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자전거 신발보다 싸다 (+ 에코백 등 뒤로 메는 꿀팁)

2022. 6. 20. 23:50데일리로그

신품 30만 원짜리 자전거를 중고로 6만 원에 구매했다! 원래 7만 원에 올라왔다. 두 달 전 당근에서 10만 원에 샀는데 두어 번 타고 안 탈 거 같아서 내놓는다고 했다. '자전거는 잘 모르지만 타는데 문제 없었습니다'라고 했다.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저도요🙋🏻‍♀️)이 타는데 문제 없다고 하니 내게도 괜찮은 자전거일 것이었다. 예쁜데 저렴한 자전거는 금방 팔리기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늦은 시간이지만 메시지를 남겼다. 줄이라도 빨리 서야 하니까... 다행히 판매자가 야행성인지 새벽에 담을 주셨고 저녁에 바로 거래하기로 했다! 역에서 볼까요 했더니 멀리 나오기 귀찮았는지 자기 집으로 와주면 만원을 더 깎아준다고 했다. 쏘카를 빌리려다가 자전거가 얼마나 클지 몰라서 그냥 버스로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700C 아이리스 C

판매자로부터 자전거를 인수받는데, 판매자가 자전거 안장이 좀 높다고 했다. 정말 높았다. 안장이 핸들보다 높은 자전거는 처음 타본다. 쿨하게 현금으로 6만원을 건네고 판매자와 헤어졌다.

자전거를 타려고 한쪽 다리를 올리려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프레임 너머로 다리를 넘겨도 페달을 밟을 수가 없었다. 저런... 안장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자전거 자체가 나한테 너무 컸던 것이다. 평소 자전거를 타던 것처럼 안장에 엉덩이를 올려보려고 두어 번 애쓰다가 민망해서 일단 자전거를 끌고 출발했다. 안장 위에 앉는다고 하더라도 인도를 거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며 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운중천이 가까워질 때쯤 인도가 넓어지고 인적이 드물어져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봤다.

일단 안장이 아닌 탑튜브 위에 올라갔다. (이 높이에 안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탑튜브에 올라가서도 꽁지발을 서야 했다. 페달을 밟으면서 출발한 다음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고 나면 엉덩이를 뒤로 스윽 밀어서 안장 위에 얹었다. 꽁지발을 서야 한다 = 10cm가 모자라다는 것인데...

 

700C 아이리스 C 자전거

달리다가 정지할 때 안장 앞으로 엉덩이를 내려야 하는데 그럼 가랑이가 작살난다. 탑튜브가 가랑이 높이보다 더 높단 말이다...

 

LESPO 자전거

(원래 타던 자전거는 사진 속 바구니 달린 작은 자전거다. 양 옆의 다른 자전거와 비교하면 얼마나 차체가 낮은지 알 수 있다.)

 

평소에 달리다가 멈출 때 자전거를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다른 쪽 발을 들어 기울인 쪽으로 옮긴 다음 착 내린다.
원래 안장에 오르면 땅에 발이 안 닿아야 하는데, 나는 무조건 발이 닿게 안장을 낮춰서 탄다. 예전에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진 이후로 바퀴 두 개 달린 거 타면서 바닥에 발이 안 닿으면 너무 무섭다. 다리가 훨씬 고생하는 거 알지만, 그래 봤자 도보 20분 거리 10분 만에 가려고 타는 자전거니까 허벅지가 조금 힘든 거 감수할 수 있다. 대퇴근 단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리는 이야기 하다가 멀리 갔는데, 아무튼 안장이 낮고 발이 땅이 닿기 때문에 이렇게 폴짝 뛰어내려도 위험하지 않았다.

 

근데 새로 산 자전거는 타면 걍 공기부터 다르다; 여기서 내리려면 거의 뭐 담벼락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듯이,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 오른발을 가운데 프레임 위에 올린 다음 핸들을 단단히 잡고 엇차! 하고 뛰어내려야 한다...;; 자전거 위에서 아크로바틱 합니다... ㅎㅎ

 

보통 안장이 고관절 정도에 오면 된다는데
사진 보소... 안장이 허리에 있다.
탑튜브가 고관절에 있다.

 

510 프레임 사이즈의 적정/가용 신장 범위

source: https://www.samchuly.co.kr/index.php/bicycle/view?code=T002003&type=style&searchJson=&no=751

 

 

내가 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의 신장 적정 범위는 165 ~ 175cm. 거봐 딱 10cm 모자라자나.... 👀️ 가용 범위도 160cm부터다. 허허허

타고 달려보니까 상체가 오뚝이처럼 기운다.

 

한 손으로도 번쩍 들 수 있는 9.9kg 자전거

그래도 확실히 기존에 타던 것보다 페달 밟으며 나가는 게 쉽고 가볍고 빠르다. 근데 돌발 변수에 빠르게 대처하기는 아직 어려워서, 인도, 차도, 횡단보도를 자주 만나는 '출퇴PT샵길'엔 한동안 못 탈 것 같고, 탄천 라이딩하거나 원거리 이동할 때 타면 좋을 듯하다.

 

 

자전거를 왜 새로 샀냐면... 원래도 자전거를 아주 잘 타고 다녔는데!

 

출근길 라이딩 준비 (2020)

이전 집 살 때 수지구청에서 오리역까지 출퇴근할 때부터 자전거를 애용했다. 여수에서부터 화물택배로 부모님이 보내주셨다. 회사까지 대중교통을 타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는 게 훨씬 훨씬 빨랐다.

 

퇴근길에 이마트에 들러 장을 봐다가 바구니에 담아서 돌아올 수도 있었다.

 

이사하면서도 잘 모셔왔는데, 간만에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타다가 그만 터져버리고 말았다 T_T 타이어가 오래돼서 갈라진 부분이 좀 있는데, 이 상태에서 바람을 너무 꽉 채워버렸고, 타다가 한번 덜컹 했을 때 큰 충격이 아니었는데도 타이어 갈라진 부분이 팍 눌리면서 안쪽에 있는 튜브가 찢어진 것이다. 정비하러 갔을 때 기사님이 타이어 안쪽을 손으로 다 훑으며 확인하셨는데 뭐가 박혀있지 않았고, 타이어 갈라진 부분과 튜브 구멍 난 부분의 위치가 일치했다. 이 상태로 튜브만 갈면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이 자전거를 오래 탈 거라면 타이어도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튜브만 교체하면 17000원, 타이어까지 교체하면 45000원이었다.

뒷바퀴 타이어도 갈라짐이 많은 상태라 굳이 뭘 한다면 뒷바퀴도 같이 교체해야 했다. 앞뒤 바퀴 다 바꾸면 9만 원이다. 저렴한 자전거는 10만 원 초반이면 산다. 그런 저렴한 자전거를 중고로 산다면 절반 가격에도 살 수 있다. 그러니 9만 원이나 내고 이 자전거의 앞뒤 타이어 + 튜브를 바꾸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상황인 거다. 만약 공임비를 아껴서 셀프로 수리가 가능하다면 수지맞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 아빠가 필요한 부분이다. ㅎㅎㅎㅎ

 

LESPO 자전거

앞바퀴 튜브만 교체하는 대신, 수리 기사님이 타이어의 문제적인 부분 안쪽에 다른 튜브 조각을 잘라 한번 더 감싸주셨다. 옛날에 자전거 많이 타고 다니던 할아버지들이 사용하던 팁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그럼 튜브 터질 가능성이 줄어드니 조금이라도 더 탈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자전거 아작 나면 새로 사러 오겠다고 답하고 (간만에)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계속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생각이지만, 동시에 자전거가 또 문제가 생길 일을 대비해서 저렴하고 쓸만한 자전거 중고 매물이 없는지 눈팅도 시작했다. 9만 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 바퀴가 멀쩡한 중고 자전거가 있다? 냉큼 사고 볼 일인 것이다. 아니 또 누가 집에 놀러 와서 같이 라이딩하러 나가자고 하고 싶어도 자전거가 한 대 뿐이면 어떡하나~~ 같이 라이딩하는데 한 사람은 수동 한 사람은 전동 자전거를 탈 수도 없잖나? ㅎㅎㅎ

 

여튼 그래서 아주 가볍고, 나보다 더 키가 큰 사람(= 웬만한 친구들 모두)에게 적합한 자전거를 하나 들였으니 잘 된 일이다. 잘 타다가 나중에 채환이 서울 오면 줘도 될 것 같고!

집에 가지고 올라와서 안장을 최대한 낮췄다(고 해도 배꼽 높이다).

 

에코백 등 뒤로 메는 팁

여기서 팁 하나! 바구니 없는 이동수단을 타게 되었을 때 유용한 방법인데, 에코백을 등 뒤로 둘러메면 꽤 안정적으로 백팩처럼 메고 다닐 수 있다. 타면서 균형 잡아야 하고 양손을 다 써야 하는데 손에 드는 가방이 있을 때 (가령 전동 킥보드 같은 거 탈 때에도) 등 뒤로 메면 아주 편하다. 핸드폰 보다가 등 뒤로 손 넘겨서 가방에 넣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