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 창경궁 야간개장 & 낙산공원

2016. 12. 20. 10:27국내여행/2016 서울∙경기

2016. 10. 11.



9월 21일 오후 2시 정각에 그 핫한 경복궁 & 창경궁 야간개장 표 예약이 개시한다 했다. 캘린더에 적는 걸로도 모자라 30분 전 알람까지 맞춰 놓고 기다렸다. 30분 전엔 노트북, 태블릿, 핸드폰으로 동시 로그인을 한 후에 한 손은 마우스로 컴퓨터를 커버하고 한 손은 겹쳐 놓은 태블릿과 핸드폰의 버픈을 동시에 누르는 연습을 했다. 네이버 초시계까지 틀어놓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크-! 역시 인기가 많은 티켓팅이라 그런지 2시가 땡 치자 페이지 로딩 속도가 훅 떨어졌다. 그래도 개장 기간이 긴데다 내가 예약하려 하는 날짜는 평일이어서 되게 여유롭게 날짜를 고를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손이 빨랐는지 경복궁과 창경궁 티켓팅을 모두 성공했다! 창경궁은 11일, 경복궁은 13일로 골랐다. 각각 화요일과 목요일이었는데, 바보 같이 목요일 저녁 고정 일정이 있는 것을 깜박하고 목요일을 고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도 하필 창경궁도 아닌 경복궁을!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티켓을 취소해야 했다. 그런데 더 복장 터지는 건, 확정인 줄 알았던 그 목요일 일정이 무산되어 버린 거다. 아악!


이날 이곳에 들어가는 것도 순탄치 않을 뻔 했다. 본인 증명을 위해 필요한 신분증을 그만 집에다 놓고 온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나란 사람, 이럴 때를 대비해 핸드폰에 여권 사진을 찍어둔 것이 기억이 났고, 아무 문제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예쁜 사진을 건져 보고자 카메라 세팅도 해보고 시험샷(↑)도 여러 장 찍어 보았으나…….



창경궁 명정전 행랑에 미디어 아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왕후, 사계를 거닐다' 프로젝트 중 '더 히스토리 오브 후'라는 작품이었는데, 반투명한 천에 벛꽃이 휘날렸다가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흔들렸다가 낙엽이 지고 눈이 쌓이는 사계가 반복해서 나타났다. 예전에 봤던 게시물의 은은한 사진이 기억나서 우리도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예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어두운 밤에 인물 사진을 찍으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걸 여러 장 찍어보니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얼굴 사진은 죄 흐리고 거무튀튀하게 나왔지만 그래도 실루엣은 나름 예쁘게 나온 것 같다!



명정전 서쪽 행랑의 전시.



사극물 왕의 뒷편에서 자주 보았던 일월오봉도가 어좌 뒤에 병풍으로 세워져 있었다. 늘 색이 쨍한 그림만 봐서 그런지 이렇게 바랜 그림이 단촐해보였다.



창경궁을 한 바퀴 다 돌아보고선 뚜벅뚜벅 걸어 낙산공원도 올라갔다. 저번에 한 번 갔을 때 야경도 너무 좋았고, 성벽에 불 밝혀둔 것도 분위기 있어서, 다시 오고 싶은 곳 리스트에 넣어놨던 곳이다. 이번엔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딱 성벽 불빛을 따라 오르게 되어서 더없이 좋은 코스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눈에 좋은 코스였고, 다리엔 더없이 힘든 코스이기도 했다. 성벽 시작점까지 가는 길조차 매우 가팔라서 몇 번을 쉬며 올랐는지 모른다. 또 오르는 길 자체가 예뻐서 이미 볼 것 다 봤다는 느낌으로 공원에 도착한데다, 이미 창경궁에서부터 너무 많이 걸어서, 공원 입구 마을버스를 발견하자마자 "탈까? 타자!"하고 곧장 내려오게 되었다. 다음에 여름 밤에 마실 거 한 잔 들고 설렁 설렁 올라가 바람 좀 맞다 내려와도 좋겠다.


아, 그리고 흥인지문(동대문)도 봄!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옛서울 투어가 됐다.