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들다전] 백작 캘리그라피 전시회 _ 나의 겨울 이야기 / 동전

2016. 12. 29. 22:22문화생활/전시

2016. 12. 02.


백작 작가님이 캘리그라피에서 워낙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다보니, 팔로워하는 많은 캘리그라퍼 중 백작 작가님 밑에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전시 소식은 시작 훨씬 전부터 꽤나 많이 들었고, 저번 전시의 퀄리티가 꽤 괜찮아보여서 이번 전시는 한 번 가보고도 싶었다.


어차피 헌혈 해서 받은 영화 티켓이 CGV것이라 강남이나 용산까지 가야 했으므로, 기왕이면 전시가 열리는 강남에서 영화를 봤다. 이날 뭐봤더라.... 아, '신비한 동물사전' 봤다. 너무 시간을 딱 맞춰 나와서 지하철 한 대를 아깝게 놓치고 나니 원래 도착하려던 시간보다 5분 늦게 되었다. 평소엔 정말 싫지만, 이럴 때만큼은 영화 시작 전의 10분 광고가 참 고맙다. 어쨌거나 숨을 돌리고 영화는 평안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타코벨에 가봤다. 미국에서 먹었던 타코의 기억이 좋았어서 기대했는데, 별로였다. 실망스러웠다. ㅠㅠ



나도 캘리를 취미로 해왔지만 정작 진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시를 보면서 많은 회의가 들었다. 전시된 작품들 모두 고심하고 연구해서 내놓은 결과물이고 뜯어보면 각자의 개성이 있는 개별적인 작품들이지만, 표현의 방법이나 담는 내용은 큰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서예의 정형성을 깨고 한글 캘리그라피가 등장한 게 물론 오래지 않았고 계속 확장되고 있는 영역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존 캘리그라퍼들의 스타일의 복제를 통한 확장이 되고, 그것이 전형적인 한글 캘리그라피로 굳어진 것 같다.


하지만 한글 캘리그라피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연구 자체가 미비하고 전문적인 분야로 자리잡지도 못한 현 상황에서 한글 캘리그라피의 경향이나 유행을 비판하고 혁신을 기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오히려 폰트 쪽에 더 끌리는 것인가도 싶다. 틀을 깨면서도 폰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캘리보다 더 쉽기 때문에.


어쨌거나 소소한 전시 선물로는 핫팩과 손글씨 미니 카드를 받았다.


나도 모르게 찍힌 사진. 버튼을 잘못 누른 것 같은데, 햇빛이 마음에 들어 지우지 않고 남겨놨다.


한강진 블루스퀘어에서 신선미 작가의 <한밤중 개미 요정>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는데..... 하필 딱 이날부터 3일간 다른 행사로 인해 전시를 쉰다고 되어 있었다. 아...... 그래도 서점 인테리어가, 특히 천장 조명이 너무 예뻐서 데이비드 슈리글리 전 보러 가기 전까지 여기에서 책 읽으며 놀기로 했다. 교보문고처럼 사람들이 앉아서 편히 책을 볼 수 있는 자리까지 넉넉하게 마련해둔 덕에 눈치 보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해리포터 저주받은 아이' 책이 있길래 또 할 이야기가 더 있나 싶어 집어 들었다. 해리포터의 둘째 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극의 대본인데, 소설에서 보여준 J.K. 롤링의 필력을 생각코 읽어서는 절대 안 될, 실망만 안길 책이었다. 하도 허접해서 나는 무슨 팬픽인 줄 알았네. 이걸 롤링이 썼다고, 믿기지가 않아서 벙찌기까지 했다. 이게 진짜 무대에 올리는 연극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야 조금은 분(!)을 풀 수 있었다. 연극 대본이니 당연히 장면의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정경이나 행동, 감정 묘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차라리 쓸 거면 작정하고 소설을 써주지. 기대가 컸다가 실망만 안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