….' 하고 또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보려 했는데, 작년 겨울에 이미 "추워서 +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 퇴근하고 오니 지쳐서"라는 3단 콤보 핑계를 써버렸다.

 

하루키는 매일 달리는 것이 자신에게 생명선과 같다고 했다. 내가 처음 달리기 시작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밤샘이 에삿일이 되고 나니 남은 수명을 깎아 오늘의 철야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때보다는 살만하니까 달리러 나가는 일이 간절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2021년엔 다시금 호모 러너스쿠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 함께보기/ 처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며 쓴 러닝로그

 

[러닝로그] 매일 3km씩, 초보 러너가 누적 100km를 달리기까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뛰어본다 2019년 3월 1일, 디사커 친구들과 함께 러닝 크루를 만들었다. 극한의 에쓰노 - 디사커 수업을 연달아 들으며 숱한 시간을 밤샘으로 함께한 친구들이라 다들 건

eternal-records.tistory.com

▼ 함께보기/ 달리기에서 흥과 낙을 찾았던 때의 기록

 

[러닝로그] 코로나 시대의 달리기 - 매일 3km, 누적 200km

달릴 마음은, 달리고 싶게 생긴 트랙과 지금 나가야만 하는 마감 시간에서 나온다 100km를 채운 후 누적 200km를 달리기까지는 9월부터 4월까지의 시간이 흘렀다. 7월엔 인턴십으로 지쳐서 달릴 생

eternal-record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