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진단

2022. 1. 28. 23:58데일리로그

어제 그제 사옥으로 출근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건물에서 확진자가 둘이나 나왔다. 그중 한 명은 나와 같은 층에서 일한다. 고향 내려가기 직전에 사옥으로 출근을 했으니 PCR 검사를 받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확진자와 진짜로 접촉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공지를 받자마자 보건소로 향했는데, 이미 줄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정도로 길게 늘어져있었다. 이미 오전 검사는 마감을 했고, 예비 줄에 서서 오전 검사가 부디 일찍 끝나 운 좋게 나에게까지 기회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아니면 오후에 다시 와서 줄을 서야 했다. 오후 검사는 두 시에 시작하는데, 대개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와서 줄을 서기 시작한단다. 기약 없이 세 시간을 서 있을 순 없으니 일단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내일부터는 선별적으로 PCR 검사를 해주고 그 외 (자기가 생각하기에 검사가 필요해서 하는) 사람은 모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게 한다는 방침이 내려왔단다. 이따 한 시간+@를 밖에서 서있느니 오늘이 내일인 셈 치고 자가진단키트를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만 육천 원을 내고 키트를 구매했다.

 

코로나 검사 자체가 처음이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은 집에 왔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2주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서 이미 몇십 번이나 코를 찌른 경험이 있는데, 혼자 살고 재택근무하면서 약속도 잘 안 잡았던 나는 코로나가 터진 지 2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검사를 해본다.

 

설명이 어려웠다. 검체 추출액, 검체 체취용 도구까지는 이해했는데, 점적용 필터 마개... 점적이 대체 뭔 말이야... 콧속에 면봉을 2cm 넣으면 된다는데 코 어디까지 넣어야 2cm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면봉을 넣다보니까 한도 끝도 없이 쑤우우우욱 들어가서 놀랐다. 재채기가 제대로 나왔다. 다른 쪽 콧구멍에 면봉을 넣으니 재채기가 또 나왔다. 콧속 깊은 곳을 찌르면 재채기가 시원하게 나오는군. 재채기가 나올 것 같다가 도로 들어가버려서 짜증나는 상황에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위험한 생각이려나.

여차 저차 양쪽 콧속에서 면봉을 잘 굴리고 추출액에 넣고 흔든 다음 테스트기에 추출액을 세 방울 떨어뜨렸다. 15분을 기다려보았다.

 

10분도 채 되기 전에 희미한 줄이 나타났지만 15분쯤 되자 아주 선명해졌다. C라인만 있으면 음성, C와 T라인이 둘 다 있으면 양성, 둘 다 없으면 무효라고 한다. 후....

 

하지만 고향 가는 열차표는 취소했다. 확진자가 만 육천 명씩 나오는 이 판국에, 인파에 떠밀리며 KTX를 타고 가는 여정 자체가 공포다. 온 가족이 다 독거 상태다. 모두가 난생 처음 겪는 가장 핵 오브 핵가족적인 명절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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