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로그] 매일 3km씩, 초보 러너가 누적 100km를 달리기까지

2020. 4. 15. 16:13심신단련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뛰어본다

2019년 3월 1일, 디사커 친구들과 함께 러닝 크루를 만들었다. 극한의 에쓰노 - 디사커 수업을 연달아 들으며 숱한 시간을 밤샘으로 함께한 친구들이라 다들 건강 상태에 염려가 많았다. 어떻게 건강을 챙길지 열띤 토의를 하다 충동적으로 러닝에 꽂혀서 함께 뛰기로 했다. 5월쯤 마라톤 5K에 출전하는 걸 목표로 삼고, 윤주가 달리기 동아리 회원인 친구에게 훈련 방법을 알아오기로 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 대운동장에서 같이 뛰기로 약속했다.

 

누적 100km, 결론부터 말하자면

3월부터 9월까지 총 32일의 달리기로 누적 100km를 달성했다! 원래의 목표였던 5월 마라톤엔 나가지 않았다. 5K는 지금도 그냥 뛰는데, 대회에 나가 5K를 뛰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또 애초에 달리기 시작한 이유가 밤샘을 밥 먹다시피 하는 생활 내에서 조금이라도 운동을 꾸준히 해서 건강을 지켜보고자 함이었다. (사실 건강하려면 잠부터 잘 챙겨 자야 할 텐데...) 그러니 아직 기록 단축을 욕심내거나 뛰는 거리를 늘릴 생각은 크게 없다. 다만 빈도를 높이고 싶다. 목표는 '꾸준함'이다. 부담을 갖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화를 신을 수 있는 습관.

 


 

Day 1

2019. 03. 07.

윤주가 NRC(Nike Run Club - iOS / Android)라는 앱을 알려줬다. 러닝 루트와 페이스를 트래킹해주는 앱이었다. 시작 버튼을 누르고 뛰면 알아서 기록을 측정해준다. 다 뛰고 나서 이렇게 기록이 나오는 템플릿으로 인증샷을 남길 수도 있다.

윤주 친구가 알려준 가장 기본적인 훈련법은 일단 '걷뛰를 하지 마'였다.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는 것, 말하자면 뛰다가 지친다고 걸어버리고 다시 좀 뛰다가 걸어버리는 걸 하지 말라는 거였다. 우리는 한번도 뛰어본 적 없는 초보 러너니까, 일단 'NO 걷뛰' 하나만 잘 지켜보기로 했다.

학교 대운동장에 모여 같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에 뛰기 시작했다. 목표는 20분 동안 걷지 않고 뛰기!

다 뛴 후의 소감은? "연습하면 10km 뛸 수 있을 것 같아!"

 

Day 2

2019. 03. 09.

첫날은 윤주랑만 뛰었는데, 둘째 날은 영진이랑만 뛰었다. 걷뛰는 안 했지만 거의 걷뛰할 뻔 했다. 역시 잠이 깬 후엔 몸이 깨어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NRC에는 러닝 기록 중 '러닝 강도' 입력란이 있는데 1부터 10까지를 입력할 수 있다. 오늘은 6으로 기록했다. 6은 '어려움 - 대화가 버거우며 호흡이 어려운 수준'이다. (논외로, NRC 앱에서 발견한 좋은 UX 중 하나가 이거였다! 설문을 만들 때에도 참고함직하다. 단순 수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콘텍스트를 제시해서 응답자 간 느끼는 수치의 편차를 줄일 수 있게 하는 것!)

 

Day 3

2019. 03. 14.

이번엔 또 윤주랑만 뛰었다. 러닝 강도는 5, '상당함 -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박수가 증가하는 수준'.

 

Day 4

2019. 03. 21.

뛸만했다! 마지막 스퍼트도 냈다! (측정된 기록을 보니 3km 지점부터 300m를 4'46"의 페이스로 달렸다!!)

 

Day 5

2019. 03. 24.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결국 혼자 뛰게 되었는데, 대운동장까지 가자니 멀고 귀찮아서 근처 작은 축구장을 뱅뱅 돌았다. 저녁에 뛰었더니 기온이 낮아 좀 쌀쌀했다. 뛰다가 배가 아파서 중도에 달리기를 그만두었다. 한 바퀴가 크지 않아서 대운동장을 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바퀴를 돌게 되니 지루하고 쉽게 지치는 느낌이었다.

 

Day 6

2019. 03. 27.

공강에 후다닥 뛰었다. 자의지로 공강에 운동을 하러 나오다니, 학교 다니며 이런 일도 있네.

 

Day 7

2019. 03. 30.

대운동장 대신 집 주변을 뛰었다. 처음으로 노면에서 뛰었는데, 낙성대 길이 생각보다 평탄해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 과학전시관이 뛰기 좋은 듯!

 

Day 8

2019. 04. 04.

처음으로 오르막을 달려봤다. 가족생활관부터 경사가 훅 급해져서 힘이 쭉 빠졌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뛰어올라왔다! 장하다!

 

Day 9

2019. 04 .15.

처음으로 NRC 오디오 코치 아이린과 함께 뛰었다. 'Just Go'라는 이름의 36분짜리 '회복 러닝'이다. 회복 러닝의 정의가 뭐길래 30분이 넘게 뛰는데 회복 러닝이라 하나... 36분이라니 엄두도 안 나는 시간이었는데 막상 코치님과 같이 뛰다 보니 금세 절반을 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심지어 마지막엔 드라마를 찍게 해버리네... 장한 러너 정영록!

 

Day 10

2019. 04. 16.

생각보다 힘들었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을 봤는데 8분 밖에 안 지나서 당황스러웠다. 애초 어제와 목표치가 달라서 그런가 아님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 수업 끝난 직후라서 너무 지쳤나ㅠㅠ 그래도 코치와 잘 달렸다. 너무 오래 쉬었으니 다시 페이스 찾아가자!

아 BGM 없이 뛰어서 그런가? 오디오 가이드 배경음악은 별로 흥이 안 나더라고.

 

Day 11

2019. 05. 01.

보름 만이다. 너무 오랜만에 뛰어서인지 왼쪽 발목과 정강이 근육이 당겼다. 20분으로 다시 며칠 뛰면서 근육부터 회복해야 하려나 보다.

 

Day 12

2019. 05. 03.

역시 노면을 뛰니 풍경이 다이나믹해서 덜 지루하다! 엊그제에 비해 더 가뿐한 느낌이라 오늘의 러닝 강도는 4로 적었다. 4는 '보통 -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벼운 운동 수준'.

 

Day 13

2019. 05. 10.

뛸까 말까 고민을 거듭하다 자정 직전에 나가서 뛰었다. 역시 마감의 효과!

 

Day 14

2019. 05. 13.

오늘은 상태 별로다 못 뛰겠다 하다가 요가 특강 다녀왔더니 몸이 좀 풀린 것 같아서 얼른 뛰고 왔다. 중간 지점이 예상보다 일찍 와서 오늘 페이스가 좀 나오는구나 했는데 역시나! 오르막길도 긱사 정류장까지 다 채워 올라왔다. 뛰기로 마음 먹고 집을 나선 것부터가 이미 대단한 러닝이었다! 칭찬해 영록 👏️👏️👏️

언제나 운동은 해야할 것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그래서 여유로울 때가 아니면 엄두도 못 냈다. 근데 돌아보니 해야할 일이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그럼 운동은 영영 못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이젠 뛰러 간다고 신발 신는 게 좀 쉬워졌다. 오늘은 마음도 챙기고 몸도 챙기고 심신 건강한 하루였다.

 

Day 15

2019. 05. 15.

First Speed Run을 뛰었다. 25분짜리 인터벌 러닝이다. 5K 페이스로 1분씩, 총 8회 인터벌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벌 중간에 1분씩 회복 시간을 준다. 러닝을 끝내고 종료 버튼을 눌렀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20분 다 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3분 30초만 뛴 거다. 마지막 쿨다운까지 포함해서 25분이었나보다. 아아 그럼 더 뛰었지!! 예상보다 적게 뛰었지만 오늘 처음 스피드런 뛰었으니 봐줘야지. 인터벌 덕에 러닝이 굉장히 다이나믹해서 정말 신났다. (다 뛰고 나서라서 신났다고 미화됐나 👀️) 페이스도 5'45"가 나왔다. 보통의 러닝 때는 평균 페이스 6'30" 정도인데, 인터벌로 뛰니 훨씬 빨리 뛰는군! 그래서 장거리 러닝으로 지구력을 향상하고 인터벌 러닝으로 속력을 높이나보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Day 16

2019. 05. 18.

밤에 달리면 코스가 다 내 꺼

 

Day 17

2019. 06. 03.

러닝 거의 2주만이다. 그래도 페이스 별로 안 떨어지네. 다행이다.

 

Day 18

2019. 06. 04.

5' 59"! 전체 페이스 5분대 돌입! 얍!

 

Day 19

2019. 06. 07.

4km 목표로 찍고 달리기! 20분 안 쉬고 달리기할 땐 17분쯤부터 죽을 거 같았는데, 애초에 더 갈 생각으로 달리니 전보다 되려 덜 힘든 거 같다. 러닝을 할 때마다 완주 후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왔다. 기록을 누적하고 그걸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러닝 의지를 북돋는데 효과가 크다. 이제부터 종강까지 인생의 낙은 러닝 스토리 올리기...

 

Day 20

2019. 06. 09.

Just Do It. Sunday. 일주일에 3회 러닝을 하면 NRC에서 'Just Do It. Sunday'라는 러닝 가이드를 열어준다. 이 가이드를 수령한 것만으로도 노력을 인정하는 표창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가이드를 받아 처음으로 5km를 뛰었다! 3km보다 5km가 더 안 힘든 것 같은 건 왤까? 진짜로 처음은 워밍업인가?

 

Day 21

2019. 06. 28.

왜 종강은 오지 않을까... 과제를 하다 뛰쳐나왔다. 너무 오랜만에 뛰었다. 그래도 6월 끝나기 전에 러닝한 나 칭찬해! 5km나 뛴 것도 축하해!

 

Day 22

2018. 08. 12.

7월엔 러닝을 한번도 못했다. 인턴십을 시작하고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반복하는데다 일하고 오면 진이 쭉 빠져서 러닝을 할 엄두가 안 났다.

다시 러닝 강도 6. 여수에서 언니랑 10km를 걷고 와서 러닝 아주 오랜만이지만 5km 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ㅎㅎㅎㅎ 역시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땀 뻘뻘 흘리며 힘들게 뛰었지만 (좁은 실내에서 뺑뺑이 + 습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듯) 그래도 비 오는데 뛰러 나간 나 칭찬해 🙆🏻‍♀️

 

Day 23

2019. 08. 13.

비 온 직후에 달렸더니 습해서 너무 더웠다. 이제부터 20분 달리기 → 3km 달리기로 목표를 수정한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라면 보통 20분 안에 3km를 끝낼 수 있는데, '20분을 채워야 끝나는' 것보다 '3km를 다 달리면 끝낼 수 있는' 것이 더 가뿐하게 느껴진다.

 

Day 24

2019. 08. 19.

5초대! 히히 이렇게 통 크게 쳐주지 🙆🏻‍♀️

 

Day 25

2019. 08. 20.

어제보다 조금 더 잘 뛰고 싶어서 막판 스퍼트를 냈다! 5'56"! 최고 기록이다!!

 

Day 26

2019. 08. 27.

룸메 희원이랑 같이 공원에 나갔다. 희원이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달렸다. 낙성대에 사는 희원이 친구도 희원이 얼굴 보러 공원으로 올라왔는데, 고맙게도 음료수를 사왔다!

 

Day 27

2019. 09. 09.

"까먹을 만하면 러닝을 해서 꾸준한 러너라는 믿음만 취함" ← 오늘 러닝의 한 줄 요약이다 ㅋㅋㅋ

러닝과 관련된 콘텐츠를 발견하면 절로 손이 간다. '마라톤에서 지는 법'이라는 책을 발견해서 읽어봤는데, 초보 러너의 자신감을 채워주는 책이라 의욕이 샘솟았다. 온 발바닥이 다 닿으면 고관절에 무리가 온다고 해서 발 앞부분만 닿도록 뛰어봤다. 이렇게 뛰려면 좀 더 속력을 내서 앞으로 밀고 나가든가 아님 위로 촐랑대면서 뛰어야 한다. 당장 속력을 내긴 싫으니까 좀 더 자주 뛸 때나 고관절 생각을 하기로 고민을 미뤘다.

노래보다 팟캐스트가 러닝 하기에 더 좋다는 말을 이 책에서도, 생각노트에서도 하길래 오늘은 좋아하는 팟캐스트 '짜샤팟'과 함께 했다. 얌과 로스가 농담을 할 때마다 소리 내서 빵빵 터지느라 힘든 건 생각도 안 났다. 러닝 + 팟캐스트의 조합 좋은 방법인 거 같다!

비가 왔고, 비가 곧 올텐데 그 사이 후다닥 뛴 러닝. 오늘의 의지는 오늘 쓰는 것이지.

 

Day 28

2019. 09. 10.

여수에 내려왔지만 러닝은 계속된다! 정말 습한 날씨였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처음 1km는 허벅지가 묵직했다. 왜지? 왜 오늘 이렇게 힘들지?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2.3km쯤부턴 그만 뛰고 싶은 유혹을 참느라 애썼다. 운동 끝나고 단 거 사 먹을 생각으로 가까스로 완주! 그리고 아이스크림 두 개 반 먹었다! ✌️

 

Day 29

2019. 09. 12.

채환이 운동화를 빌려 신고 채환이 학교 트랙을 뛰었다! (이제 진짜 채환이랑 신발 같이 신을 수 있구나...) 날이 시원해서 달리기 좋았다. 비도 살짝 왔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서 쿨~하게 달렸다.

 

Day 30

2019. 09. 14.

어제 달을 못 보고 자서 오늘의 달이라도 (뛰면서) 열심히 보았다! 여기 코스 몇 번 뛰면서 내리막길을 파악해뒀다. 내일 러닝에선 막판 셀프 선물을 할 거다.

 

Day 31

2019. 09. 15.

다시 돌아온 Just Do It. Sunday.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빈도로 뛰고 있다.

뛰러 나가려니 너무 노곤해서 팟캐스트를 들으러 나갔다. 러닝은 덤인 셈.

오늘은 5K! 처음엔 몸풀기로 천천히 뛰다가 적당히 풀렸다 싶을 때부터 인터벌 러닝으로 달렸다! 전속력으로 뛰는 대신 살짝 빠르게 뛰는 수준으로만. 2K, 3K, 4K 때마다 평균 속도가 빨라졌는데 그리 지치지도 않은 걸 보면 괜찮은 방법같다. 마지막엔 어제의 약속대로 내리막길을 뛰었다.

 

Day 32

2019. 09. 17.

욕심 안 내고 편하게 뛰었다. 쉽고 가벼운 느낌 좋다! 2/3 지점을 지날 때 내리막길을 더 뛰어내려갈까 돌아서 집을 향해 오르막길을 뛸까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항상 편한 길만 뛸 수는 없지. 오르막길 무서워하지 말자! 러닝 스토리를 보고 태영 오빠가 내리막을 뛰면 무릎에 하중이 많이 실려서 좋지 않다고 알려줬다. 그렇구나...👀️ 무릎 상하는 건 생각도 못 했다.


 

총 달린 거리 100km 돌파!

 

▼ 다음편/ 누적 200km까지의 러닝로그

 

[러닝로그] 코로나 시대의 달리기 - 매일 3km, 누적 200km

달릴 마음은, 달리고 싶게 생긴 트랙과 지금 나가야만 하는 마감 시간에서 나온다 100km를 채운 후 누적 200km를 달리기까지는 9월부터 4월까지의 시간이 흘렀다. 7월엔 인턴십으로 지쳐서 달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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